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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업]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다시 읽기-part10.
게시물ID : comics_236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서상훈
추천 : 2
조회수 : 195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4/20 09: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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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아이들에 대한 한병태의 이중적인 평가는 이번 회에도 계속됩니다.
한병태의 평가에 따르자면 반 아이들은 변혁을 향해 어렵사리 용기를 짜낸 용감한 사람들이면서 동시에 교활하고도 비열한 변절자들이기도 합니다.
서로 모순되는 이 두 개의 평가 중에서 작가의 본심은 어느 쪽일까요?

그리고 6학년 담임선생님은 반 아이들을 때린 후에 앞으로는 지켜보기만 하겠다고 선언합니다.
그가 과연 이 약속을 지키는지 지켜 봅시다.

이 장면에서 6학년 담임선생님이 엄석대를 20대, 친위대를 각 10대, 반 아이들을 각 5대씩 때렸다고 본다면 담임은 20 + 60 + 270 = 총 350대를 때렸습니다.
실로 엄청난 열정입니다.
그런데 매질이 끝나자마자 '이제는 너희들끼리 의논해서 훌륭한 반을 만들어 봐라. 나는 지켜보기만 하겠다'며 갑자기 태도를 바꿉니다.
여기에 대해 한병태는 '담임선생님의 심지 깊은 배려'라고 해석합니다.
한병태의 해석이 옳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런 해석은 어떨까요?
6학년 담임선생님은 처음부터 민주화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저 다만 엄석대의 권력을 빼앗기 위한 핑계가 필요했던 거지요.
처음에 한병태가 엄석대에게 도전하면서 민주화를 내세웠던 것처럼 말입니다.
6학년 담임의 폭력은 미국의 이라크 폭격과 매우 닮았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석유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엄석대가 도망가고 담임이 쫓아 갑니다.
즉, 엄석대는 패배가 확실한 상황에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 놓습니다.
영화로 치자면 적들에게 쫓기던 주인공이 총을 맞기 직전에 절벽에서 뛰어내린 것과 같습니다.
만약 저 장면에서 6학년 담임선생님이 엄석대를 붙잡았더라면 어떤 말을 했을까요?

1번. 내가 좀 심했던 것 같구나. 그렇지만 학생의 본분은 공부다. 교실로 돌아가라.
2번. 네가 아직 반항할 힘이 남았구나. 다시 엎드려.

답은 6학년 담임선생님의 이후의 행동들에서 드러납니다.

그리고 새로운 급장을 뽑는 데 한병태는 무효표를 던집니다.
무효표의 의미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저 선거는 엄석대보다 더 나은 급장을 뽑는 것이 아닙니다.
엄석대를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 중에서 가장 능력이 있는 사람을 뽑으면 되는 겁니다.
하지만 한병태는 굳이 무효표를 던집니다.
엄석대를 제외한 그 누구도 급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거지요.
이렇게 엄석대의 권력이 무너지고 모든 아이들이 그를 배신한 상황에서 한병태는 비로소 그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고 반을 이끌 인물은 엄석대 밖에 없다는 각성에 도달합니다.
이처럼 엄석대의 몰락은 엄석대를 비판하기 위한 장치라기 보다는 반대로 그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엄마를 부탁해]에서 엄마의 실종처럼 말이죠.

반을 뛰쳐나간 엄석대는 테러를 통해 권력을 되찾으려 합니다.
하지만 엄석대의 테러에 대처하는 6학년 담임선생님의 방법은 더 큰 폭력입니다.
반 아이들은 학교 밖에서는 엄석대에게, 안에서는 담임에게 두들겨 맞는 상황에 빠집니다.
앞서 6학년 담임선생님은 부당한 폭력에 저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 아이들을 때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6학년 담임선생님 자신이 부당한 폭력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저항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세 가지 사실이 드러납니다.

1번. 6학년 담임선생님이 또 다시 약속을 어겼다는 것.
2번. 반이 민주화 되었다는 6학년 담임선생님의 선언은 거짓이었다는 것.
3번. 6학년 담임선생님은 엄석대가 도망쳤을 때 더 때리기 위해 쫓아 갔었다는 것.

한병태의 말처럼 '불가항력적' 인 일인데도 6학년 담임선생님은 엄석대에게 맞고 온 아이들에게 욕설과 폭력을 휘두릅니다.
그래서 반 아이들은 그야말로 살기 위해 엄석대를 찾아가 테러합니다.
이렇게 엄석대가 아이들을 테러하고, 담임은 맞고 온 아이들을 또 때리고, 다시 아이들은 엄석대를 찾아가 보복테러를 저지르고, 담임은 돌아온 아이들에게 상을 주며 추켜세웁니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엄석대를 찾아가 테러합니다.
조련사의 채찍 소리에 사자가 의자 위로 올라 갑니다.
우린 그 사자가 '교육'을 받았다고 하지 않습니다. '훈련'을 받았다고 하죠.
그렇다면 6학년 담임선생님의 행동은 '교육'일까요, '훈련'일까요?

그리고 이런 아수라장을 지켜보면서도 한병태는 반이 민주화되었다고 선언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난 30년간 한병태의 해설을 믿어 왔습니다.
이제 다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이 반은 과연 민주화된 것일까요?

아무튼 이렇게 6학년 담임선생님은 엄석대를 철저하게 추방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엄석대의 담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컨닝을 해서 성적을 조작한 것은 분명 큰 잘못입니다.
하지만 엄석대는 여전히 그의 학생입니다. 무척 능력 있는 학생이지요.
그런데도 6학년 담임선생님은 폭력을 사용해 그를 쫓아내려고만 합니다. 그리고 성공합니다.
저는 이런 6학년 담임선생님을 교사의 자질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한병태는 '심지 깊은 배려로 반을 민주화로 이끈' 사람이라고 평가하고 있군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98페이지를 보면 엄석대는 반에서 별나고 당찬 아이들 무려 다섯과 싸우고서야 마침내 패배합니다.
아마 네 명만 되었어도 엄석대가 이겼겠지요.
이렇게 작가는 엄석대의 몰락조차도 영웅다운 면모를 잃지 않도록 배려해 주고 있습니다.
출처 https://blog.naver.com/megad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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