아침은 간단하게 전날 먹다 남은 밥에 맛다시와 김가루를 뿌려서 해결했다.
전날부터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아침에는 진눈깨비로 바뀌어 있었다.
정말 듣던대로 더러운 날씨구나 생각하면서 골든 서클로 차를 몰았다.
싱벨리르 국립공원 개장시간에 맞추어 도착했는데, 이미 꽤 많은 차가 와 있었다. 주차장에서부터 일이 조금씩 꼬였다. 무인 주차요금 수납기가 돈을 먹었다. 카드로 결제하고도 주차권이 나오지 않았다. 우리 일행의 앞에 서있던 한국인 팀도 같은 상황을 겪었다.
공원 입구의 매점에 가서 기계가 돈을 먹었다고 말하자 QR코드가 달린 주차권을 하나 찢어줬다.
원래대로라면 이걸 가지고 다시 발급을 받아서 차에 주차권을 달아놓고 가야겠지만 너무나 귀찮은 나머지 그냥 공원으로 들어갔다.
길은 이렇게, 물 반, 눈 반에 아주 미끄러웠다. 미리 준비한 아이젠이 초장부터 효과를 발휘했다.
날도 어둡고, 비바람이 몰아쳐서 사실 제대로 구경하지도 못했다.
휘날리는 국기가 바람 상황을 말해준다.
적당히 구경한 셈 치고, 다음 장소인 굴포스 폭포로 이동했다.
계속 내린 비로 인해 굴포스의 수량이 불어서 엄청난 박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간헐천인 게이시르의 스트로쿠르는 기대한 것 처럼 멋있지는 않았다. 미국 옐로스톤의 Old Faithful처럼 폭발력이 강하지도, 반년전에 다녀온 일본 벳푸의 회오리지옥 간헐천처럼 쭉 나오지도 않고...
뽕
하고 끝나는 느낌이었다. 하필 활동량이 약한 시기에 갔을지도 모르겠지만, 감상은 그저 그랬다.
중간에 셀포스에서 마트에 들러 이것저것 샀다. 과자나 핫도그 재료, 찌개 끓여먹을 돼지고기, 콜라, 생수 등등.
가이드투아이슬란드 등등 사이트에서 아이슬란드 수돗물이 그렇게 깨끗하다고 자랑을 하지만...
유황 냄새가 나서 마실물로서는 좀 괴로웠다. 바로 생수를 사고야 말았다.
조리용으로는 수돗물을 사용했지만 마실물은 끝까지 생수를 사서 마셨다.
이어서 세젤란드포스에 갔다. 계속 내린 비로 수량이 많아 멋있었다. 폭포로 물안개도 짙어서 온몸이 푹 젖었다.
바로 조금 더 달려 스코가포스에 갔는데, 물안개가 너무 짙어서 폭포가 거의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잠깐 불어온 바람에 안개가 걷힌 사이에 겨우 폭포를 볼 수 있었다. 앞의 세젤란드포스보다 두 배는 거대한 폭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돌아와 보니, 우리 차와 똑같은 하얀 다시아가 세 대나 있었다.
숙소는 이쯤에서 예약했다. 비크이뮈르달에 들어가지는 않고, 근처에 있는 cottage를 에어비앤비로 예약했다. 거실 겸 주방, 화장실, 침실 1, 다락에 침실 2가 있는 좀 큰 방갈로였다.
예약이 완료되면 이메일로 키 번호를 알려주는데, 하도 시골이라 인터넷이 잘 터지지 않아서 그것도 모르고 1시간쯤이나 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렸다.
결국 포기하고 분노에 차서 다른 숙소를 찾으러 떠나는 중에 겨우 메일을 수신해서 숙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
냄비가 하나밖에 갖춰져 있지 않아서 혹시나 하고 가져간 코펠을 핫플레이트에 올려 밥을 짓고 뜸을 들이는 사이 마트에서 산 돼지고기를 넣고 김치찌개를 끓여 저녁을 먹었다.
하늘이 아주 흐렸으므로 가져간 보드게임이나 하고 술이나 좀 먹다가 잠들었다.
*2일차 이동거리
레이캬비크 숙소 ~ 비크 숙소 : 298km
총 이동거리 : 9849km
총 운전거리 : 344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