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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번지의 비밀 4
게시물ID : panic_982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행복한오징어
추천 : 33
조회수 : 185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4/16 17: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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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섭은 떨리는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그 사람이 노영주일 수도 있고, 바로 너 일수도 있지.

노영주가 어제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어.

하고자 했던 그 말이 지금 니가 하고 있는 말보다 더 깊은 내용일 것 같아.

형사들은 직감이라는게 있거든.

내가 볼 때 노영주는 황승균 집에 들어갔는지는 모르지만 주변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어.

그러지 않고서야 비번인 날에 그것도 많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사람 주변에 나타난다는 것은 쉽지가 않거든."



태섭은 나를 노려보던 시선을 접더니 오히려 나의 시선을 회피하기 바빴다.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아도 돼.

다른 사람들을 족치면 되거든.

그러면 누가 거짓말 하는지 자연스럽게 나오게 돼.

오늘 니가 한 얘기의 대부분은 진실이라고 믿고 싶다.

어디서부터가 거짓말인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이만 돌아가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취조실을 빠져 나갔다.

문 밖을 나서자 박형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형사님, 죽은 황승균씨가 3억짜리 생명보험에 가입되어 있던데요?"


"뭐? 그래?"


"그런데...가입자는 황승균으로 되어있고, 수혜자는 황승균씨 와이프로 되어 있습니다."


"그럼 뭐야...황승균 본인이 가입하고 보험료를 냈단 말야."


"예. 보험회사 알아보니까 본인이 직접 싸인했다하더라구요. 

보험료도 본인 통장에서 자동이체 되도록 했구요.

가입일도 20여일 전이예요."



"뭐야...자기가 죽을 줄 알고 있었단 말야?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야?"



"그리고 김홍선씨하고 몇 차례 큰 돈거래가 있었는데요?"


"김홍선?"


"아...그 중장비 업체 사장이요."


"무슨 돈거래?"


"월급 같지는 않고 수백만원 몇 차례 계속 왔다갔어요.

그런데 정리는 깨끗이 한 것 같아요.

더하기 빼기 하니까 빵이 되더라구요." 



"노름돈 빌렸나 보지. 아참...박형사... 김태섭 취조장면 봤어?"


"예."


"어떻게 생각하냐?"


"믿기도 그렇고 안믿기도 그렇고...."


"그 폐가에 대한 등기부 등본 좀 뽑아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자."


"예."


"참...황승균씨 내일이 발인인데, 유족들 부검할지 물어봤어?"


"별로 탐탁치 않아 하던데요."


"음...그럼 우리가 빨리 알아보는게 나을 것 같군.

나 급히 어디 좀 다녀올테니까 뒷 일 좀 부탁해"


"어디 가시게요?"


"그 마을에 가장 최근까지 살고 이사갔던 사람을 알아보고 만나야겠어."




나는 군청을 들러 가장 최근까지 살았던 사람 중에 비교적 고령자를 찾았다.

가장 적합한 사람이 선정되었는데 10년 전에 이사를 했고, 그 때까지 마을의 이장을 한 사람이었다.

게다가 비교적 멀지 않은 곳에 이사를 해서 차를 몰고 40여분 정도만 가면 만날 수가 있었다.

한적한 시골마을이 아닌 비교적 도심의 한 가운데 자리잡은 아파트 단지에 그는 살고 있었다.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는지 반백발의 노부부는 나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아내는 거동이 불편해 보였지만 남편은 매우 정정해 보였다.


"그 집...참 안타깝지...

그 고가도로가 생기기 전에는 장사가 잘 되던 가겟집이었어. 

이름이...대흥상회였나? 이봐 할멈..맞지? 최씨가 하던 가게.."



"맞아요. 그 집 모르면 간첩이지."



"그 시골에서 마을 사람들은 농사일 외에는 할 줄 아는 거라곤 없었는데, 

그 집은 어디서 그렇게 음식 기술을 배웠는지, 식당 일을 같이 하면서 지나가는 외지인들을 상대로 

맛난 음식을 팔더라고.

알다시피 그 집이 얼마나 외진 곳에 있나?

마을 자체가 촌구석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구석에 그것도 산 중턱에 있지 않은가?

그런 곳에서 장사를 해 먹고 살다니 참 신통했지.

돈도 많이 벌어들이고 말야.

그 사람이 마을 노인정까지 지어줬다니깐.

모든 시골인심이 그렇듯이 우리는 서로 정도 많이 나누고, 음식도 나눠 먹고 그렇게 살았지


그런데 어느 날인가 낯선 도시 사람들이 마을에 나타났어.

그리고 이장인 나를 찾아오더니 여기 저기 토지들을 매입하고 싶다고 그러더라구.

나는 영문도 모른 채 그 사람들이 왜 갑자기 우리 마을에 나타나 저러는지 몰랐지.

알고 보니까 1년안에 우리 마을에 고가도로가 들어선다는거야.


그 고가도로가 들어온다는 얘기가 돌면서 마을에 분란이 생기기 시작했어.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고가도로가 들어서는 걸 반대했지.

