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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주의)소원을 이루어주는 가게 -목걸이-
게시물ID : panic_983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공포다공포
추천 : 15
조회수 : 2197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8/04/24 00:3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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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수이와 지윤은 마음이 잘맞는...말하자면 소울메이트랄까...둘 다 아직 애인이 없다. 오로지 둘만 붙어다니는데, 매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우린 시대를 잘못타고 났어! 그 옛날 중국 대륙 전체를 뒤흔들었다는 미모의 양귀비 초상화를 요즘 사람들이 보면 영 아니올시다~한단 말이지” 하며 좀 옛날에 태어났어야 한다는 둥, 미래엔 우리가 미의 기준일지도 모른다는 둥 해봐야 부질없는 이야기들을 침을 튀어가면서 열성적으로 이야기하곤 한다. 
 둘 다 꽤 명망있는 대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평범한 집안에서 부족하진 않게 자라왔다. 그러나 수이는 뻐드렁니에 주근깨, 커다란 안경, 말라빠진 몸매였고, 지윤은 실처럼 가느다란 눈에 주먹코, 그리고 퉁퉁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둘은 신입생 오티 때 처음만났는데, 먼저 손을 내민 쪽은 지윤 쪽이었다. 아무도 말도 걸어주지 않고, 마치 그 자리에 없는 사람처럼 자기들끼리만 반갑게 인사하는 신입생들 사이에서 수이는 망부석처럼 그 자리에 가만히 입다물고 서있었는데 먼저 말을 걸어준 지윤에게 매우 고마웠다. 실은 지윤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는데 말이다. 그 후 무슨 일을 하든 함께하며 둘은 매우 절친해졌다.

 “수이 넌 안경만 안껴도 정말 예쁠텐데! 아니면 안경을 바꿔볼 생각 없어?”
 “그러게~고등학생 때 이 학교 오려고 공부만 했더니 눈이 너무 안좋아져서 이렇게 커다란 테가 아니면 안경알이 들어가질 않는대! 지윤이 너야말로 살만 조금 빼면 진짜 예쁠껄? 정말이야 진짜 살짝만 빼면 예쁘겠어~”
 “나도 공부만 하느라고 앉아만 있었더니 살이 좀 쪘네~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말랐었는데...그땐 좀 예쁘다는 소리 들었었지~”
 “어머, 맞아! 그랬을 거 같애”
 지윤과 수이는 종종 이런 대화를 나누곤한다. 어찌나 오버하면서 얘기하는지 주위 사람들도 그 대화를 함께 듣게된다. 둘의 대화를 듣는 사람들은 그들을 빤히 쳐다보며 어이가 없는 듯 실소가 터지곤 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그들은 더욱 오버하며 서로를 칭찬하는데 여념이 없다. 
 그래야만 했다. 마음이 담기지 않은 말에는 목소리도 좀 더 높이고, 제스쳐도 일부러 더 크게 해야하는 법이다. 그래야 좀 거짓말 티가 덜나니까... 그 둘은 서로에게 위안이었다. 본인들도 안다. 거짓말이라는 것 쯤은...거짓말이라도 때로는 진실보다 나을 때가 있는 법이다. 

 방학을 맞아 함께 살던 자취방을 정리하고 수이와 지윤은 각자의 본가로 돌아갔다. 수이는 집에 도착하고 지윤에게 집에 도착했음을 알리고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샤워를 하다가 문득 뿌연 김이 서린 거울을 통해 본 자신의 모습이 왠지 달라보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만약 예뻤다면 어땠을까...?’
 잠깐 행복한 상상을 하고 거울을 손으로 문대보았다. 거울 속엔 여전히 뻐드렁니에 주근깨, 말라빠진 몸을 가진 자신이 서있었다. 당연한데도 수이는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이 너무 싫었다.

