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마타'에 여러 뜻이 있습니다. 영국의 수학자 엘런튜링이 고안한 집합 이론을 뜻하기도 하고, RPG게임 제목이기도 합니다.
제가 만드는 오토마타는 '움직이는 기계인형' 입니다. 기술/과학 시간에 쓰이는 교구이기도 하고, 갤러리에 전시되는 예술작품이기도 하지요.
얼마 전, 제가 사는 대전에서 오토마타 전시를 열었습니다. <봄>을 주제로 한 전시에 위의 작품을 출품했죠.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다가 그만두고 오토마타 창작과 강의를 전업으로 한지 1년이 되었는데, 단체전이지만 첫 전시라 잘 하고 싶어서 몇 달을 고생 했습니다.
<테미공원에 벚꽃이 내리면>은 기어를 주 메커니즘으로 활용한 작품이고, <나비정원>은 '크랭크'를 주 메커니즘으로 활용한 작품입니다. 기계 관련 전공을 하셨거나 자동차, 자전거에 관심 있으면 크랭크가 익숙하시겠지요..
새로운 메커니즘을 작품에 활용할 때면 시행착오가 너무 많아서 참 힘듭니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하는데엔 한계가 있는데, 제가 3D툴을 못 다루거든요.. 2018년 목표가 '3D툴에 익숙해지기'인데 잘 안되더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입니다만 불륜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 전시하기가 좀 곤란합니다. 3~4년쯤 후에 19금 소재의 작품이 많아지면, 따로 모아서 성인 관객을 위한 전시회를 열어볼까 생각 하고 있습니다.
그림책의 한 장면을 오토마타로 만드는 작업도 해 봤습니다. <까까똥꼬>시리즈라고, 애들이 참 좋아한다던데... 원화가 있으니 아이디어 짜는데 시간이 덜 걸려서 비교적 쉽게 작업 했습니다.
가끔이지만 기관에서 의뢰가 들어오기도 합니다. 위 작품은 대전하이테크페어라고, 대전시에서 하는 행사에 납품한 작품입니다. 나름 스토리도 있는데 사람들이 귀기울여 듣진 않더군요 -_-;;
"달에 사는 토끼가 지구에 놀러 왔습니다. 워싱턴도 베이징도 아닌 대전 한빛탑에 착륙했어요. 대전이 과학의 도시니까"
(사실 '대전' 하면 성심당 튀김소보루가 가장 유명하긴 합니다만...)
이건 오토마타를 전업으로 하기 전에 만든 작품입니다. 작업실이 없어서 CNC라우팅 업체 작업실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만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작품 만드는게 힘들거나, 더 나은 작업실에 대한 욕심이 생기면 이 때 생각을 합니다. 작업 공간도, 공구도 없던 이 때에 비하면 지금은 얼마나 상황이 좋아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