돈 보다는 우리 삶의 터전인 논과 밭이 먼저 아닌가?


그 사이에 낀 이장인 나는 어땠겠나?

그 사람들이 마을 사람들 설득해 주면 한 명당 얼마식 주겠다 하면서 나를 계속 돈으로 매수하려고 했지.

에이..난 싫었어. 

난 논과 밭이 있고, 자식새끼들도 남부럽지 않게 잘 살고 있는데 그 깟 돈 몇푼에 마을 사람들을 팔 순 없진 않은가?


그런데 그 도시 사람들과 업자들이 우리를 설득 못하니까 도시에 살던 자식새끼들을 꼬드긴거야.

아주 난리가 났지.

생판 얼굴 한번 비치지 않던 놈들이 부모라고 여기저기서 찾아 오더군.

결국 자식들 성화에 못 이겨 대부분 마을 사람들이 개발동의서에 도장을 찍었지.

특히 업자들에게 돈으로 매수가 되었는지 마을 청년회 회장이란 친구가 여기저기 설득하며 도장 받으러 다녔어."



"청년회 회장이오?"



"늙어서 그런지 그 친구 이름이 가물가물하네..... 

월남전까지 다녀와서 국가에서 나오는 돈으로 조금씩 연명하던 친구야.

거기 가기 전에는 참 착하고 순진했는데 다녀와서 성격이 많이 망가졌어.


업자들 앞잡이가 되어서 마을 사람들 선동하고 다니는 게 영 꼴불견이었지.

사실 청년회도 도시 사람들 들락거리기 시작하면서 급조된 모임이야.

그 넘의 시골에 젊은 사람들이 없는데 무슨 청년회란 말인가?

그렇게 토지보상이 마무리되는가 싶었는데 문제가 발생했어.


고가도로 교각 하나가 대흥상회 주인 최씨 밭을 지나가는데 마지막까지 최씨가 동의를 안해주는거야.

솔직히 보상금도 쏠쏠해서 그 때까지 반대하던 사람들도 그냥 도장 찍어줬어.

업자들이 구슬려보기도 하고, 협박도 해보기도 했지만 꿈쩍도 안하더라니까

특히 청년회 회장이라는 그 친구가 최씨를 많이 닥달했지.

아마 그 때 그 친구 눈빛 봤으면 도장 안찍고는 못배겼을 거야.

그런데도 최씨는 장사를 그만 둘 수 없었던 거야.

고가도로가 나면 망한거나 마찬가지거든.

불길한 예감이 들더라구.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어느 날 밤 최씨가 집 근처 개천가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어."



"예? 누가 죽인건가요?"


"아냐. 그 친구가 원래 엄청 술을 좋아하고 잘 마셨는데, 그 날도 술 한잔 하고 읍내에서 집에 돌아오다가 쓰러진 것 같더라구.

그 개천길이 굵직굵직한 돌길이라 발을 헛딛기 쉽상이야.

넘어지면 머리를 부딪힌것 같애.

결국 남은 가족들이 그 동의서에 도장을 찍었지.

그리고 소리소문없이 그 집이 제일 먼저 마을을 떴어.


그런데 최씨가 죽은 뒤로 이상한 소문이 나돌더라구.

최씨가 죽은 날, 마지막까지 술자리를 같이 했던 사람이 청년회 회장이라더군.

터무니없어 보였지만 그 친구가 최씨를 죽인 것 같다는 소문이 나도는거야.

청년회 회장이란 친구는 어떤 놈이 그런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냐며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다녔지.

아니 대낮에 시퍼렇게 날이 선 낫을 들고 다니더라니까.

그 땐 진짜로 누굴 죽일 것 같았다니깐.

마을 사람들 모두 입을 다물었지.

그 정이 넘치던 우리 마을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누굴 원망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


최씨 가게는 개발구역이 아니었기 때문에 집은 그대로 남았어.

물론 그런데 있는 집을 사려고 하는 사람도 없었지.

그대로 폐가가 되어 버린거야.

동네 아그들 놀이터가 되어버린거지.

그런데 이상한 일이 그 집에서 벌어지기 시작하는거야"



노인은 목이 마르는지 주전자의 물을 한 컵 따라 들이켰다.



"그 집에서 놀던 어린 아그들이 최씨 아저씨를 봤다는거야.

한 둘이 아니었어.

어떤 아그는 최씨 아저씨가 줬다면서 장판 밑에 오랫동안 묵혀둔 듯한 천원자리 지폐를 보여주더라구.

그 집이 식당하면서 생선요리 많이 해.

그래서 집에 들어가면 비린내가 좀 나.

그런데 그 천원짜리에서 비린내가 진동을 하는거야.

어휴...그 애 부모들은 사색이 되서 애를 야단치더라구. 다시는 그 집에 가지 말라고.


어느 날 밤에는 그 집에서 최씨 목소리를 들은 사람도 있다더군.

그 친구가 술에 취하면 항상 부르는 노래가 있었지.

비가 오는 밤이면 그 노랫소리가 들린다는거야.

혹시나 귀신이라도 옮겨 붙을까봐 모두들 최씨집을 멀리했지.