 “엄마는 날 왜이렇게 못생기게 낳았어?” 
 늦은 저녁 가족이 다 모인 자리에서 수이가 퉁명스레 물었다. 수이의 어머니는 저녁상을 차리다가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눈길로 수이를 바라봤다. 티비를 보던 수이의 아버지도 티비에서 눈길을 거두고 어머니와 같은 모습으로 수이를 쳐다봤다.
 “얘가 사춘기도 벌써 지난게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날 왜이렇게 못생기게 낳았냐고!!!난 누굴 닮은거야?!”
 “엄마 아빠 닮았지 누굴 닮아?!이게 좋은 대학교 갔다고 오냐오냐해줬더니 갑자기 왜이래?!”
 “엄마도 아빠도 뻐드렁니 없잖아!!주근깨도 없잖아!!”
 수이의 갑작스런 악다구니에 아버지가 헛헛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허허...그래그래 너 주워왔다 왜??거둬서 키웠더니 은혜도 모르고 대드는거야?”
 심각해진 분위기를 푸는 아버지식 농담이었지만 그날따라 수이에겐 묘하게 농담같지 않았다. 벌떡 일어나 윗옷을 걸치고 집을 나섰다. 수이의 어머니가 급하게 수이를 잡고 말했다.
 “너 밥도 안먹고 어딜 나가?!”
 “나 이 집 새끼 아니라며?아줌마 놓으세요” 
 수이는 어머니의 손을 뿌리치며 부서져라 현관문을 닫고 나갔다. 어머니는 멍하니 수이가 나간 현관을 잠시 쳐다보다 이내 아버지를 쏘아보았다. 머쓱해진 아버지는 모른체 다시 보던 티비로 시선을 돌렸다.

