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퇴근길에 봄비가 내렸다. 빗물이 흘러 내려, 처마 아래 고인 물에선 꽃비가 곱게 피어나고 있었다. 빗방울이 우산을 때리는 '후두둑 후두둑' 하는 소리와 빗바람 속에 묻어 있는 흙냄새에 기분이 퍽 즐거웠다.
비 오는 저녁, 오랜만에 해물과 채소를 듬뿍 넣은 매운 라면에 소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퇴근 길에 식료품점에 들러 주꾸미 몇 마리와 청경채, 라면 한 봉지와 소주 두 병을 사서 집으로 들어갔다.
달궈진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간마늘을 살짝 볶는다. 간마늘이 타기 전에, 미리 손질해둔 주꾸미를 잔뜩 넣고 함께 볶아준다. 간마늘과 주꾸미가 섞이면서 내는 그 냄새가 퍽 그럴싸했다.
주꾸미가 퍽 먹음직스럽게 익었을 무렵, 팬에 청경채를 넣어 준다. 이 즈음이면 주꾸미와 채소에서 나온 물로, 별도로 육수를 넣어주지 않아도 팬이 반쯤 잠긴다. 라면 토핑과 스프를 넣어 끓이기 시작한다. 물이 끓을 때를 즈음해서 라면 면발을 넣어준다.
자고로 라면 면발은, 그 국물이 짤 때 그리고 뜨거울 때 넣어줘야 제 맛이다. 잔뜩 졸여진 국물을 빨아들이면서 라면 면발이 퍽 통통해진다. 모양새가 퍽 먹음직스럽다.
이후 옆에서 끓이고 있던 물을 넣어주면서 국물의 간을 조절한다. 그렇게 몇 분 더 끓이고 나면, 드디어 살짝 간짬뽕 느낌이 나는 해물 라면이 완성된다.
차가운 소주 한 병 꺼내서 홀짝이고 간짬뽕에 주꾸미 한 마리를 건져 먹는다. 다시 한 잔 마시고 국물 한 수저를 머금는다. 퍽 즐거운 라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