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가까이 일본에 살고있는 여자사람입니다.
어머니가 저를 임신 중일 때 닭만 먹는 입덧을 하신 덕에(1일 1닭 하셨다고 함) 어렸을 때부터 아토피를 안고 살았지만, 성인을 넘어 중년으로 향해 가고 있는 지금은 극심한 건성과 나이로 인한 기미 이외에는 큰 고민 없이 살고 있습니다.
건성은 일생 함께 해야할 친구같은 느낌이긴해도 환절기가 되면 유독 심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가장 먼저 시도하는 건, 약 10분 정도 걸리는 클렌징 풀코스입니다.
화장 잘 아시는 분에게는 상식일 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혹시 모르는 분들도 있을것 같아서 술 한 잔 한 김에 써봅니다.
8년 전 한겨울을 나고 있던 어느 날, 그 땐 아직 20대일 때라 지금보다 피부 세포 하나하나가 탱글탱슬 살아있을 때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갑자기 귀 밑을 기준으로 얼굴 아래쪽이 가렵고 빨개지면서 각질이 미친듯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보습크림을 살까 우짤까 싶어서 자주가던 화장품 매장에 상담을 하러 갔더니 "클렌징을 바꿔보세요"라고 하더라구요.
건성 피부에 가장 추천할만한 건 클렌징크림이라고 하면서, 클렌징크림의 올바른 사용법에 대해 알려주었는데,
저한테는 잘 맞는 것 같아서 지금까지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순서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손씻기. 포인트 메이크업은 전용 리무버로 지우기.
2. 적정량의 클렌징크림을 덜어서 얼굴에 골고루 펴 바른 후
검지/중지/약지 세 손가락의 첫번째 마디만으로 작은 원을 그리면서 둥글둥글 굴립니다.
"얼굴 표면을 문지르는 게 아니라, 얼굴의 솜털을 문지르는 느낌"으로 손에 힘을 주지 않고 꼼꼼하게 굴려줍니다.
제품에 따라서는 초반에 약간 뻑뻑해지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경우 피부에 자극이 되지 않게 더욱 힘을 빼고 굴려주어야합니다.
중요한 건, 언제까지 문지르느냐인데, 크림이 모두 오일로 변할 때까지 문지릅니다.
이걸 “오일화”라고 합니다.
이건 감각적인 거라, 글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긴 한데요, 위의 방법처럼 손가락 끝으로 굴려주다보면
어느 순간 제형이 오일로 변하는 게 손가락 끝에서 느껴져요. 약간 뻑뻑하던 굴림이 갑자기 확 부드러워지거든요.
특히 콧망울이나 이마처럼 기름이 많은 부위에서 오일화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이 방법으로 화장을 지울 때 가장 귀찮은 게 이 오일화입니다. 평균 3분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정말 신기한 게, 전체적으로 피부 상태가 좋을 때는 오일화에 시간이 별로 안걸리는데,
상태가 헬이다 싶으면 5분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어떨 땐 아예 오일화가 안되다가 크림이 엄청 빡빡해져서 피부에 마찰을 느끼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땐 크림을 추가합니다.
목욕탕처럼 습도가 높은 곳에서는 오일화가 안됩니다. 왜안되는지는 몰라요. 그냥 안되더라구요.
3. 크림이 다 오일화 되면 촵촵 씻으면 되는 거 아니냐 싶겠지만, 아닙니다.
사용한 크림의 양이 많은 경우, 티슈로 한 번 찍어 줍니다. “닦는”게 아니라 “찍는” 겁니다.
티슈를 반으로 접은 후, 얼굴에 대고 가볍게 눌러주는 겁니다.
4. 이제 진짜 그냥 촵촵 씻으면 되는 거 아니냐 싶겠지만, 아닙니다.
먼저, 양손에 물을 묻힌 다음, 얼굴을 가볍게 문질러줍니다.
물을 손으로 퍼서 씻는 것이 아니라!! 물을 묻힌 손바닥으로 표면을 만지는 겁니다.
그러면, 물과 오일이 만나서 로션처럼 변합니다. 이걸 “유화(乳化)”라고 합니다.
묽은 클렌징 로션을 얼굴에 도포한 것과 비슷한 모습이 됩니다.
