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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
"한국군 차기 전차로 맹렬 추천! 스웨덴의 XX-20" - 1부
"기상천외의 관절 전차! 스웨덴의 XX-20" -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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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아침
일본의 전차 전문가들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일본은 산이 많아, 전차 기동이 힘들다.”
그런데 도쿄의 어느 아침, 고층 건물 호텔 방에서 한 번 일어나 봐라. 커튼을 열어젖히면, 도대체 산이 없다. 사방팔방이 밋밋한 평지이고 그 위의 건물뿐이다. 가까운 산도 언덕도, 먼 산도 없다.
*산이 어디 갔나? 남산, 북악산, 인왕산, 아차산, 도봉산, 북한산, 수락산 등등... 출처: ytimg.com
이런 나라가 전차 기동 운운한다면, 누구 앞에서 정말 문자 쓰는 거다. 대한민국에서 먼 산 안 보이는 데가 있나? 가까운 산, 먼 산, 다 보인다. 그래서 먼 산이라는 건 묘한 울림을 주는 우리만의 단어이기도 하다.
필자가 사는 서울 인접 경기도 아파트에서도 창밖을 보면 개천이 보이고, 산이 보이고, 그 앞으로 낮은 능선이 있는데, 나름대로 굽이친다. 작은 개천이긴 하나,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고기도 살고, 개천 변 너머엔 예쁜 독채 건물로 스타벅스도 있다.
그래서 아는 후배가 오면 이런 이야길 할 참이다.
“야, 우리 개천 너머 커피 마시러 갈래?”
“개천에 놓인 돌들도 밟고 건너가.”
그런데 개천이라는 게 뭔가? 간단하다. 계곡 물이 평지까지 내려와 이어지는 물길이다. 그리고 계곡은? 산자락 사이의 낮은 곳이다.
예전 산을 다닐 때 부르던 산 노래가 있다. 주로 밤에 부르는데, 산 사람들의 가슴을 애잔하게 만드는 노래다.
“비가~ 내리면 냇물이 흐르고, 냇물이 흐르면 산이 된다오~.”
냇물과 산, 골짜기와 강.
그래서 우리나라 지형은 가까이 건 멀리 건 간에 산이 있고 골짜기가 보이고 거기서 흘러내리는 개천이 있다. 서울 시내 어느 동네를 지날 때, 직선이 아니고 약간 구부러진 길은 그게 원래 복개된 개천일 수도 있다. 근처 산에서 발원되는 개천. 아니, 청계천도 수 십 년 동안, 자동차 다니는 길이었으니, 말 다하지 않았나?
얘기가 조금 다른 데로 샌 건 바로 우리 한반도에서의 기갑전과 전차 때문이다. 우리 국군의 K-1 시리즈와 K-2 흑표, 주한 미군의 M-1 에이브럼즈 등은, 아무래도 기동에 제한이 있을 거라는 뜻이다. 또 퇴역 중인 M-48 패튼도 마찬가지다.
*길이 없으면 개천으로도 간다! 국군의 K-1 전차! 출처: blogspot.com
M-48 패튼은 안 돼!
필자가 사는 신도시로 가는 길, 전철에서 내려 버스를 타면 약간의 비탈길을 올라간다. 언덕이다. 그리고 잠시 후 차창 너머로, M-48 패튼 탱크를 수 십대 ‘뎃포’ 해 놓은 게 보인다(숱한 차량이 지나가는 도로와 담벼락 하나 사이다. 또 지금은 전력 외로 구분된 것 같아, 보안 문제 등은 염려 안 해도 될 듯해 쓴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다. 잠시 뒤 새로 개통된 자동차 도로가 보이고, 입구엔 이런 게 쓰여 있으니까.
‘중량 40톤 이상은 안 됨. 통과 불가!’
그 수십 대 M-48 패튼이 현역으로 복귀한다 해도, 가지 못 한다. 패튼은 45톤이니까.
*예전의 우리 군 주력 전차, M-48 패튼. 출처: pinimg.com
그럼 어떻게 가야 하나? 산 옆으로 돌아간다. 물론 주변 산이 낮아 그리 불편한 것도 그리 먼 거리도 아니나, 어찌 됐던 접근이 빠르고 시간이 절약되는 최단 루트로의 이동이 자유롭지 못 한 건 분명하다.