 “씨이...그래 주워온 자식이다 이거지?그래서 못생긴 상판떼기 훤히 보면서 성형수술도 안시켜주고 그랬구만?!”
 한참 궁시렁거리며 정처없이 걷던 수이는 곧 자신도 모르는 곳에 오게됬음을 알게 되었다. 택시라도 타고 돌아가야하나 급하게 주머니를 뒤적거렸지만 지갑도 없었다. 홧김에 나오느라고 아무것도 챙기지 않았었다.
 “에이 진짜!!되는 일 하나도 없네!!”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만 가면 외모 상관없이 행복하게 잘 살줄 알았다. 피터지게 공부해서 좋은 대학교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자신은 혼자였다.
 ‘아...지윤이...’ 지윤이 생각났다. 자신과 닮은 친구...그 친구도 자신과 같은 심정으로 공부했으려나...수이는 지윤에게 연락해봤다. 하필 지윤은 전화를 받지않았다.
 “기집애...바쁠 것도 하나 없을거면서 전화는 왜 안받는대...” 
 다리가 아팠다. 잠시 앉을 곳을 찾던 수이는 골목 끝에 반짝 빛나는 무언가를 봤다. 수이는 왠지모르게 이끌리듯 빛으로 다가갔다. 빛나는 것의 정체는 구닥다리 통나무로 된 건물이었다. 조악한 간판엔 ‘That would grant store’라고 적혀있었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가게...라고?저게 가게 이름이야 뭐야?”
 수상했다. 수상한 가게였다. 그러나 호기심이 더 컷다. 소원을 이루어준다지 않은가? 마침 간절히 바라는 소원도 있었다. 수이는 문을 열고 가게 안에 들어섰다.
 “와...이게 다 뭐야...?”
 가게 안은 물건을 파는 가게라기보단 오컬트 박물관 같은 모습이었다. 외관과 다르게 꽤 넓은 내부에 벽마다 신기하게 생긴 가면, 장신구 등이 진열되어 있었다. 수이는 넋놓고 바라보다 이내 짜증이 났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가게라더니 시간만 버렸네” 
 잠시잠깐 기대에 찼던 마음이 짜게식어버렸다. 하긴 이런 가게가 진짜 존재할리가 없지... 수이가 허탈하게 되돌아 나가려는 순간...
 “아이구...이거 손님이 오셨네??”
 가게 구석에서 주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나왔다. 새카만 정장에 머리와 얼굴은 대비되게 하얗고 눈이 시뻘건 사람이었다. 수이는 기겁을 하고 놀라서 자빠져버렸다.
 “이런...괜찮아요??” 
 가게주인으로 추정되는 사내가 손을 내밀며 물었지만 수이는 손을 잡을 생각도 안하고 한참 그냥 넘어져있었다.
 “귀...귀신...?”
 “실례입니다. 귀신 아니에요” 
 수이는 찬찬히 그 사람의 얼굴을 쳐다봤다. 특이하긴했지만 그는 제법 미남이었다. 빤히 쳐다보다 그가 고개를 갸웃하자 이내 민망해져 되려 소리쳤다.
 “깜짝놀라게 왜 그러고 나와요?!취향이에요?!”
 “원래 제 모습입니다”
 아...분장이 아니었어...?알비노...그런건가...? 수이는 무안함에 슬쩍 일어나 미안하다 사과하고 돌아가려했다. 그런데... 
 “찾으시는 물건 없으세요?저희 간판보고 들어오신 거 아닌가?”
 주인이 묻자 수이는 멈칫하며 말했다.
 “찾는 물건 없어요. 신기해서 들어와본 것 뿐이에요”
 “그치만 제가 봤을 때 분명 소원이 있는 것 같은데...”
 “하...여기서 뭐 물건 사면 소원이 이뤄져요?그냥 부적같은 거 파는거잖아요. 네잎클로버같은!”
 수이의 말이 끝나자 주인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런 거 아니에요. 네잎클로버 따위...제 물건들은 진짜 소원을 이뤄줘요”
 “상술이 지나치면 사기에요 이거...”
 “사기 아닌데?정 못믿겠으면 소원이라도 말해봐요. 맞는 물건 있으면 일단은 공짜로 드릴게~”
 공짜? 공짜라는 말에 솔깃했다. 수이가 고민하자 주인은 이어 말했다.
 “정말이라니깐?속는 셈치고 소원있으면 말해봐요” 
 주인의 거듭된 설득에 수이는 조심스레 말했다.
 “예...예뻐지...싶...”
 “네?다시 말해줄래요?안들렸는데?”
 “예...예뻐지고싶다구요!!!!”
 수이는 창피함에 몸을 배배꼬았다. 멍청하니 바라보던 주인은 이내...
 “아~간단한 거네. 그럼 이거에요” 하며 벽에 걸린 목걸이 중 하나를 건넸다. 
 왠지 꼬질꼬질한 비둘기 깃털같은 게 구슬 몇 개와 그냥 노끈같은 재질의 줄에 꿰어있었다.
 “구려...” 
 뭔가 소원을 이루어주기보다 저주를 부를 것만 같은 비주얼에 수이의 인상이 구겨졌다. 주인은 말없이 냉큼 수이의 목에 목걸이를 걸었다.
 “꺄아~!싫어!” 
 수이는 주인을 밀쳐냈지만 보기보다 힘이 센건지 주인은 넘어지지않고 수이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비주얼까지 바라진 맙시다! 대신 효과는 100% 장담하지! 하루안에 효과가 나타나지않으면 내가 다시 가져갈게요~대신 내가 가지러가지않는 이상 절대 이 목걸이 빼면 안됩니다. 잘 때도 씻을 때도 절대 목걸이 빼면 안돼요” 
 진지한 표정에 신신당부하는 주인에게 수이는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수이가 끄덕이자 주인은 붉은 눈을 반짝이며 씨익하고 웃었다. 
 “지금은 공짜지만 효과보면 값은 꼭 줘야해?그땐 친절히 내가 값을 받으러 갈게요~”  

