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쿄배경 버스 홍보포스터 '뒷짐' [굿데이 2004-06-08 11:22] '일본 도시를 운행하는 서울 시내버스?' 오는 7월1일 개편되는 버스 홍보 포스터에 일본 건물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음에도 서울시측은 "수거할 계획이 전혀 없다. 2차 포스터에서 전면 교체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서울시가 '7월1일, 버스가 빠르고 편리해집니다'라는 제목으로 새로운 버스 노선제도를 설명하기 위해 지난달 초 제작·배포한 이 홍보 포스터에는 도쿄 오페라시티와 신주쿠 파크타워, 도쿄 도청 건물의 사진이 배경으로 실려 있다. 이 포스터는 5만부 이상 서울시내 곳곳에 뿌려져 지하철·관공서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서울시 홈페이지에는 한꺼번에 비난의 글들이 쏟아지면서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서울시측은 7일 부랴부랴 해명자료를 사이트에 올렸다. 서울시는 "홍보물에 대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대행업체가 선진 도시의 도심부 이미지를 혼합해 사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이러한 서울시의 안일한 행정에 대해 네티즌 '방랑자'(ID)는 "단순한 실수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심하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버스를 타면서 일본에 있는 건물을 찾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지적했으며, '김필수'는 "아직도 대한민국이 일본의 식민지라고 생각하는가. 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밖에 "일본의 일장기를 연상케 하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 이어 이번에는 이상한 포스터가 널리 배포됐다"('정말로') "그러잖아도 독도 문제다 남해안 사건으로 국민들 감정이 좋지 않은데…"('이시민') 등 힐난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이미 배포된 포스터라 어쩔 수 없다"며 "수거할 계획은 전혀 없으며 7일부터 이미지가 아닌 정보 중심의 2차 포스터로 전면 교체해 나갈 것"이라고 사태 진화에 급급해했다. 서울시의 의뢰를 받아 이번 홍보 포스터를 제작한 브랜드웍스측은 "버스가 지나가는 도심의 이미지를 그리기 위해 건물 사진을 사용했는데 일본의 유명 건물인지는 미처 몰랐다"며 "광고를 부착한 후 얼마되지 않아 서울시측으로부터 사진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곧바로 2차 광고 시안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한상미 기자
[email protected] 기사제공 : 관련기사 새달 개편 서울버스 디자인 김혜옥 대표 [서울신문 2004-06-03 09:54] “빨강·파랑·노랑·초록 색깔의 버스를 나란히 늘어놓으면 음악적 멜로디를 연상하게 될 것입니다. 또 서울시내를 이동하는 역동적인 미술품을 감상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요.” 오는 7월부터 서울시내 버스운행 시스템이 확 바뀌면서 가장 두드러질 것은 갖가지 색깔로 새롭게 단장한 버스들이다. 색깔의 의미가 무엇일까.또 버스 옆에 붙인 영문자 ‘R’‘B’‘G’‘Y’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서울시의 의뢰를 받아 색깔과 브랜드 디자인을 직접 담당한 김혜옥(여·브랜드웍스 대표)씨한테서 여러 궁금증을 풀었다. 그는 “우리나라 공공시설의 색깔은 대부분 덕지덕지했다. ”면서 “청계천도 복원되고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른 서울이 뒤늦은 감이 있지만 국제적 도시로서 새로운 면모가 필요하다. 버스 색상의 변화도 이에 다름 아니다. ”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또 “색상,커뮤니케이션,도시환경적 측면을 고려하면서 남녀노소가 멀리서도 식별할 수 있는 색감을 선정했다. ”면서 “버스 옆구리에 새겨진 영문자는 브랜드를 의미한다. ”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브라질만 하더라도 버스색깔이 너무 아름다워 버스를 타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길 정도”라고 비유했다. 