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절감 참 좋은 말인데...

 

나이드신 분들이 퇴직 후에 골목상권의 치열한 현장에 투신하실 정도면 얼마나 절박할지는 대충 이해가 된다.

대형 체인에 밀려 파리만 날리는 매장을 바라보며 먹먹한 시선을 뿌리는 것을 오며가며 보노라면

그래도 한 번 쯤 매출을 올려줘야지 싶어 걸음을 옮기곤 한다.

대충 메뉴를 훑어보고

무난무난한, 어디에서나 기본은 하는 것으로 골라 주문을 넣고

시간을 물어 잠시 주변 슈퍼마켓이라도 다녀오거나,

집돌이 요정 브라우니인 마냥 가게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고깃조각이라도 안내려오나 의미심장한 눈빛을 뿌리는 길냥이와 실랑이를 벌이거나.

여튼 시간을 죽이다 포장된 음식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집에서 포장을 풀었을 때.

줄곧 비프렌차이즈 음식점들 중 파리 날리는 식당들의 음식을 받아보고 느꼈던

참담한 실망을 다시 되새기게 되었다.

 

분명히 무난무난한 메뉴고,

어디서나 기본은 하는 것이고,

최소한 메뉴판 사진의 반만 닮아도 그러려니 하겠는데...

사용된 재료는 반도 안되는 듯 허벌한 비쥬얼과,

솔솔 풍겨와 방 안을 가득 채워야 할 향신료향은 내가 끓인 라면냄새만도 못하고.

한 조각 들어올려 보면 아니나 다를까.

재료와 재료가 분리되며 드러난 속에서는

있어야 했을 재료도 없고

있어야 하는 소스도 없는

그런 처절한 원가절감의 고뇌가 녹아난 정체만이 짜증과 등가교환을 시도하고 있다.

 

동네 장사다.

한 동네에서 단골을 만들고 오래오래 지속되어야 하는 그런 가게일 터이다.

우리네 흙수저 형편상 늘구수레한 두 손에 쥐어진 거의 마지막 기회일 터이다.

그렇다면 이런 건 안된다.

먹을 것을 팔면서 먹을 것으로 원가절감을 시도하다보면

수 십년 매진한 요리장인이 아닌 한

당연히 맛은 없어질 것이고

두 번 다시 여기는 오지 않겠다는, 손님의 오기만이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 끝은...

 

오늘 또 다시 실망을 거듭하면서 오갈데 없이 돋아난 짜증과

꾀죄죄 묵은 때가 묻어나던 그 동네 음식점에 대한 연민때문에

이런 건 안되지 싶어 감상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