 “수이야~일어나~언제까지 잘꺼야!” 
 어머니의 부름에 수이는 벌떡 일어났다.
 “꿈??” 
 희안한 꿈이다 생각하며 목에 위화감에 목주위를 더듬대던 수이는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를 발견했다.
 “히익?!” 
 꿈이 아니었던건가? 나는 어떻게 집에 와있지? 혼란스러움에 일어나며 수이는 안경을 집어들어 꼈다.
 “아! 어지러워...”
 어지러움을 느낀 수이는 안경을 벗어던졌다. 뭔가 이상하게 위화감이 든 수이는 당장에 거울을 봤다. 거울 속의 수이는 조금 달랐다. 뻐드렁니는 어디가고 가지런하고 하얀 치아에 주근깨가 사라진 뽀얀 피부, 말라서 광대가 드러나던 얼굴에 살이 붙어있었다. 
“이게 나?! 아직 꿈속인가?!”
 아직 미인이라기엔 그렇지만 밤 사이에 눈에 띄게 변하긴 했다. 조심스레 수이가 방문을 열고나가자 어제 어디갔다 늦게 들어왔냐는 핀잔을 던지던 어머니가 수이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모녀는 한참 말없이 서로 바라보고만 있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수이의 아버지도 몰라보게 변한 딸의 모습에 얼떨떨한 반응이었다. 저녁식사 중에도 힐끔힐끔 그렇게 좋아하던 티비도 보지않고 오로지 딸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내 딸인 듯 내 딸이 아닌듯한 모습에 적응하려 무던히도 애쓰고 있었다. 어색함에 적막한 하루가 지나고 방학동안 수이의 모습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기 시작하여 방학이 끝날 무렵에는 정말 몰라보게 미인이 되어있었다. 자연스레 변해가는 딸의 모습에 부모님도 차츰 적응하고 있었고 수이도 점점 성격이 밝아져 농담도 던지고 처음 어색했던 것이 무색하게 집안분위기는 금새 화사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방학이 끝나고 수이는 학교로 다시 돌아갔다. 

 지윤은 달라진 수이의 모습에 적응중이다. 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지윤만큼은 왠지 수이의 모습이 적응이 되질 않는다. 큰 눈, 하얀 피부, 글래머러스한 몸매까지 전부 다 어색했다. 그 많던 주근깨들은 어디로 갔는가...안경이 없으면 보이지도 않는다더니 안경은 어떻게 된거고...이는 교정이라도 한건가... 처음 수이가 나타났을 때 아무도 본인이 수이라고 밝히기 전에는 못알아봤다. 남자들은 수이의 외모에 넋이 나갔고 방학동안 완전히 상판을 들어엎은 모양이라며 여자들의 시기도 잠깐 있었지만 그런들 어떠하리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레 수이는 그들 안에 섞여들어갔다. 수이는 그동안 학생증, 주민등록증 사진도 전부 바꾸고 완전히 새인생을 살고있었다. 
 그에 반해 지윤은 달라진 게 전혀 없었다. 여전히 누구의 관심도 받지못했다. 한동안 달라진 수이에게 다가서지 못했다. 많은 친구들, 선배, 후배들에게 둘러싸여있었기 때문이다. 지윤은 수이와 함께한 지난 날들이 그리워졌다.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던 그 때...그러던 중 수이가 지윤에게 손을 내밀었다. 처음 오티때 지윤이 그랬던 것 처럼...방값이 없다며 전처럼 함께 살자고도 했다. 지윤은 그저 그런 수이가 고마웠다. 후의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는 전혀 몰랐다. 

