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극장가에 걸린 간만의 퀴어 영화 + 심지어 청불이라니.
덕분에 봄 감성 포텐 터질 때 혼자 보고 왔습니다.
한 줄 요약은 퀴어 영화의 탈을 쓴 독립 영화st 예술 다큐.
이탈리아의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풍광을 스크린 가득 담아내기 때문에 영상미가 뿜뿜합니다.
그리고 영화적 과장이 절제된 일상적인 모습들을 담담하게 보여준다는 점이 강점.
물론 설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집 구조라던가, 거리 풍경
아침 식사 메뉴 등등.
특히 제일 인상적인 모습은 첫 날 집에 도착한 올리버가 '신발(!)'을 신고 침대에 뻗습니다.
오오 서양 문화 컬쳐...
동양 영화, 특히 한국 영화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상당히 인상적인 장면들이 쏠쏠합니다.
브금 역시 영화를 볼 때 중요한 평가 요소라고 보는데요.
으마무시하다는 평가는 못 해도 제법 준수한 편입니다.
클래식이면 클래식, 팝이면 팝.
시기 적절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이 감성에 감칠맛을 더 해주는 느낌.
중간 중간 올드 팝도 나오기 때문에 제목을 아시는 분들은 더 반가우실지도.
다만 이거다 하는 킬링 트랙은 딱히 없었습니다.
근데 뭐 음악 영화도 아닌데 그게 중요한가요.
다만 역시 퀴어 영화를 표방하는 작품들의 고질적인 문제점,
스토리텔링은 정말 정말 정말 애매한 편입니다.
일단 등장 인물 파악부터 쉽지 않습니다.
직접적인 인물 소개나 간접적인 사건 제시를 통한 인물 부각이 주인공을 제외하면 전무하기 때문에
초중반에 사람 이름이 나올 때마다 저게 누구야 하고 헤메실 겁니다...
(약스포) 살구의 라틴어 어원 가지고 싸울 시간에 인물 소개나 좀 해주면 고맙겠네요...
인물 소개도 없고 배경 사건 설명도 없다보니
본격적인 감정 묘사가 드러나는 중반 이전까지 정말 보기 고통스러울 정도로 맥락이 없습니다.
내용 파악을 위해 추리와 눈썰미를 발휘해야 할 지경.
러브 라인 역시 미묘합니다.
납득하려면 못 할 수준은 아닌데 개연성이나 필연적인 사건을 기대하신다면 네버.
(약스포) 그냥 첫 눈에 반한거고 싸인이 서로 어긋나고 밀당이 망한 단기 연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님.
감정 묘사 하나 하나의 연출은 달달한데 그 맥락이나 전개는 다소 엉성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줄이 끊어진 진주 목걸이라고 해야 하나.
장면 하나 하나는 연출이 디테일한테 그 사이를 관통하는 흐름이 어색합니다.
(강스포)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제목,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당신의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 라는 의미가 형상화 되는 부분은 정말 감성 포텐 터집니다.
직접 보셔야 이해가 빠른 부분.
두 시간 좀 넘는 영화 중에 마지막 30분만 보셔도 됩니다 (?)
서로의 얼굴도 볼 수 없는 전화기를 통해 속삭이는 내 이름,
그리고 돌아오는 당신의 이름.
그 짧은 이름 속에 얼마나 많은 말이 담겨있는지를.
(강스포) 그리고 결말은 씁쓸합니다.
영화 같은 설정이지만 결말은 지극히 현실적이죠.
'라라 랜드' 의 결말이 취향이 아닌 분들은 이 영화 역시 비슷한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쏘 리얼리티 쏘 퍼킹 예아.
그리고 '나' 는 다시 '나의 이름' 을 들으며 현실로 돌아옵니다.
'당신의 이름' 이 아니라.
P.S 청불 영화지만 생각보다 건전합니다 :D
아마 여성의 유두 노출 때문에 청불을 먹은 것이 아닐까...
음심 가득한 시선으로 영화를 보는 분은 오히려 중간 중간 빵 터질겁니다.
제가...그래써요...청불이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