게다가 더 이상한 건 그 청년회 회장이란 친구의 모습이었어."




"뭐가 말입니까?"



"어디서 피를 빨려서 온 사람처럼 갈수록 몰골이 상하더라구. 

눈은 휑하니 꺼져 있고, 눈 밑은 시커멓게 타들어가더라구.

며칠 동안 굶은 사람처럼 볼이 함몰되어 있고, 머리도 헝클어져 있고, 옷도 제대로 갈아입지 않는 것 같더라니까.

죽은 최씨한테 시달린다는 괴담이 떠돌기 시작했지.

혹시나 그 친구한테 해코지라도 당할까봐 모두 쉬쉬하는 분위기였지만....

모두들 그렇게 믿고 있었어.


그 날밤.... 최씨가 죽었던 그날 밤....분명 무슨 일이 있었을게야.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 친구가 보이질 않더라구.

어차피 먹여 살릴 처자식이 없어서 언제든 어디서 빌어먹고 살겠지만 

말도 없이 갑자기 사라졌다는게 너무 이상했다네.


마을이 극도로 흉흉해졌지.

그 뒤로 하나 둘씩 사람들이 이사를 떠났어. 

그나마 내가 가장 늦게 떠난거지.

나야 뭐, 가까운 읍내에 아들 내외가 살아서 언제든 이사갈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어르신, 혹시 예전 마을 사람들 사진같은거 가지고 계시나요?"



"꺼림칙해서 몇 년간 꺼내보지도 않았는데...잠깐 기다려보게"



잠시 후 노인은 두꺼운 앨범 하나를 들고와 그 위의 먼지를 닦아내며 나에게 그것을 내밀었다.

바래진 앨범 표지를 보니 오랜 전 지워진 과거의 기억을 되찾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받아 든 앨범을 한장씩 넘기자 주로 노부부의 사진들이 먼저 펼쳐졌다.

몇 장을 넘기자 노인이 손가락으로 어떤 사진을 가리켰다.


"이 사람이 최씨라우...그 대흥상회 주인....

어휴...술을 엄청 잘 마셨지. 상상도 못할걸?"


건장하다고 해야 할지, 풍만하다고 해야 할지 감이 서질 않았지만 매우 풍체가 좋은 선한 얼굴의 40대 얼굴의 모습이었다.

페이지를 계속 넘기자 전형적인 시골 촌부의 모습들이 여기저기 펼쳐졌다.

그 순간 내 눈에 낯익은 얼굴이 들어왔다.


"이런...."


"아는 사람인가?"


"예."


"이 친구가 바로 그 청년회 회장이었다네."


"뭐라구요?"



나는 노인의 말을 듣자 마자 휴대폰을 꺼내 박형사를 찾았다.



"응. 박형사 나야. 

지금 당장 김홍선 사장 행적 파악해!! 지금 당장!!"



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노인이 맞장구를 쳤다.



"형사 양반... 맞아!! 그 친구 이름이 김홍선이었지." 



나는 순간 일이 복잡하게 꼬여감을 느꼈다.



"형사 양반...그 친구 봤나? 지금 어디 있나?"


"어르신 살던 마을에서 작은 중장비 회사를 하나 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이쿠...세상에나 이젠 정신 차렸나 보네."


"어르신..김홍선씨...아니 그 청년회 회장 얘기 좀 더 해주실래요?"



노인은 앉은 자세를 잠시 옆으로 틀더니 입을 열었다.



"군대 가기 전에는 정말 착하고 순진한 친구였지.

그 때는 홍선이..홍선이 하면서 이름도 잘 불렀는데 조금 전엔 왜 기억이 안 났는지 몰라.

사람이라는게 안 좋은 기억은 본능적으로 자꾸 잊버리려고 하나봐.


월남전 갔다왔다며 마을에 돌아왔는데...어이쿠...사람이 좀 이상해 보이더라구.

얼굴은 전보다 더 시커멓게 그을려 있고, 체구는 더 왜소해 진 것 같앴어.

거기에다 눈빛에 살기가 돌더라구. 사람의 눈빛이 아니었다네.

최전선에 있었다는데 얼마나 사람을 많이 죽였겠나?

동네 사람들 모두 그 친구를 반가히 맞았지만, 얼굴빛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지. 


술만 마시면 전쟁 얘기를 하는거야.

자기 손으로 월남군 수십명의 목을 땄다면서 목을 따는 시늉을 앞에서 막 보여주는거야.

미친 사람처럼 눈을 부릅뜨고 킥킥대면서 말야......

게다가 마치 그 전장에라도 있는 것처럼 혼자 총질하는 자세를 취하다가, 엎드려서 포복하는 자세도 취하다가, 

혼자 고함을 지르며 돌격 앞으로 하면서 전쟁 놀이를 하더라니까

그 순진한 동네 사람들이 얼마나 놀랬겠나.

그리고 알아 듣지도 못하는 월남노래를 혼자 군가처럼 막 부르고 다녔지.


동네 사람들은 그 친구가 월남귀신에 쓰인 거라며 서로 수근댔지.



그런데 이상한 건 그게 전부가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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