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외증조부는 고지식한 분이셨다고 합니다 무뚝뚝하시긴 했지만 엄마말을 들어보면 가부장적이거나 꼬장이 있거나 하시진 않으시고 자신의 철칙을 중시하셨더 분이신듯 합니다
어느날 증조부께서 옆마을장에 가시게됬는데 그 당시답게 옆마을에 가려면 산 하나를 넘어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볼거리도 많았던지 해가 질쯔음에야 집에 갈준비를 하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외조모께 주실 선물을 싸들고 산을 넘는데 해가 금새져버려서 깜깜해 졌기에 서두르고 계시는데 앞길에 보자기 하나가 주름하나없이 말끔하게 펴져있더랍니다 당시에 그런 고운보자기는 고가에 물건인데다가 길 전체를 덮고있어 누군가가 밟고가거나 훔치거나할 상황이었죠 하지만 고지식한 증조부께서는 주인이 찾으러 가겠지 싶으셔서 보자기를 피해서 풀숲쪽으로 빙 둘러서 가셨답니다 보자기를 접어서 다른쪽에 두거나 가져갈 생각도 안하시고요 발끝으로 건들지도 않으셨답니다 그냥 주인있는 물건이겠거니 하셨답니다
그렇게 다시 가시는데 이번엔 책뭉치가 놓여있더랍니다 척 봐도 귀한 새책같은데 아까 보자기도 그렇고 이건또 누가 놓고갔나 하시고는 앞서 했던건처럼 책을 건드리지고 않고 그 주위를 빙 둘러가셨답니다
얼마쯤 걸으니 저 밑쪽으로 마을 불빛이 희미하게 보이더랍니다 얼마 안남았구나 하시면서 걸음을 옮기는데 이번엔 고운 비단보가 길 전체를 덮고 있더랍니다 앞전처럼 누가 이런 물건을 자꾸 놓고가나 하시며 또다시 그 주위를 빙돌아가시는데 그순간 갑자기 한기와함께 뒷머리가 붕뜨는 느낌이 드셨답니다 그길로 이유없는 공포와 한기를 느끼다못해 여길 벗어나지 못하면 죽는다는 생각이 들어 구르듯이 산을내려가다가 마을입구에에있는 첫번째 집으로 바로 달려가 문을치면서 살려달라 소리치셨습니다
그집에는 증조부의 누나 두분이서만 살고계셨다는데요 누나 두분은 과부로 일찍 남편을잃은 사람들끼리 살자며 마을입구에 살고계셨답니다 두분이 그날저녁에 잘 준비를 하시는데 갑자기 문이 거칠게 두들겨지면서 왠 남자가 살려달라고 소리치는데 잘 들어보니 동생목소리인거에 놀라 문을여니 그 고지식하고 무뚝뚝한 동생이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숨넘어가기 직전인걸보고 놀라셨답니다 물을떠오고 이부자리를 피고 진정하라고 무슨일이냐고 묻는 두분께 증조부께서는 산에 있었던 일을 얘기하셨습니다 그리고 묵묵히 듣고있던 두분이 나중에 해주신 이야기에 증조부께서는 다시한번 놀라셨는데요
옛날 이야기중에는 누명을써서 자살한 여인들의 이야기가 많이있잖아요 다 아실분은 아시겠지만 정말 옛날에는 그렇게 죽은 여인들이 드물지 않았다고합니다 보통은 그런일이 있으면 다들 쉬쉬하고 그랬는데 한번 그 산중턱쯔음에 목매단 시체가 발견됬던적이 있었고 역시나 다들 말을아끼면서 그냥 어영부영 넘어가게됬담니다 그뒤로 저녁쯔음에 산을타다가 죽는 사람이나타나기 시작하더니 그 목매단 여인이 사람들을 죽인다는 말이 간간히 들리고 있다고 하더랍니다 누군가 길을가다가 증조부때처럼 길에있는 물건을보고 탐내서 훔치든 건들이거든 하면 바로 땅에 매다꽂아 죽인다는 겁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입니다만 후에 이것과 관련되 꿈을 몇번 꾼적이 있습니다 길한가운에에 천이 말끔하게 펴져있고 좌우는 검게보이더군요 처음에는 왜 길한복판에 천이 있지 하고 딴데로 옮기려다가 갑자기 증조부 이야기가 떠올라 천에 닿지않도록 조심해서 돌아갔습니다 아무리 꿈속이었어도 그 검은곳을 지나가는것만해도 오싹했습니다만 실제로 산속을 둘러가셨던 할아버지는 도데체... 다시 천쪽을 돌아보니 길에 주름하나없이 펴져있는 그 천이 매우 기분이 나쁘더군요 전 이야기를 이미 알고있기때문에 무섭더라도 어둠속을 둘러서 갔지만 만일 처음에 생각했던대로 천을 옮겼으면 전 과연 어떻게 됬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