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연서(戀書)
윤호정
먼 산에 아지랑이 봄나들이 나올 때면
노랑저고리 갑사댕기 서둘러 단장하고
외소나무아래서 기다리는 소녀를 만나
학교 앞 산모퉁이 돌면서 손을 잡았지
사나운 비바람이 휘젓고 간 여름날오후
피다만 열다섯에 노랑나비가 된 꽃님이
배추밭에서 흐느끼는 내 어깨위에 앉아
날갯짓하며 하늘로 오르고 나만 남겨져
늦가을 노랑국화에 묻힌 작은 무덤하나
가슴에 묻은 사연 한평생 어루만지다가
아픔도 슬픔도 없다는 너 있는 곳 찾아
나 이제 지친 영혼안고 길 떠나려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