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마다 페트병 재활용 안된다고 난리입니다.
예전에 페트병 재활용 업체를 운영해본 입장에서 그야말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 밖에 안나옵니다.
(저는 3년쯤 운영하다가 정리하고 지금은 다른 일 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페트병의 재활용 구조를 보면...
1. 가정/아파트에서 플라스틱 분리수거하여 선별장으로...
2. 선별장에서 페트병만 분리하여 분쇄/세척업체로...
3. 분쇄/세척업체에서 9~13mm flake로 분쇄 후 세척하여 펠렛공장으로...
4. 펠렛공장에서 녹여서 쌀알크기 pellet으로 만들어 섬유공장으로...
5. 섬유공장에서 실(string)을 제작...
일단 품질을 악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페트병의 색상입니다.
막걸리병이나 사이다병처럼 녹색색소가 들어간 페트병은 결과적으로 녹색 펠렛이 되는데,
섬유공장에 가면 투명 펠렛에 비해 가격이 절반도 안됩니다.
투명한 병이라고해도 표면 자체에 인쇄가 되어있으면 물세척과정에서 유성잉크가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펠렛의 품질을 떨어뜨립니다.
맥주병은(갈색)은 그보다도 가격이 더 낮은데다가, 3겹 중 가운데에 나일론층이 있어 더욱 재활용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분쇄/세척업체도 컨베이어를 놓고 투명, 녹색, 잡색(맥주+빨강+노랑 기타등등)으로 고른 후에 분쇄합니다.
만약 병 자체는 투명으로 만들어 표면인쇄 금지하고, 색상은 라벨로만 구현하게 강제하면 재활용의 효율이 훨씬 올라갈겁니다.
또하나의 문제는 뚜껑과 라벨 재질입니다.
병을 Flake로 만드는 것은, 물리적으로 페트병을 갈아내서 물로 세척하는 것이 기본적인 과정입니다.
분쇄 이후 세척할 때 염도가 맞춰진 세척수 안으로 flake를 통과시키는데,
이때 비중 차이를 이용해 PET(병 재질)는 가라앉히고 PE(뚜껑 재질), PP(라벨 재질)을 띄워서 분리합니다.
그런데 몇몇 막걸리업체에서 병뚜껑을 알미늄으로 만듭니다.
이게 물에 가라앉아서 분리가 안됩니다. 알미늄은 자석에도 붙질 않아서 한번 분쇄기에 들어가면 Flake 품질은 끝난겁니다.
그래서 병 하나하나마다 뚜껑과 연결고리를 니퍼로 모두 따서 제거해야 합니다.
이 인건비를 생각해보면 정말 어이가 없죠. 병을 만드는 사람들은 이런 점을 예상치도 못했을겁니다.
또한 라벨이 PE나 PP가 아니라 PS 재질인 경우도 있는데, PS도 물에 가라앉아서 PET에 섞입니다.
근데 이 놈이 녹는 점이 PET보다 낮아서, 나중에 Flake를 녹여서 펠렛 만들 때 아예 새까맣게 타버리면서 품질을 떨어뜨립니다.
그리고 버리는 사람들에게도 문제가 있습니다.
분쇄업체에서 병을 갈면 안에 남아있던 물이나 음료수는 전부 빠져나가고 Flake만 남게 되는데,
분쇄업체가 고물상이나 선별장에서 페트병을 사올 때에는 무게로 달아서 사오기 때문에 이 잔류음료가 모두 날아가는 돈입니다.
500ml 빈 페트병 하나가 20g쯤 하는데, 물이 1/5만 남아있어도 이 무게가 100g 입니다.
결국 120g어치 돈 주고 사와서 20g 페트만 남는거죠.
특히 겨울에 얼어붙은 채로 들어오면 무게 손해를 떠나서 분쇄기가 칼날이 나갑니다.
그래서 얼음 들은 병들은 뒷마당에 한없이 쌓아놨다가 봄철에 녹고나면 분쇄기에 넣습니다. 그동안 쥐랑 벌레 들끓죠.
페트병 버릴 때에는 꼭 내용물 모두 비워서 버려주세요.
제가 이렇게 장황하게 내용을 쓴 이유는,
이런 문제가 업계에서 대두된지 벌써 십수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정책적으로는 하나도 반영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책상머리에 앉은 공무원들은 지저분하다고 생각하는지 현장에는 좀체 얼굴도 안비칩니다.
골치아픈 일들은 전부 협회에 위임하고, 그냥저냥 숫자집계나 하고, 신규업체 인허가 받을 때 어깨에 힘 빡 주고...
업체들 대표해야 하는 재활용협회는 분담금 받아서 나눠주는 권력 다툼에나 관심있지 개별업체는 죽거나 말거나...
그러니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리가 없죠.
지금 시끌시끌하니까 조만간 대책 같은 것 나올거라고 예상하시겠지만, 실제 현장 경험해보니 우리나라는 아직 택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