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소설 1화>
무식한 의사
윤호정
“선생님, 이유도 없이 옆구리가 아파서 왔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옆구리가 아프면 간에 이상이 있을 수도 있으니 영상의학과에 가서 CT를 찍어오세요” 하며 진료의뢰서를 만들어 주었다.
의사의 행동은 따라할 필요가 없지만 말은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장 아프니까, 그래서 소주 값이 넘는 목돈을 들여 CT를 찍어 봤더니,
“아무 이상 없습니다, 모든 장기가 젊은 사람 못지않게 깨끗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러면 옆구리는 왜 아픕니까?”
“갈비뼈에 금이 조금 갔는데 그건 재채기를 하거나 물건을 줍다가도 있을 수 있는 일이므로 동네의원에 가서 약만 며칠 분 지어자시면 됩니다.”
나는 의기양양하게 헛기침까지 해가며 의사 앞에 CT사진을 내놓았다.
한참이나 들여다보던 그는,
“역시 간에 문제가 있군요.”
“예?, 혹시 술을 많이 먹어서 지방간입니까?”
“지방간이야 서울 한 번만 갔다 오면 낫는데 그것보다 더 심각합니다.”
무언가 낌새가 조금 이상하다고는 느꼈지만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지방간보다 더 심각하다면 간암이군요.”
나는 전신의 맥이 쫙 빠지는 것 같았다.
“요즈음은 약이 좋아서 간암은 병도 아닙니다.”
“그러면 도대체 무슨 병입니까?”
“간이 배밖에 나왔네요.” 하고는 고소하다는 듯이 회심의 미소를 짓는 것이었다.
요런 싸가지 없는 년을 봤나, 며칠 전 아침 내가 첫손님으로 진료실에 들어가니 마침 컴퓨터 앞에 놓여있던 2, 3백만 원쯤은 돼 보이는 구찌가방을 보란 듯이 내 앞으로 썩 밀쳐놓고는 자판을 두드리기에 '뭐 이런 게 있나' 싶어 한마디 툭 던졌다.
“요즈음은 중국제 짝퉁가방도 참 잘나오네.” 라고 하자 안색이 싹 바뀌더니 그 날의 복수전임이 틀림없었고 ‘감히 나를 넘겨다 봐’하는 의미도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 정도로 물러설 내가 아니다, 나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저는 지금까지 선생님을 신뢰하고 존경해왔는데 오늘 큰 실망을 했습니다.”
“왜요?”
“제 고향친구는 초등학교만 나온 농사꾼들인데도 수십 년 전부터 저보고 간이 배밖에 나왔다고 하던데 선생님은 의사고 또 박사인데 척 보면 단번에 알아야지 그 비싼 사진을 찍어본 후에야 겨우 내 간이 배밖에 나온 줄 아니 실망할 수밖에요.”
“윤 교수님의 고향에는 말을 가르치는 학교가 따로 있습니까, 어쩌면 말을 그렇게도 잘 하십니까, 저는 오늘 두 손, 두 발 다 들었습니다.”
“여자가 두 발을 함부로 들면 안 되지요, 아무이상 없다니 다음 술값은 내가 내겠습니다.”
“아니에요, 명색이 의사가 백수한테 술을 얻어먹을 수는 없지요.”
스폰소설: 지하철 한 정거장 가는 사이에 스마트폰으로 읽을 수 있는 짧은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