 “수이야 이거 어때?오빠가 사줄게!” 
 대충 곁눈질로 보던 수이는 이내 도도하게 말했다. 
 “그냥저냥 괜찮네...저거한테 들라고 줘”
 저거...?수이가 말하는 저거는 누군가?...지윤이었다. 지윤은 이미 손에 더 들게 없을 정도로 많은 쇼핑백을 들고있었다.
 “그래~덩치도 좋은게 더 들수도 있겠다”
 “쟤도 여자야?수이랑 너무 차이난다~왜 저런 거랑 같이 다녀 수이야?”
 수이는 몇 명의 남자에게 둘러싸여 있다. 그들 모두 수이에게 무엇이든 해줄 각오가 되어있는 남자들이었다. 남자들의 조롱에 지윤은 얼굴이 벌개져 고개를 숙였다.
 “같이 살아~쟤 친구 나밖에 없어 불쌍하니까 같이 다녀줘야지” 
 “아~수이야 그러지말고 오빠 집에 들어와서 같이 살자니까~오빠 집 빈 방도 많고 큰 집에 혼자 살라니까 허전하다~”
 “아니야! 우리집도 넓어~저런 자식 집에 가지말고 우리집으로 가서 살자 응?”
 저마다 자신을 과시하며 수이에게 어필하고 있다. 수이는 여왕이다. 그들은 수이의 말이라면 꼼짝도 못한다. 지윤은 그런 여왕의 하인이다. 처음부터 그럴 작정으로 자신에게 손을 내민건지...아니면 주위에 휩쓸려 수이가 변한건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제 지윤은 폭발 직전이다.
 ‘내가 불쌍해?집에서 손가락하나 까딱도 안내면서 방값이 없다고 방값 한번 낸적없이 나한테 빌붙어있는게 내가 불쌍해?’
 잔뜩 든 쇼핑백을 쥔 손을 부들부들 떨던 지윤은 결국 손에 든 쇼핑백 전부를 바닥에 내박쳤다. 큰 소리에 놀란 표정으로 수이와 남자들이 지윤을 쳐다봤다. 
 “야...뭐하는 짓이야?그게 다 얼마짜린 줄 알아?부서졌으면 어떡할거야?” 
 남자 중 하나가 지윤의 이마를 콕콕 찌르며 말했다. 지윤은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 동안 당해왔던 설움들이 한꺼번에 몰아쳤다. 옛 정을 생각해서...외톨이로 남겨지는게 싫어서 그 동안 수이가 하자는대로 하라는대로 수이가 무슨 짓을 해도 받아주기만 했던 지윤이었다. 
 “수이 저 년보고 들으라고 하던지!!!내 것도 아닌데 이걸 왜 다 내가 들어?!아니면 너희는 손이 없냐?!니들이 샀으면 니네들이 들어!!”
 별안간의 악다구니에 남자들은 흠칫했으나 수이는 표정 하나 변하지않고 말했다.
 “그럼 그 중에 하나 너 가져” 
 지윤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런 말이 아니잖아...내 것은 왜 없냐고 투정부리는 게 아니잖아 지금...지윤은 너무 황망해서 말문이 턱 막혔다. 한참을 말도 없이 노려보고만 있는 지윤을 보고 수이는
 “아...기분 나빠졌어 나 그냥 갈래. 여기 정리는 니들이 하던지” 하고 휭하니 가버렸다.
 수이가 떠나자 남자들은 분노에 찼고 그 중 하나가 지윤을 걷어차버렸다. 지윤은 억 소리도 못내고 무너졌다. 
 “아~오늘은 나한테 좀 괜찮은 날이었는데 저게 다 말아먹었네...야!여기 니가 다 치워!멀쩡한 거 있으면 주워가던지”
 앞머리를 쓸어올리고 지윤을 걷어찬 남자는 나머지 남자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억울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잘못한 건 수이인데...내가 못난게 죄야?!’
 지윤은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고 끅끅 울음을 참았다. 그 날 밤 지윤은 한강에 갔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강물을 다리 위에서 바라보며 생각했다. 
 ‘죽으면 편해지나...?’
 풍덩...!소리와 함께 지윤의 모습이 사라졌다.

 ‘죽으면 더 이상 괴롭지않아도 돼...편해질거야...엄마 아빠는 어떡하지...?명문대 갔다고 좋아하셨는데...죽는 거 무서워...살고싶어...내가...왜 죽어!난 잘못한 게 없는데!!!살고싶어!!!!!’ 
 지윤은 죽을 힘을 다해 헤엄쳐올라왔다. 몇 번의 구역질을 하고 기진맥진한 지윤은 왠일인지 눈만은 살기가 가득차있었다.
 ‘죽어야하는 건...내가 아냐...!’ 

