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은 월100만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는 최대 성수기다. 정부가 실내온도규제를 하면서 호텔에서는 열대야에 잠못 이루는 외국인 투숙객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홍콩 S호텔 홍보담당자인 리타 로우씨는 지난 8일∼11일 서울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1박당 14만원을 주고 서울 명동 밀리오레 인근 비즈니스호텔에서 묵었는데 위치도, 서비스도 마음에 쏙 들었다.
하지만 호텔 투숙 첫날 밤 로우씨의 생각은 완전히 달라졌다. 심야 무더위로 숙면을 취할 수 없었다. 호텔 프론트에 에어컨을 켜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 규제로 중앙 냉방시스템을 가동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실내온도를 26도 이상으로 제한하는 정부의 에너지정책 탓에 호텔업계가 비상에 걸렸다.
쾌적한 에어컨 냉방 환경에 익숙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호텔 객실을 비롯해 레스토랑, 카페 등에서 더위를 호소하고 있는 것.
특히 중앙 냉방시스템을 갖춘 중저가 비즈니스호텔은 투숙객들의 불만이 폭주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A비즈니스호텔 관계자는 "중앙 냉방시스템이 26도라고 인지하면 에어컨 가동을 멈추기 때문에 밤마다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아무리 자세히 설명해도 정부가 실내온도를 제한한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 눈치"라고 토로했다.
B비즈니스호텔 관계자는 "지난주에 투숙했던 한 캐나다 관광객은 친구들에게 여름엔 절대로 한국에 가지 말라고 전하겠다며 엄포를 놨다"며 "매년 되풀이되는 전력난이 국가 이미지를 깎아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객실에서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특급호텔은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로비, 카페, 레스토랑, 연회장 등에선 고객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C특급호텔 관계자는 "전력 비상 상황이 해제되는 밤 시간이라도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며 "큰 기대를 하고 한국을 찾은 고객들이 실망만 돌아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