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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철강관세 협상국 중 가장 먼저 면제 확보" 자화자찬 해도 되는
게시물ID : sisa_10363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낮은곳의소리
추천 : 80
조회수 : 2157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8/03/27 18:42:53
댓글 중에 다른 국가보다 조금 빨리 협상한게 무슨 대수라고
자랑이냐고 폄하하는 분이 계시는데.
현 철강산업과 통상 환경에 대한 이해가 없으신 것 같아서
답글을 답니다.
(댓글로는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요.)

철강/통상 분야에 오래 관여했었던 사람으로서
아는 바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

기본적으로 모든 국가에게 철강은
최우선의 가치를 두는 기간산업 중 하나로서
산업의 발전 정도를 막론하고
모든 국가가 보호하려는 산업입니다.

그래서 철강/금속 부문은
모든 산업을 통틀어 국가간 통상 분쟁이
가장 많고 빈번한, 골치아픈 분야이기도 합니다.

중국이 철강의 수요자일 때는 상황이 그나마 괜찮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중국이 조강생산 시설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며 '세계 최대의 공급원'인 동시에
'덤핑 수출국가'가 되면서 문제는 심각해졌습니다.

중국으로 인해 점점 심해지는 공급과잉 현상과
수요산업의 부진으로 악화되는 철강사들의 수익성,
그리고 각 국이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반덤핑, 세이프가드 등의
통상조치를 남발하면서, 글로벌 철강업계는
상당히 심각한 위기 상황을 장기간 겪어 오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인 철강 공급과잉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OECD 국가(미국과 EU, 일본)를 중심으로
글로벌 포럼(global steel forum)을 발족하여,
사실상 중국을 겨냥하며 공급과잉 해소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탁상공론에 그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 사실상, 글로벌 포럼은 미국이 극단적 보호조치를 취하기 전에
    행하는 요식행위라는 평도 많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철강제품은 전세계 20개국 이상으로부터
80건이 넘는 통상규제(반덤핑, 세이프가드, 상계관세 등)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산업/제품이 받고 있는 통상 규제의 50% 정도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엄청난 수치입니다.

국내 시장은 이미 공급과잉 상황에 도달한데다
저가의 중국산 철강재가 끊임없이 유입되고 있어
여건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각 철강사들은 밀어내기식으로 수출이라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80건이 넘는 규제를 해외에서 두드려 맞으며
수출활로 모색도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그리고
80여건 중 20건 이상을 바로 미국에게 두드려 맞고 있습니다.

미국은 전세계 철강시장 중 그나마 가장 가격이 좋은 시장으로
각 국 철강사들에게는 아주 매혹적인 시장이지만,
미국은 전통적으로 철강산업을 강력하게 보호하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철강업체들은 경쟁력을 잃은지 오래이지만,
철강사/노조의 입김과 러스트벨트로 일컬어지는 주들의 민심을
거스를 수 없기에
미국 정부는 끝까지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것입니다.


이미, 미국은 중국의 주요 철강제품에 대해 200~300%대의
엄청난 반덤핑 관세율을 때려 놔서 중국산 제품의 유입을
상당 부문 차단시켜 놓은 상황입니다.
(대미 수출에 있어서 중국은 한국의 경쟁국이기도 했죠.)

그래서 한국 철강사들에게는 미국 시장진출의 여력이
많이 생겼고, 어느 새 한국은 미국이 가장 경계하는
철강수출국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미국 철강업계 입장에서는 한국도 탐탁치 않은거죠.)

포스코, 현대제철 등 한국의 대형 철강사들은 막무가내로
미국 시장에 수출을 하지 않습니다.
반덤핑 규제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느 정도 가격을 조정하면서 수출을 하죠.
(상당 부분이 현지업체 소재용 조달이기도 하구요.)

그러자 미국은 자국법 개정과 각종 편법을 동원하며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부당한 고율의 반덤핑 세율을 때려 버립니다.
(예를 들면, 한국산에 대해 반덤핑 조사개시를 하고,
 도저히 제출할 수 없는 양의 자료와 제출기한을 요구하고
 이에 부합하지 못하면, 조사에 불성실하게 응했다는 이유를 대며
 한국 철강사들이 성실히 제출한 자료를 싸그리 무시하고,
 자기들이 써먹기 좋은 자료들만 취사선택하여
 고율의 반덤핑 세율을 매겨버리는 겁니다.
 전문 용어로 AFA(Adverse Facts Available)를 적용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성실히 조사에 대응하던 국내 대형 철강기업들이
하루 아침에 50~60%의 관세율을 물며 수출할 수 밖에 없게 되었죠.
(품목은 열연/냉연강판입니다.)