 물에 빠진 생쥐 꼴로 집에 돌아온 지윤은 수이의 방문을 열어보았다. 수이는 침대에 기대앉아 노트북을 하고 있었다. 지윤은 분노했다.
 ‘나한테 그러고도 내 집에 뻔뻔하게 들어오다니...’
 문 여는 소리에 돌아본 수이는 지윤의 꼴을 보고 픽하고 웃었다. 
 “뭐야~그 꼬라지는?어디서 물벼락이라도 맞았니?”
 “나가...여기 내 집이야”
 착 가라앉은 지윤의 말에 잠시 멈칫했던 수이는 이내 다시 여유롭게 말했다.
 “내가 왜?안나갈건데?”
 “안나가면 내가 여기서 너 죽여버릴지도 몰라”
 “협박하는거야?경찰 부를까?!” 
 기세등등하게 말하던 수이는 곧 비명을 지르게 되었다. 지윤이 정말 죽일 기세로 달려들어 수이의 머리를 우악스럽게 잡고 방 밖으로 끌고나가려 했다. 수이는 최대한 저항해봤지만 도저히 지윤을 떼어낼 수 없었다.
 ‘이대로 가면 정말 얘가 나 죽이겠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수이도 죽을 힘을 다해 지윤을 뿌리쳤다. 그 때였다! 수이에게 밀쳐진 지윤의 손에 우지끈 소리와 함께 수이의 머리카락 뭉텅이와 목에 걸린 목걸이가 들려있었다.

 “수이야~이 목걸이는 뭐야~목걸이 없어??오빠가 좋은 걸로 사줄게 이거 빼라~너랑 안어울려~”
 수이의 목 근처로 가던 남자의 손을 수이가 거칠게 쳐냈다.
 “너...꺼져...”
 “야...왜그래...뭔데...오빠가 너한테 어울릴만한 이쁜 목걸이 사준다니까?”
 “꺼지라는데 내 말이 우습냐!!!!” 
 수이가 눈에 핏발을 세우며 소리치자 주위에 있던 남자들이 슬금슬금 수이의 목걸이를 건드리려던 남자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남자는 분위기가 심상찮음을 느끼고 다급히 수이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수이의 “치워...” 한 마디에 그 남자는 영원히 수이 곁에 얼씬도 못하게 되었다.

 “끼아아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른 쪽은 수이가 아니라 지윤이었다. 지윤은 못볼걸 본 사람처럼 집을 뛰쳐나갔다. 엎드려진 수이의 상태가 이상하다. 전보다 더 말라비틀어졌다. 아니 마른게 아니다. 그 모습은 흡사 미라같은 형체였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수이는 뜯어진 목걸이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눈앞에... “쯧...!” 혀를 차며 소원을 이루어주는 가게 주인이 나타났다.
 ‘사...살려주세요...’ 
 이미 말라비틀어진 수이는 목소리조차 나오지않았다. 
 “예쁜 얼굴로 착하게 사셨어야지~말했잖아요 내가 가지러오기 전엔 절대 목걸이 빼지 말라고” 
 무언가 억울하게 할 말이 있는지 수이가 뻐끔거렸다. 
 “빼려고 뺀게 아닌데, 억울한데 말은 못하겠다 그죠~?” 
 수이의 마른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괜찮아~보통 사람들이 갑자기 소원이 이루어지면 이런 꼴이 되더라~이 정도면 충분히 업도 쌓았고...내가 마지막에 말했는데 기억해?효과보면 값 받으러 오겠다고 했는데~”
 주인의 붉은 눈을 유난히 빛내며 말했다.
 “악마랑 손잡고 가면 천국도 지옥도 없다?그냥 사라지는거야~크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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