대규모 기갑전이 불가능한 한반도
언젠가, 버스 여행 차 경기도 북쪽을 지나가는데, 낮은 언덕을 올라서니 비교적 넓은 들판이 보인다. 논이 있고 그 옆으로 얕은 산지가 있는 전형적 우리나라 풍경이다. 그리고 산지 사이의 도로는 예전에도 몇 번 지나갔었는데, 부대가 있었고, 그 부대는 기갑부대였던 기억이 있다. 아마 인근 사단 예하의 기갑부대인 모양.
헌데 그 부대 전차들이 큰 도로로 나오려면 논 사이를 흐르는 개천 다리를 꼭 건너게 돼 있다. 문제는 바로 그 다리다. 거리에서 자주 보는 ‘앞 4발 형식의 트럭’도 통과 못 할 정도의 작은 시멘트 다리니까.
거길 최저 45톤의 패튼이나 그 이상 되는 K 시리즈가 어떻게 통과할까? 통과 못한다. 그냥 주저앉는다.
그래서 다리 옆을 보니, 양쪽 둑 윗부분을 허물어뜨린 게 보였다. 유사시, 그곳을 사용해 넓은 주 도로로 올라붙으라는 거다. 큰 개천이 아니고, 작은 개천이라 통과에 별 문제는 없어 보였고 오히려 그건 또 자연스럽게 보이기까지 했다.
*물론 경기도 북부 그 다리는 아니다. 충북 괴산의 산막이 옛길 다리. 그러나 우리나라 어딜가든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며 다리다. 출처: cfile209.uf.daum.net
물론 국군에는 기갑 여단이 여러 개 있다. 그리고 그 여단들은 기동에 전혀 문제가 안 되는 곳에 주둔해 있을 게 틀림없다. 주변에 개천이나 다리가 없는 곳, 북한의 주 침공 로에다 전차들을 전진시킬 때 신속히 움직일 수 있는 곳. 그러나 분명한 건 한반도 지형이라는 게 대규모 기갑 전에 전혀 맞질 않고, 장거리 이동이나 넓은 에어리어에서의 기동 전투 시, 분명 제한을 받을 거라는 사실이다.
더구나 국군의 전차들은 죄다 메인 배틀 탱크 MBT급이다. M-48 패튼, K-1 국산전차 시리즈, X-2 흑표, 또 미군의 M-1 에이브럼즈 등, 죄다 메인 배틀 탱크로 두꺼운 장갑에다 대구경 포, 큰 엔진, 그래서 무겁고 사이즈가 크다. 경전차는 없다.
*미군의 M-1 에이브럼즈 탱크, 요즘은 60톤이 넘어, 우리나라 다리 중, 이 중량을 견딜만한 건 드물 거 같다. 출처: globalsecurity.org
국군의 경전차?
헌데 국군 장비 중, 굳이 경전차 클래스로 쳐 준다면(실제 경전차는 아니지만) 있기는 있다. BMP-3다. 러시아에다 빌려준 돈 대신 들여온 그쪽 보병 장갑차.
비록 저 초속이지만 100밀리 포와 함께, 대전차 가이드 미사일이 있고, 또 같이 불어있는 30밀리 기관포. 이 포탑으로 북한의 신 전차 빼고는 충분히 당해 낼 수 있다.
*국군의 BMP-3, 무장만큼은 상당히 강력하다. 100 포에다 그 옆의 30밀리 포. 그리고 주포 반대편에 소구경 기관총도 붙어 있을 텐데, 사진에선 보이지 않는다. 그뿐 아니다. 주포는 대전차 미사일도 쏠 수 있다. 출처: milidom.net
그러나 사이즈가 너무 크고, 장갑이 얇아 타격 전에선 매우 위험하다. 내 보낼 수 없다. 또 RPG를 대량으로 가진 북한 보병한테도 만만한 목표가 된다, 기본적으로 보병 전투 차라는 건, 병력을 실어 나르는 전장 터의 택시, APC에다 장갑을 좀 더 두껍게 하고, 무장을 강화한 거니까.
보병을 실어 나르면서도 나름대로 웬만한 화력을 가진 업그레이드 APC. 그런데 러시아 용병자들은 여기에다 한 수 더 또 1백 밀리 저 초속 포를 달아, 화력을 좀 더 강화했다. 그 게 바로 그 BMP-3다. 유럽 벌판의 기갑전에서, 나토 전차를 만나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한 중무장 전투차. 그러나 차 뒤쪽에는 보병들이 옹기종기 타고 있다. 그래서 BMP-3는 어디까지나 보병 전투차.