이렇게 한 번 물을 묻힌 손바닥을 얼굴에 대어서 유화시킨 후 손가락 끝마디로 가볍게 롤링하는 걸 반복해서
얼굴의 모든 오일을 유화시킵니다.
이건 클렌징크림이 아니라 클렌징오일로 화장을 지울때도 마찬가지예요.
유화 과정을 제대로 안하면, 클렌징크림이나 오일이 제대로 씻기지 않아서
얼굴에 뻑뻑한 기름기가 남는 느낌이 들다보니 비누로 안씻으면 찝찝해지더라구요.
5. 따뜻하거나 미지근한 물로 얼굴에 떠있는 로션을 씻어냅니다.
이 과정에서, 샤워기를 쓰시는 분들은 샤워기 물줄기를 직접 대지 마시고 손에 받아서 씻는 것이 피부에 자극을 덜 줍니다.
저 같은 경우, 흐르는 물을 손에 받아서 얼굴을 씻는 과정을 최소 30번 이상 반복합니다.
여기까지 하고나면 비누세안 안해도 얼굴이 아주 말끔한 게 느껴집니다.
저는 비누세안을 잘 안하지만, 하고 싶은 사람은 쫀쫀하게 거품 내서 세안하시구욤.
이렇게 하면요… 보통 10분 정도 걸립니다. 썩을 것.
주7회 음주가 생활화된 제게 클렌징 10분은 사실 매일 할 수 있는 작업은 아닙니다.
그래서 평소에는 클렌징오일, 클렌징리퀴드, 클렌징티슈 등등을 구비해두고 그날 그날 기분에 따라 바꿔씁니다.
그래도 환절기에 피부가 지랄을 하기 시작하면, 클렌징은 꼭 크림으로, 오일화와 유화를 꼼꼼히 지켜서 화장을 지웁니다.
그럼 확실히 낫더라구요.
제가 저 방법을 배웠을 때 사용한 클렌징 제품은 일본 KOSE사의 Predia라는 라인의 머드가 들어간 클렌징크림이었어요.
지금도 팔더군요. 한 통 4천엔. 8년 전에도 비슷한 가격이었는데…
아무래도 점원이 방법을 알려주면서 사용했던 제품이라 그런지, 사실 좋긴 참 좋습니다.
오일화 될 때 아주 드라마틱할 정도로 감촉이 확연히 달라졌던 게 아주 놀라웠던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가격이 좀 비싸죠... 그래서 결국 이것저것 바꿔쓰게 되었습니다.
한국 제품 중에는 페이스샵의 미감수 라인 클렌징크림이 좋았던 것 같네요.
세 통 썼는데, 얼마 전에 한국 다녀오면서 또 한 통 사왔어요 ㅎㅎㅎ
오일화 되는 게 좀 뜨뜨미지근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걍 무난했어요.
오일화가 잘되냐 안되냐로 성능이 구분되는 건 아니지만,
폰즈 클렌징크림은 정말 오일화가 안되어서 얼굴껍질 벗겨질때 까지 문지르다 포기했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딱히 궁금하시진 않겠지만, 8년 전 제 피부가 귀 밑쪽이 가렵고 각질이 일어났던 건,
막 사귀기 시작했던 남자친구 수염에 쓸려서 그런거였어요.
한창 불탈 때라 키스만 한 시간 넘게 부비적거렸더니 피부가 배길 수가 없었나봐요.
남자친구가 수염깎고, 키스시간도 줄다보니 괜찮아 졌어요.
그 남친이 지금은 남편이 되었는데, 8년이 지난 지금, 머리숱은 줄었는데
수염은 오히려 울창해져서(머리에서 남은 영양이 수염으로 내려오나?) 요즘도 아프네요. ㅎㅎㅎ
이젠 예전처럼 날 위해 면도도 해주지 않고 오히려 수염을 기르는 중이라 수세미가 따로 없어요.
그래도 예전보다는 저도 요령이 늘어서 지금은 얼굴이 까질 정도는 아니에요...
세상에 요령으로 안되는 게 있나요...
엄... 이제 목욕하러 가야하는데 이 글을 어떻게 끝내지?? 뾰...오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