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회담과 관계해서, 제가 걱정하고 있던 것 하나가 줄어들었습니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하원의원이 트럼프 한반도 외교 지지 초당적 결의안을 발의한 것입니다. 이 결의안의 통과 여부는 어떻게 될 지 모르겠으나, 아마 이런 명분에 반대할만한 이유는 크게 없을 것입니다. 미국은 한국보다는 의회의 권한이 훨씬 더 강한 나라입니다. 따라서 트럼프가 아무리 독자적으로 대북 정책을 펼친다 해도 의회의 도움 없이는 힘듭니다. 따라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초당적 지지가 있다면 트럼프의 대북 외교는 이미 절반쯤 성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는 지난번 남북 정상회담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의원들도 이 장면들을 지켜봤을 테니까요. 사실, 성공적인 북미회담을 가로막을 수 있는 요소들이 몇 개 있었습니다. 우선은 국내의 보수세력의 준동이었습니다만, 그건 북미회담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이 회담이 서울에서 열렸다면 수구 냉전세력들이 몰려 난리를 칠 수 있었겠지만, 그들이 판문점까지 올 수는 없고, 평양이라면 더더욱 그렇겠고. 그 다음은 미국 민주당의 트럼프 견제용 반대입니다. 그러나 의회에서 이렇게 초당적 결의안이 나온 만큼 큰 허들을 하나 넘은 것으로 보면 되겠지요. 그 다음은 미국 언론의 문제인데, 트럼프를 견제하고자 하는 뉴욕타임즈 같은 언론들은 지금껏 트럼프를 견제하기 위해 김정은과의 외교 움직임을 비판해 왔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본 언론들이 태세를 조금씩 바꾸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신경쓰이는 것은 미국 방산업체들, 즉 군산복합체의 불만입니다. 남북정상회담 다음 날, 미국 주요 방산업체의 주가는 우리 돈으로 1조원이 넘게 빠졌습니다. 미국이란 나라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집단이라 할 수 있는 이 군산 복합체들은 남북의 평화가 그들의 이익에 큰 해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고, 이들이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 그룹이라는 것은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군산복합체는 일부러 전쟁을 일으켜 그들의 잇속을 챙겨 온 집단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난 수십년간 그들의 가장 확실한 봉이었습니다. 그런 우리가 이제 그들의 올가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역사적 시간을 목격하고 있기도 합니다. 한가지 미안하고 답답한 건, 트럼프는 이란과의 긴장은 계속해 유지할 것이란 사실입니다. 아마 이런 제스추어들이 그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카드가 될 것이니까요. 그러면서도 그의 '노벨 평화상'에 관한 개인적 욕망(?)이 남아 있는 한, 북에 대해 수교 등의 카드를 꺼내드는 것 정도로 중동 문제엔 더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려 들 것으로 짐작됩니다. 남북이 항구적 평화 체제로 나아가기 위한 천재일우의 기회는 이렇게 수많은 욕망과 신념이 얽혀져셔 만들어진 것이지만, 그 가운데에서 보이는 돈의 흐름들을 짚어내 보면 우리에게 어떤 것이 도움이 되고 어떤 것이 걸림돌이 될 지 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화약고 중 하나였던 한반도에서 일단 항구적 평화체제가 구축되고 나면 그 다음엔 기회가 옵니다. 수십조 혹은 그 이상의 자금이 투자돼야 할 북한의 인프라 구축에 어떤 기업들이 뛰어 들 수 있을 것인가 해서 벌써부터 관련 기업들의 주가들이 들썩들썩합니다. 평화를 지키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위해, 우리는 주의해서 수많은 욕망의 흐름들을 더 깊이 지켜봐야 할 겁니다. 평화로 가는 길이 이렇게 순탄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평화가 정착되는 그 날이 온다면, 그 이후엔 우리도 세계의 다른 나라들에 평화가 정착되도록 역할을 해야 할 겁니다. 우리가 어떻게 평화를 이 땅에 정착시키는지를 보여준다면, 그것은 세계인들 앞에서 등대 하나를 세우는 것과 같을 겁니다. 그 평화의 가치를 말하는 데 인색하다못해 저주를 퍼붓고 있는 우리 안의 세력들은 당연히 선거를 통해 걸러내야 할 겁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