*중국에서 발대 된 한국군 BMP-3의 모델. 출처: findmodelkit.com
따라서 우리 국군의 BMP-3는 결코 경전차가 아니다. 보병이 전투할 때 이를 엄호해 주고 어시스트해 주는 강 화력 지원 장갑차?
그래서 스웨덴의 신형 전차 XX-20에 호기심이 간 것이다. 중량은 매우 적게 나가는데, 화력은 끝내준다. 그렇다고 해서 주력 전차로 쓸 정도는 아니나, 2선 전차로는 더 이상 없다. 한반도 어디든 거침없이 다니며, 120밀리 포를 쏘아 댈 수 있으니까.
*출처: ointres.se
스웨덴 무기들은 싼 편이다
XX-20의 도입?
물론 이것은 지나간 일이며, 또 필자 개인의 생각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스웨덴 무기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전투 환경, 전투 조건 등이 우리와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북쪽이 소련과 접하고 있고 전체적으로 반도 형태의 지형이 스웨덴이다. 그래서 잠정 적국 소련의 항공 공격이 시작되면, 분초를 다투는 대응이 필요하다. 그런게 다 종심이 짧은 우리와 비슷하지 않은가? 그래서 스웨덴 무기 시스템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반도에 안성맞춤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의 무기들이 유럽 들판이나 중동 등의 사막에 많은 이점을 가지게 만들어진 것과는 다르게 말이다.
더구나 스웨덴 무기들은 비싸지 않다. 전투기들을 봐도 그렇지 않던가? SAAB-35 드라켄도 동급의 초음속 전투기에 비해, 도입 가와 유지비가 리즈너블 하다. 서양인들이 잘 쓰는 리즈너블한 가격. 충분히 납득할 만한 아주 좋은 가격!
*와우! 더블 델타 드라켄, 드라켄은 스웨덴어로 드라곤, 용이다. 출처: pinimg.com
드라켄 도입국인 핀란드, 덴마크는 코스트 퍼포먼스의 좋은 전투기를 운용한 것에 대해 매우 흡족해했다. 그리고 3번째 도입국인 오스트리아는 스웨덴 공군이 사용했던 중고기를 수리해 들여와 훨씬 더 싼 가격이었다. 그리고 인상적인 건 스웨덴에서 비행 훈련할 때 빼놓고는, 들여온 기체 모두 다 퇴역시킬 때까지 단 1대도 상실기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사고 제로!
*오스트리아의 드라켄, 그들로서는 최고의 전투기였다. 그런데 처음부터 중고기였기에, 기체 수명 등을 생각, 다른 전투기로 교체를 해야 되는데, 그게 F-5E 타이거! 타이거가 좋은 전투기라는 게 여기서도 드러난다. 출처: airliners.net
그것은 원래의 영국제 롤스로이스 ‘에이본’을 라이센스한, 스웨덴 국산의 볼보 엔진에 치명적 고장이 생기지 않는다는 얘기도 되지만, 전체적으로 ‘메이드 인 스웨덴 제품’의 우수성을 나타내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리고 SAAB-37 코 델타 빅겐. 이 기체에 대해선 외국 항공 서적에 자주 나오는 얘기가 있다.
“세상의 모든 마하 2급 전투기 중 가장 싸다.”
*카나드 델타 SAAB-37 빅겐! 천둥 벼락이란 뜻이다. 이착륙 성능은 초일류, 그 외의 다른 성능은 일류! 그런데도 기체 가격은 저렴했다. 출처: img.bemil.chosun.com
그리고 전투기 JAS-39 그리펜.
지금 동 세대의 전투기 중 기체 가격과 유지비가 가장 경제적이지 않나? 그래서 헝가리, 체코, 남아공은 도입 및 리스, 아시아에선 태국, 또 브라질에서의 프랑스 라팔과의 물고 물리는 세일즈 전쟁에서 승리, 브라질 공군 마크를 달고 남미 하늘을 누비게 됐다.
