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룹에서 그녀는 존재감이 큰 사람이 아니었다.
나 또한 그렇게 관심있지 않았다. 우리는 대화를 나누며 4인이서 걷고 있었다.
앞에 두명, 뒤에 두명
재밌는건 우리 그룹에서 아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길을 걷다보니 나는 모르는 여자애와 함께 길을 걷게되었는데 그 여자애는 나에게 팔짱을 끼었다.
호감이 없었지만 우리는 급격히 가까워졌다. 그런데 난 그녀의 이름도 몰랐다. 다만 그녀가 어른스럽게 느껴질 뿐이었다.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덧 내 자취방에 같이 들어오게 되었는데, 서로간 자기 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녀의 이름은 김학사, 나이는 24이었다. 나는 그녀보다 5살이 많았다. 의외였다. 그녀의 의젓한 모습에 나보다 누나일 것 같았다고 생각했는데
나보다 어렸다. 그것도 무려 5살이나.
나는 장난스레 학사만 하셨나고 석박은 안하시냐고 물어보자. 교수님도 그런 농담을 했다며 진저레를 떨었다.
내 자취방의 구조는 원래 가정집인데 문을 막아서 원룸으로 만든 공간에 신발장만 임의로 만들어 두었다. 그래서 현관문을 열자마자 주거공간이 나타나는 그런 구조였다.
나는 먹을것을 찾으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매형의 친절함에 대해서까지 얘기가 나올 무렵, 어떤 걸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문을 두드려서 나에게 필요한게 있다며 가져갔는데 침대에는 여자의 긴 머리털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의 머리는 벗겨져 있었다.
침대 머리맡에 걸쳐진 긴 머리카락은 학사의 머리카락과 조화되었지만 어느정도 대비되어 다행히 헷갈리지 않았다.
걸인이 나온뒤로 나는 전자레인지를 작동시켰는데 특이하게도 물이 나오는 식의 전자레인지였다. 난 물을 끄는법을 몰라 허둥대면서 전자레인지에서 흘러나오는물을 걸레로 닦고나서 방문을 열어 다른 방에서 걸레를 찾으려고 했는데
문득 열려서는 안될 방문이란걸 깨달았다. 다른 가정집이 나왔고 복잡한 나의 방보다는 아주 말끔한 장소가 나왔던 것이다.
그렇게 주거침입을 하다가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학사는 이제 온데간데 없었다.
나는 꼬여버린 이 꿈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하고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