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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소설] 도망치는 여자(언데드 대장정) Prologue
게시물ID : wow_385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듣고있냐
추천 : 3
조회수 : 60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4/05 15:4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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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Prologue


시인들은 흔히 세계의 다양한 색채와 아름다움을 노래하곤 한다. 그러나 사실 세계는 언제나 잿빛이었다. 사방에 번식하고 만개한 생명들과 야생신들, 찬란한 문명을 꽃피우는 수많은 종족들, 그리고 영원히 끊이지 않을 생명의 청사진으로 존재하는 에메랄드의 꿈. 하지만 그녀는 단 한번도 그런 것들을 보지 못했다. 경험하지 못했기에, 그것은 실존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그녀의 눈에 들어오고 있는 것은 비현실적이지만 왠지 익숙한, 색을 잃어버리고 온통 회색으로 빛나는 숲과 연못이었다. 하늘에는 모든 것을 조용히 삼켜가고 있는 듯한 소용돌이가 서서히 몰아치고 있었지만 그녀는 어떤 두려움도, 사실은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것들은 그녀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그녀는 그 색을 잃어버린 세상에서 묘한 안정감을 느꼈다. 그동안 한번도 그녀와 상관없이, 세상의 모든 잿빛은 그녀에게 몰아줘버리고 그저 밝게만 돌아가던 세상이 이제서야 그녀와 어울리는 느낌으로 하나가 된 것이다. 비로소 모든 것이 끝나버린 듯한 느낌에 그녀는 진심으로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나 바라던 모든 것이 마련된 잿빛 세계에서 그녀는 자신이 바라던 마지막 한가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망각. 그리고 소멸. 모든 것이 의미를 잃어버리고, 마지막으로 소멸해야 할 것은 그녀 자신이었다. 그렇게 서서히 사라져가기를 바랬다. 그러나 그 완벽한 세계에서 그녀의 자아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더 강하게 스스로를, 그 저주받은 삶을 인식하는 듯 했다. 황망히 수면위에 머무른지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무엇인가를 느꼈다. 그녀의 것이 아닌 어떤 강한 힘이 그녀를, 영혼인지 관념일지 모를 그녀의 존재 자체를 지배하려 하고 있었다.  무엇인지 모를 희미한 속삭임과 동시에 서서히 자아가 희미해져 갔다. 이것은 그녀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원한 것은 자아의 소멸이었지, 주도권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알 수 없는 힘이, 또다시 그녀를 휘두르려 하고 있었다. 끌려가는 것을 느꼈다. 휘둘리는 것을 느꼈다. 원치 않은 것이었지만, 저항할 수 없었다. 그녀의 삶에는 저항이라는 단어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존재하더라도 대부분 의미 없었을 것이다. 그녀가 살아왔던 세계에서 개인이라는 존재는 너무나 보잘것없는 작은 존재였다.
 


물론 그녀의 세상에도 영웅이라 불리는 존재들이 있었다. 운명을 거부하고, 자신의 존재를 찾아내며, 시대와 세계에 이름을 떨치는, 그런 영웅들이 수없이 존재하는 세계에 그녀는 살았었다. 그러나 그런 영웅이라는 자들의 흔한 말로는 타락이었다. 타락하고, 배신당하고, 종종 비참하고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그녀가 살아온 세계였다. 저항할 수 없는 폭력과도 같은 그 세계라는 것이 남들보다 약하고 보잘것 없었던 그녀에게는 더욱 강하게 작용했다. 그렇게 그녀의 영혼은 휩쓸리고 또 휩쓸렸다. 그렇게 얼마나 휩쓸렸는지를 거의 잊어갈 무렵, 잿빛 숲의 구석진 묘지에 누워있는 작은 여자가 보였다. 그녀를 위한 감옥이었다. 그녀를 기다리는 간수가 보였다. 비로소 도망쳤다고 생각했지만 세계는 굶주린 사냥개처럼 그녀를 쫓았다. 이제 다시 감옥의 죄수가 되어 삶이라는 온갖 고문을 버텨내야 할 것이다. 보이지 않는 사슬이 이미 그녀의 사지를 옭아매고 있었다. 절규조차 나오지 않았다. 체념하듯 운명을 받아들인 그녀의 목을 마지막 사슬이 졸라매고 있었다. 사슬이 그녀를 서서히 감옥으로 끌고 들어갔다.
 
서서히… 서서히…
 
 
 
 
 
 
 
 
의식이 사라져갔다…...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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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데드를 주인공으로 하는 팬픽입니다. 항상 wow 팬픽을 써보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도전해보게 되네요. 많은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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