디자인을 완성하는 데는 3개월이 걸렸단다. 물론 유럽 등 외국 사례를 참고했다. 디자인을 끝낸 그는 요즘 버스회사 별로 새로운 색을 입히는 현장을 방문,색채 감리를 맡느라 바쁘다고 했다. 김 대표는 “영국과 독일의 경우 노랑과 빨강을 활용하며 이탈리아는 나무가 적은 도시의 특성을 고려해 버스외장의 색깔을 녹색으로 입혔다. ”고 설명했다. 서울 출생인 그는 예원여고를 나와 이화여대 서양화과 3년을 수료했으며 1990년 미 예일대 미술대학원을 졸업했다. 제 15·16대 대통령 취임식과 2003년 유니버시아드 대회의 엠블럼 디자인을 맡는 등 경력이 화려하다. 김문기자
[email protected] 기사제공 : ▼서울시 겨우 6000만원 주면서 “노선 디자인 바꿔라” 브랜드웍스가 서울시 버스 이미지통합 작업비용으로 받은 액수는 6000만원. 브랜드웍스는 지난해 3월 말부터 6월까지 사장 지휘 아래 기획팀 3명, 디자이너 5명 등 모두 9명이 달려들어 거의 매일 밤을 새우다시피 한 끝에 작업을 마쳤다. 6000만원은 조사비 및 재료비는 고사하고 이들 9명의 3개월치 임금에도 모자란다. 공공디자인에 지출되는 비용은 이렇게 터무니없을 정도로 적다. ‘공공디자인을 맡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는 논리가 지배하기 때문이다. 브랜드웍스 이정아 이사는 “서울의 얼굴을 만드는 일이다. 돈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논리가 언제까지나 통할 수는 없다. 또 대부분의 공공디자인은 시내버스나 차량번호판처럼 ‘생색나는 큰 사업’도 아니어서 ‘돈보다 명예’를 택하라고 요구하기 힘들다. 그런데도 공공기관들은 디자인 비용을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 공공기관의 각종 팸플릿 안내문 안내판 등의 제작은 입찰을 통해 전문업체에 맡겨진다. 그러나 이때 지급하는 비용에는 ‘기획비’ ‘디자인비’ 등의 항목이 아예 없다. 디자인은 최종제품에 딸린 부속물일 뿐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디자이너들은 그래서 독자적으로 일하지 못하고 인쇄업자나 간판 제작업자와 ‘함께’ 작업을 하면서 디자인 비용을 잘게 나눠 다른 항목에 끼워 넣는 실정이다. 건설교통부가 자동차 번호판을 다시 디자인하기 위해 윤종영 교수팀에 지급한 비용은 5000만원으로 업계 관행에서는 ‘상당한 편’이다. 하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일 뿐이다. “현재의 관공서 일처리 시스템에서 디자이너의 자존심은 설 땅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예산을 아낀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공공디자인에 참여하는 디자이너들이 인쇄업자와 간판업자의 부속물로 취급되는 상황 역시 비정상적인 것은 분명하다. 나성엽기자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 홍보물 제작사 이메일 “서울시와 버스운송조합, 그리고 각 버스 사업자 등 여러 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공공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컬러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기 위한 철저한 감리, 광고물 부착이나 노선 부착 등 여러 가지 변수에 대응하기 위한 디자인의 다양한 매뉴얼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서울시에서 자율적인 권한을 많은 부분 허용하여 문제 해결 과정이 비교적 수월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총책임을 맡은 브랜드웍스의 이정아 이사는 파랑, 노랑, 빨강, 초록이라는 네 가지의 컬러를 과감하게 버스의 시스템을 구분하는 요소로 활용할 수 있었던 이유를 달라진 정부의 정책과 태도에서 찾았다. 브랜드웍스의 다소 실험적인 시도에 서울시가 기꺼이 호응한 것은 무엇보다 디자인회사의 전문성과 감각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선, 간선, 도심순환, 광역급행의 네 가지 노선으로 변화될 버스의 기능을 시민들에게 쉽게 알리기 위한 방법을 고심하고 있던 터에 컬러로 이를 구분하자는 브랜드웍스의 아이디어는 유용한 해결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