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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번지의 비밀 7
게시물ID : panic_982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행복한오징어
추천 : 23
조회수 : 170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4/16 17: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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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 콜록.."


숨을 돌리는지 아니면 목구멍으로 빗물이 들어가서인지 모르게 태섭은 연신 기침을 해댔다.

박형사가 우산을 펴고 조용히 다가와 태섭과 나에게 쏟아지는 빗물을 막아 주었다.


"그날 다툼이 있었어요.

전에 말했듯이 승균이 형님이 돈을 제일 먼저 잃었어요. 콜록...

남은 둘이 치면 재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그대로 판을 접으려고 했죠. 

그런데 승균이 형님이 계속 돈을 꿔달라는 겁니다.

노름판에서 돈을 꿔주면 그냥 돌고 도는 거잖아요.

우리가 전문 타짜도 아니고...

안된다고 했죠.


그러자 갑자기 형님이 내 멱살을 잡더니 마구 윽박을 지르는 거예요.

지금 당장 내가 꿔준 천만원을 갚으라는 거예요.

옆에 있던 영주 형님이 말릴려고 했는데 소용없었어요.

어린 놈의 새끼가 도박에만 맛을 들여 돈 귀한 줄 모른다며 타박을 하는 거예요.

우리 셋 다 술에 취해 있었는데...무시하는 말을 들으니까 갑자기 분노가 치밀더라구요.

한 대 치고 싶었죠. 그러나 꾹 참았습니다.

다른 방법으로 형님을 놀려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제안을 한 겁니다.

그 폐가의 영정사진을 들고 오면 100만원을 빌려주는게 아니라 그냥 주겠다고......

그 날 엄청나게 비가 쏟아졌어요.

오늘처럼요.

약속이나 지키라면서 승균이 형님이 빗속을 뚫고 비틀거리며 그 폐가로 가는 겁니다.


저와 영주형님은 뒤를 좇았어요.

그 집 현관에 다다르자 승균이 형님이 정신이 들었는지 한 참을 머뭇거리는거예요.

역시나 예상했던대로였죠.

뒤따라 온 저희는 거기서 승균이 형님을 놀려댔죠.

그러자 승균이 형님이 열이 뻗치는지 갑자기 저의 멱살을 잡고 그 집으로 끌고 가는 겁니다.

제가 반항하며 발버둥쳤는데 그 형님이 자꾸 제뺨을 때리고 욕을 하면서 그 집으로 저를 밀어 넣는 겁니다.

그리곤 그 영정 사진 앞에 저를 세우더니, 내가 가져가는 걸 똑바로 보라며 윽박을 질렀죠.

화가 났죠.

저는 100만원어치 값어치를 하려면 혼자 와야지 왜 끌고 왔냐면서 승균이 형님의 밀쳐냈습니다.

벽에 잠시 머리를 부딫힌 형님은 죽겠다는 엄살을 부리는거예요.

그리고는 저를 고소해서 콩밥을 먹이겠다는 겁니다. 

이건 뭐..사람가지고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그 날 술을 먹지 말았어야 했어요.

저는 분에 못이겨 그 집 창고 쪽에 있는 쇠기둥에 형을 묶어놨죠.

묶어놓고 보니까 그 차용증이 생각나더라구요.

그래서 형님의 주머니와 지갑을 뒤졌는데 종이 쪼가리만 있고, 그 차용증은 없는 겁니다.

귀신하고 노름이나 하고 있으라며 형님을 버려놓고 그 집을 빠져나왔어오.

영주 형님이 말리긴 했지만, 영주 형님을 강제로 이끌고 저는 그 집을 내려왔어요.

그 땐 정말 겁만 주려고 했던 겁니다. 


사무실에 있다보니가 조금씩 술이 깨더라구요.

그 때 승균이 형님이 조금 걱정되는 겁니다.

1시간 쯤 지나서 저와 영주 형님은 다시 그 집으로 올라갔어요.

혹시나 죽지나 않았을까 걱정도 되더라구요.


현관에 다다르자 저희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승균이 형님이 나무토막처럼 거실에 떡하고 서 있는 겁니다. 

창고 쪽에는 청테이프 같은 것부터 낫이나 호미같은 녹슨 연장이나 도구들이 가득했는데...

형님이 한 손에 낫 같은 걸 들고 서 있는 겁니다.

그 모습을 생각하면 아직도 소름이 돋아요.

우린 그 형님한테 죽임을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거예요.


그런데 형님이 조금 이상했어요.

후레쉬로 비친 얼굴은 웃고 있는거예요.

그러면서 저희에게 그러는 거예요.


기다리고 있었는데 왜 이제 왔냐고....

그러면서 등 뒤에 감쳐 둔 영정사진을 저희에게 건네는 겁니다.

소름이 쫘악 돋았어요.

다리가 후덜덜 떨리고 말 한마디 꺼내지 못했어요.

사진을 내밀며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사진을 받아들지 않으면 죽일 것 같았어요.

우린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걸 받아들었죠.


그런데 갑자기 형님이.....

저희에게 자기 딸을 소개시켜 주겠대요.

그러면서 안방으로 걸어 들어가는 겁니다.

아시다시피 승균이 형님 딸은 5년 전에 죽었거든요.


우린 본능적으로 형님이 귀신 들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린 형님이 안방으로 들어간 틈을 타서 미친 듯이 그 폐가를 도망쳐 나왔습니다.

정말 미친 듯이요."



태섭의 눈빛에는 거짓이 섞여 있지 않았다.



"그 뒤로 형님이 조금 이상해졌어요. 

생각보다 무척 밝아진 겁니다. 