그리고 미국은 참 희한한 나라입니다.
다른 국가들은 한 번 통상규제를 하면 보통 5년, 길게는 10년 정도만
규제를 하는데,

미국은 한 번 통상규제를 걸면 최소 10년, 길게는 20년 이상을
규제합니다.
그리고 매년 연례재심(annual review)이라는 것을 실시하여
여기에 응하지 않으면 또 고율의 관세를 때려 버리니
철강 수출기업들에게는 한 번 규제를 당하면 시간, 인력, 돈 낭비가
장난이 아니게 됩니다.

포스코, 현대제철같은 대기업도 부당하게 고율의 반덤핑 관세율을 맞으며
힘겨운 상황인데,

더 힘든 업체들은 '파이프'(pipe and tube)라고 불리는
강관을 생산하고 수출하는 업체들입니다.
현대나 세아같은 대기업도 있지만 중견/중소업체가 더 많습니다.

강관은 국내 수요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유정용, 배관용 강관의 수요가 많은 미국 수출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주요 강관제품들은 마찬가지로 미국에게
반덤핑 규제를 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규모가 있는 기업은 반덤핑 원심이나 매년 열리는 연례재심에
힘겹게 여차저차 대응하고 있지만,
작은 기업들은 미국 상무부(DOC), 무역위원회(ITC)가 요구하는
조사과정에 대응할 엄두를 못내기 때문에 수출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고,
이로 인해 부도가 나는 기업들도 실제 있었습니다.

현재까지의 상황만 봐도 주요 철강제품에 대해
20건이 넘는 반덤핑/상계관세 규제를 당하는데다
최근에 미국 상무부가 약간의 편법 형식으로 고율의 관세를 때리면서
더욱 대응이 어려워지고, 대미 수출이 어려워졌는데,

- (최악) 한국 등 12개국에 53% 관세 부과
- (차악) 모든 수입철강재에 25% 관세 부과.....

위 두 조건 중 하나에 속한다?

이러면 대미 철강수출기업들은 대형사고가 터지는 겁니다.
지금 내고 있는 반덤핑 세율, 그리고 반덤핑 조사에
소요되는 법률 비용도 상당한데
25~53%의 추가 관세를 물면, 상당수 철강제품의
대미 수출이 대단히 어려워지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협상단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단지 조금 더 빨리 면제/유예 결과를 받은 것 뿐 아니냐??
이건 절대 아니라고 단언하는 바입니다.


미국은 철강/금속 산업의 종사자와 노조,
그리고 정치적 요소를 고려하여 철강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무자비하고 단호하게 통상규제를 실시해왔습니다.

그 단적인 예가 2000년대 초반에 미국 철강산업이 어려워지자
여러 국가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safeguard)를 발동하면서
철강수입을 원천 봉쇄해버린 사례이죠.
이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는 결국 2~3년을 질질 끈 뒤에야 철회됩니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철강 글로벌 포럼'을 통해
미국이 EU와 손잡고 '공급과잉'과 '덤핑수출'의 원흉인 '중국'을
속된 말로 조지려고 했지만,
중국이 말을 안 들으면서...

철강업계 통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또 세이프가드를 발동하거나, 232조 같은 극단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공공연한 우려가 계속 나왔었고,
 결국 현실이 되었습니다.


원래 미국이 이런 조치를 취하면
'일본'은 교묘하게 이리저리 쏙 빠져 나갔고,
'한국'은 우직하게(?) 희생양이 되어 왔는데,
이번에는 모양새가 약간 반대가 되었죠.
(일본의 대응은 지켜봐야겠습니다만...)

** 일본은 80년대부터 미국 현지에 많은 인원을 투입하여
    정치계/법조계/현지 수요가들에게 상당한 로비를
    해왔었고, 로펌에도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략적으로 범용재 보다는 미국 현지에서
    생산이 부족한 품종/규격의 제품을 수출하여
    반덤핑 규제를 많이 회피해왔습니다.


단언컨데, 미국은 이번 25% 관세부과 조치에서
절대로 쉽게 예외 국가를 두지 않을 것입니다.
그 의지는 확고합니다.

