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에서는 6학년 담임선생님이 왜 등장해야 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죠.
전반부를 통해 작가는 자신이 바라는 6월항쟁의 결말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정반대로 끝이 났습니다.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6.29선언을 통해 국민들의 요구(직선제)를 받아들인 거지요.
여기서 작가는 자신의 예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 대해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괴리를 메우기 위해 6학년 담임선생님이 등장하게 되고, 작가는 그를 통해 6월항쟁의 승리가 강대국(아마도 미국)의 개입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국민들 스스로의 힘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는 거지요.
그렇다면 이 6학년 담임은 어떤 인물일까요?
소설에서 보통 인물의 첫 번째 사건은 그 인물의 가장 중요한 성격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눈을 감고 6학년 담임선생님의 첫 대사들을 한 번 떠올려 봅시다.
"이 반은 왜 이리 활기가 없어? 어릿어릿하며 눈치나 슬슬 보구......."
"이 못난 것들. 그저 겁만 많아 가지고......."
"눈알 똑바로 두어! 사내자식들이 흘금흘금 눈치는 무슨......."
그는 어떤 성격의 인물일까요?
한병태의 평가처럼 깊은 뜻으로 반을 민주화로 이끄는 사려 깊은 선생님?
아니면 몽둥이를 들고 다니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학생주임 선생님?
6학년 담임선생님은 급장 선거에서 반 아이들이 일치단결해서 엄석대를 지지하자 이상한 반응을 보입니다.
"이 따위 선거가 어디 있어? 무효표와 당선자 본인의 표를 빼면 전원 일치잖아? 선거 다시 해."
"이건 뭐야? 엄석대를 빼면 나머지 아홉은 전부 한 표씩이잖아? 도대체 경쟁자 없는 선거가 무슨 소용 있어?"
그리고 그는 엄석대와 반 아이들을 번갈아 쏘아보며 화를 냅니다.
왜 그는 화가 났을까요?
일방적으로 선거를 다시 하라는 이 담임은 과연 민주적인 인물일까요?
그가 원하는 선거의 결과는 어떤 것일까요?
6학년 담임의 등장은 소설의 첫 장면인 한병태의 전학의 반복입니다.
외부에서 한 명의 엘리트가 엄석대가 지배하는 세계로 갑자기 들어 옵니다.
엘리트는 당연히 자신이 반을 이끌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곧 엄석대라는 장애물을 만납니다.
혹시 이게 6학년 담임이 화가 난 이유가 아닐까요?
하지만 한병태와 6학년 담임선생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점도 존재합니다.
엄석대보다 머리 하나가 작은 한병태와 달리 6학년 담임선생님은 엄석대보다 강합니다.
그래서 그는 '다른 번거로운 절차 없이' 바로 폭력으로 엄석대를 굴복시킵니다.
물론 예전에 한병태가 그랬듯 '민주주의'를 명분으로 내세워서 말이죠.
마지막으로 한 가지 재미있는 부분은, 엄석대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자 한병태가 보이는 반응입니다.
'석대의 대답은 실망스럽게도 그랬다.'
왜 저기서 한병태는 실망했을까요?
그는 어떤 대답을 기대했던 걸까요?
후반부에 와서 한병태는 주인공에서 관찰자로 바뀝니다.
그러면서 그는 철저하게 엄석대의 입장을 대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