일도 열심히 하고, 술담배도 잘 안하고....특히 노름을 갑자기 끊었어요.

그런데 그건 잠시였어요.

시간이 지나자 형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는 겁니다.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어요. 

한 동안 끊었던 술을 다시 했는데, 정말 깜작 놀랐어요.

어느 날부터인가 소주 대여섯병을 그 자리에서 나발 부는 거예요.

그리고 우리와 같이 있는 시간이 조금씩 줄었어요.

자꾸 어딘가로 사라지는 겁니다.


어떤 작업자는 승균이 형님이 한 밤 중에 그 폐가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고 하더라구요.

뭔가를 잔뜩 싸들고 말이죠.

심지어 그 폐가에서 승균이 형님이 한 밤중에 누군가와 말을 나누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았죠.

그 집을 부수기로 했어요.

전에 말했던 것처럼 그 형님이 갑자기 나타나서 저희는 도망을 쳤고, 사장님과 다시 그 자리에 돌아갔어요.

그런데 거기서 저희는 이상한 말을 듣게 됐어요."



"무슨 말?"



"사장님이 형님을 달래려고 가까이 가는데...........

형님이 전혀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내며 사장님한테 말하는 거예요.


'이봐....홍선이 오랜만이네'이러면서요.


순간 사장님이 우리만큼이나 무척 당황해 하셨어요.

형님은 말을 멈추지 않았어요.


'그 때 자네 왜 그랬나? 왜 나를 죽도록 내버려 두었나' 이러잖아요.


더 놀랄 줄 알았는데 사장님 표정은 의외로 담담해지더라구요.

오히려 미소까지 짓더라니까요.

그러더니 '형님, 그 땐 미안했소이다' 이러면서 화를 풀고 승균이 좀 돌려달라고 하더군요.


저와 영주 형님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무슨 상황인지 어리둥절 했습니다.

승균이 형님한테 승균이를 돌려달라고 하다니요.

사장님이 저 폐가와 연관이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다가 어떤 사람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이 드니까 갑자기 사장님이 무서워졌어요."



"사장이 니들 입막음을 했겠군. 그렇지?"



"사장님이 우릴 협박하거나 윽박지르지는 않았어요.

단지 돈을 몇 푼 쥐어주면서 오늘 일을 발설하지 말라고 하셨죠."



"그래서 그 뒤로 황승균이는 어떻게 된거야?"



"사장님이 저와 영주 형님에게 번갈아가면서 승균이 형님을 감시하라고 했어요.

특히 저 폐가에는 절대 가지 말도록 명령하셨죠.

그 날 일당을 톡톡히 챙겨 주시니까 저희들이야 아쉬울게 없었죠.

폐가로 가려는 승균이 형님과 몇 번의 몸싸움이 있기도 했어요.


그렇게 며칠이 지났는데, 어느 날 감시를 하고 있던 영주 형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승균이 형님이 집을 들락날락하면서 계속 소주를 사가지고 온다는 겁니다.

사장님은 무엇을 눈치 챘는지 급하게 승균이 형님 집으로 달려갔어요.

저 또한 영문도 모른 채 따라갔죠.

저희 셋이 승균이 형님 집에 들어섰을 때 이미 형님은 죽어 있었어요.

엄청나게 많은 양의 소주를 입에 들이부은 것 같더라구요."



"지금 하는 말 진짜야?"



"뭐든 조사해 보세요. 

지문이 되었든, 족적이 되었든, CCTV가 되었든...

우리가 거기에 도착했을 때 형님은 이미 숨이 멎어 있었습니다.

사장님이 그 때 넋두리를 하시더라구요.

승균이를 최씨 형님이 데려갔다는 거예요.

밖으로 나온 저희는 사무실로 돌아가려고 했죠.


그런데 영주 형님이 승균이는 우리가 죽인거라며 탄식을 하는 거예요.

경찰이 오면 얘기하겠다고 하더군요.

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어요.

승균이 형님 차용증을 경찰이 보면 분명히 저를 의심할텐데, 거기다가 그 폐가에서 있었던 일까지 말해 버리면

용의자 1순위로 몰릴 것 같았어요.

놀란 저는 입막음을 하려고 했지만, 사장님은 오히려 담담해 하셨습니다.

신고해 봤자 바뀌는게 아무 것도 없을거라고......

살아있는 이승의 사람이 명을 끊은 게 아니니, 경찰이 믿어주지도 않을거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영주 형님은 사무실로 돌아오지 않았어요.

불안 했어요.

미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황승균이 집을 털었군."



"어차피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가만히 있었어야 했는데....허허허.."


태섭은 기가 차는지 눈물섞인 웃음을 쏟아냈다.


"그런데 그 영정 사진은 황승균이가 다시 갖다 논거야?"


"뭔 소리예요? 

우린 그 사진을 어디다 집어 던졌는지도 기억도 안 날뿐더러, 

그 뒤로 그 거실의 영정사진은 보이지도 않았어요.

전에 말씀드렸잖아요!!"


"훗...이 새끼 봐라...."


나는 상의 주머니를 뒤져 촉촉히 젖어가는 담배 하나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불을 붙인 후 길게 한 모금을 빨아들였다.

나는 태섭을 노려보며 아무 말없이 연신 담배를 빨았다.

빨고 내뱉고...다시 한번 빨고 내뱉고....


두려웠다.

뭔지 모를 두려움이 몰려왔다.

손이 떨려왔고, 정신이 혼미했다.

나의 이러한 소름끼치는 감정도 모른 채 박형사가 거들었다.



"김형사님, 폐가에서 영정사진 봤어요?"



나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쉬지 않고 담배만 빨았다.

간혹 터지는 푸른색 섬광만이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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