현 정부가 과거 그 어느 정부보다
미국 정부와의 통상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한 것으로 보입니다.  
(716-503 시절 정부의 대미 대응은 업계에서 서포트하는 입장으로서
 아마츄어같고 어설펐던 것이 사실입니다.
 정말....막무가내로 미국 상무부 인사 만나러 가고,
 미국측에서는 안 만나주려고 하고....
 참 꼴사나운 케이스들이 많았습니다.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그러나...
한국이 12개국 53% 부과 대상에서 빠진 건 다행이지만,
일률적으로 전체 철강 수입재에 부과하는 25% 섹터에서는
그간의 미국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무리가 아니겠는가...라는
의견이 대다수였습니다만...

우려를 불식시키고, 일단 최초 관세부과 면제국이 된 것은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미국은 절대로 쉽게 다른 국가들에게
 관세부과 유예나 면제를 해주지 않을 것입니다.
 굉장히 빡센 쿼터량을 요구한다거나....호락호락 해주지 않을 겁니다.)

** 특히, 미국 철강업계가 한국을 포함한 몇몇 국가 좀 잡아달라고
    미국 정부에 떼를 써왔던 상황이라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동안 과거 정부의 뜨뜨미지근하고 비효율적인 통상대응을
비판하고 성토하던 철강업계가
이번 성과에 대해서는 정부에 대해
매우 흡족해하며 감사를 표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협상한 것도 있고,  
과거 정부와는 달라진 한국의 외교력(북미 정상회담 합의 등)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번 성과는 절대로 미국이 아무 국가에게나 막 퍼주는
특혜를 제일 처음 받아와서 오버하며 자랑질하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거죠.
(협상 이면에 더 세밀하게 주고 받은 것이 있기도 마련인데,
 이 부문에 대해서는 아직 알지 못하니 평을 못하겠네요.)


그리고 이러한 성과는 정부에서 나서서 알리고 홍보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 아래는 빠뜨린 내용을 약간 더 추가한 것입니다.
 아까 급하게 작성하면서 두서없이 적었기에...)


이번 협상에서 우리나라가 타국과 비교해서
매우 불리했던 이유 중 하나는 주요 대미 수출국 중
'한국이 중국산 철강재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였기 때문입니다.

대미 수출을 이야기하는데 우리가 중국산 수입 많이 하는게
무슨 상관인지 의아하실 겁니다.

미국 정부나 철강업계가 기를 쓰고 한국산을 때려 잡으려고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때려 맞으면서
다이렉트로 미국으로 수출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한국을 경유하여 우회수출(circumvention)하고 있다고
의심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국내의 재압연업체들이나 2차 가공업체들은
포스코, 현대제철로부터 소재를 조달받기도 하지만,
또 상당량을 가격경쟁력이 있는 중국산 철강재를 수입하여
쓰고 있기도 합니다.

국내 철강수요의 40% 정도를 수입재가 점유하고 있고,
수입재 중 절반 이상을 중국산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산의 비중은 매년 변동이 있습니다.)
 
** 우리나라와 같은 철강강국에서 수입재의 내수시장 점유율이
    40%가 넘는다는게 사실 말이 안됩니다만....
    또 다른 철강대국인 중국과 일본 사이에 껴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재압연/가공업체들은 비록 소재는 중국산일지라도
상당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제조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이것을 미국에 수출하면 '엄연히 한국산'이라고 주장하지만,

미국에서는
'웃기지마~ 중국이 니네 한국을 통해서 우회수출 하는 것 같은데?'라고
강력하게 의심하고 있는 것이죠.  
(↑ 제가 혼자 만들어낸 말이 아니라, 실제로 미국 상무부 관계자가
     저런 뉘앙스의 말을 여러번 했습니다.)


** 중국산 소재를 압연/가공하여 수출할 경우, 원산지는
    어느 나라가 되느냐...는 문제는 경우에 따라 약간 복잡하기에 생략합니다.


결국
1. 순수하게 한국산 소재를 사용하여 미국으로 수출하는 철강제품 뿐만 아니라
2. '중국산 소재'를 수입/사용하여 미국으로 수출하는 철강제품도
미국에서 문제삼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협상 결과를 낙관하기가 힘들었던 것입니다.


여러 악조건을 감안하면...적어도 철강업계 입장에서는
정부가 협상을 잘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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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 좀 널리 널리 퍼트립시다......ㅎㅎㅎㅎㅎ
출처 http://mlbpark.donga.com/mp/view.php?u=http%3A%2F%2Fcafe.daum.net%2Filovenba%2F34Xk%2F328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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