*JAS-39 그리펜(사자 몸에 독수리 머리의 괴수). 이 전투기 이거 뭐라고 평할까? 그리펜이라는 이름과 달리, 작고 암팡지며 공중전 스킬이 뛰어난 전투기? 그러나 유지비는 동 세대 어떤 전투기보다 뛰어나다. 출처: wikimedia.org
아마 스웨덴 무기들이 싼 것은, 나라 자체가 군사 대국도 아니고, 돈 많은 나라도 아닌 일개 소국이라, 고급이면서 비싼 무기를 지양하고 예산의 허락 내에 개발하고 생산해야 되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니까 경제적인 무기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구조. 비싸고 고급인 무기를 만들어 봤자, 나라 재정이 감당 못 하니까.
이런 이유로 스웨덴의 전투기들은 독특한 형태가 많은데, 이는 성능은 성능대로 뽑아 올리면서도 예산의 압박을 견뎌내는 절묘한 밸런스와 그것들을 뒷받침하는 설계자들의 창의성과 기술이 합쳐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웨덴 전투기 개발자들을 미국의 개발자보다 한 수 위로 쳐 주기도 한다. 쉽게 말하면.
“돈 많으면 누가 그렇게 못 만들어?”
그들은 예산의 압박 하에 걸작들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SAAB-37 빅겐이지만 전투기는 아니다. 37 뒤에 A가 붙는 전문 공격형 빅겐이다. 한 개의 기체를 플랫폼으로 해 여러 가지를 개발한 그 좋은 예다. 출처: aerospaceweb.org
그렇다면 XX-20도 당시로서는 기술적 난이도를 극복하고 만들어 냈어도, 그리 비싼 전차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상당한 경량 아닌가?
전투기 세계엔 이런 말이 있다.
“기체의 무게가 곧 그 전투기 가격이다.”
중(重) 전투기는 비싸고, F-5A 같은 경(輕) 전투기는 싸지 않던가? 마찬가지다. 20톤 대의 XX-20은 요즘 들어 60톤을 넘는 전차들보다 훨씬 경제적인 가격일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비싸기로 이름난 우리 국군의 K-2 흑표, 확실한지는 모르나 세계의 모든 전차 중 2번째라 한다(대당 900만 달러?). 그 위의 유일한 톱 랭커는 미국의 M-1 에이브럼즈.
따라서 필자 개인의 경솔한 계산으로는 XX-20 도입가가 K-2 흑표의 3분의 1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흑표 1개 중대 분은 XX-20의 1개 대대.
그런 싼 도입가에도 불구하고 이 경량의 이 하이 테크닉 전차는 한반도의 전투 상황에 부합되는 면이 많다고 생각된다. 북한 기갑부대가 내려올 경우, 경기도나 강원도 지역 어디에도 거리낌 없이 기동 하고, 가을 추수가 지나면 어느 논밭 위로도 지나갈 수 있다.
전차 중량이 땅으로 내려 누르는 접지압에 있어서 매우 좋기 때문이다. 더구나 논둑에서 포탑은 내놓고, 차체는 구부려 자기 뒤에 위치하게 한 후, 120밀리 포를 쏘아댄다. 강둑이나 제방에서의 전투도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다. 병사들이 전투할 때, 머리만 내놓고 쏘는 격이다.
*이게 관절 전차 1 개천 폭이 좀 넓을 경우, 충분히 포탑만 내놓고 쏠 수 있다. 출처: pinimg.com
그런데 무게가 20톤 대다. 여타 한반도에서 굴러다니는 전차들이 50톤 아니면 60톤 대. 따라서 독특한 SF적 기갑체, 그야말로 한반도 기갑 전에 특화된 전차 아닌가?
(4부로 이어집니다.)
김은기의 커피테이블 토크
*제공 @wenaon
XX-20 시리즈가 많이 늦어진 이유들이다.
글을 쓰다 보니, 개인 얘기 비슷한 걸로 시작되는 부분이 있어, 망설임이 발동 되기도 했다. ‘무슨 개천 가는 내 얘기를...’ 그러나 ‘이런 게 또 밀리터리 칼럼 아닐까?’ 우리나라엔 거의 없는 소담한 이야기도 나누는 칼럼 형식. 그래서 좀 정리를 한 뒤 앞부분에 그대로 올린다. 거부감 갖지 말고 읽어 주시길.
4부는 S-전차의 명칭에 대한 이야기, 글이 넘쳐 차후로 미룹니다. 3부 글기에 연이어 아들에게 보내놨으니 금새 올라가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