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dogswar.ru
군용기에 대한 문제를 하나 내려고 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기체다. 만들어진 건 딱 156대! 전쟁에 참가하긴 했는데, 그리 눈에 띄는 역할도 아니라, 아는 사람도 드물고 관련 서적도 별로 없다. 따라서 문제에 난이도가 높다고 하겠으나, 친절한 필자는 답을 제목에다 정해놨다. 비질란테.
그러니 모른 체 하고 문제를 읽어주시길 바란다.
첫 번째 문제. 베트남 전 때, 가장 잘못 사용된 전투기가 있다. Wrong Time, Wrong Place, Wrong Misson. 잘못된 시대에다 하늘. 그리고 설계사상과 전혀 맞지 않은 임무.
당연히 F-105 썬더치프다.
*Wrong Place, 잘못된 전역(戰域)의 썬더치프. 출처: blogspot.com
그런데도 불구하고 파일럿들은 용감히 북부 베트남 하늘로 들어갔다. 그리고 참혹한 격추율.
원래는 냉전 시, 유럽 대륙에서 소련을 비롯한 바르샤바 조약군과의 전면 전쟁에 사용되어야 할 헤비급 전투기. 그런데 날씨는 찌는 듯이 더운 데다 스콜이 시시 때때로 뿌리고, 어느 계절엔 비가 종일 내리는 몬순(우기)이 있어, 적이건 아군이건 그냥 놀아야 했던 동남아시아 항공전.
항공 팬들은 그래서 썬더치프에 대해, 약간은 애잔한 마음으로 돌아본다.
“정말로 시대와 전쟁터를 잘못 만났어...”
*격추돼 포로가 된 썬더치프 조종사 제임스 린드버그 휴즈. 그를 기다리는 건 하노이 힐튼(포로 수용소). 출처: cdn.blog.hu
헌데 그게 그렇지 않았다.
뭐가 그렇지 않은가? 베트남에서 썬더치프와 상대도 안 되는 기체가 있었기 때문이다. 똑같은 초음속이나 썬더치프보다 더 빠르다. 크기도 더 컸다. 제2차 대전 당시의 4발 프로펠러 폭격기보다 더 컸다는 헤비급 썬더치프 보다 더 큰 기체.
그리고 북 베트남 상공으로 출격할 때는 썬더치프보다 더 위험했다. 일체의 무장을 하지 않고, 말 그대로 비무장인체 들어갔으니...
이게 어떤 기체인가? 전투기인가? 공격기인가? 폭격기인가?
두 번째 문제. 한 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소련 전투기가 있다. 미국이나 다른 나토 전투기들은 도저히 이 놈을 따라잡지 못할 거라는 초고속 전투기. 마하 3을 훨씬 넘어 비행한다는 소련의 미그 25 ‘폭스배트’다.
그런데 전투기를 설계할 때 중요한 건 날개도 날개이나, 공기, 공기취입구도 매우 중요하다.
아음속에서부터 초음속 속도에 맞춰, 또 엔진의 출력에 맞춰 어떻게 공기를 엔진까지 들어가게 해, 가장 효율성 있게 출력을 내게 하느냐? 바로 이것.
*출처: gtainside.com
마하 3의 전투기는, 도대체 어떤 공기취입구 형태를 가지고 있을까?
초고속으로 비행하려면 엔진은 대량의 연료를 소비하며, 또 그에 따른 대량의 공기가 유입이 돼야 한다. 그것도 압축이 잘 된 공기들이.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이 글의 제목에서 나오는 그 비질란테 제조사, 즉 미국 노스아메리칸 사(社) 설계자들이 보니까.
“어랍쇼! 미그 25가 우리꺼 베꼈잖아?”
*비질란테의 공기 3차원 취입구. 당시에는 매우 창의적이었다. 출처: airliners.net
*지금까지도 스피드에서 능가하는 전투기가 없는, 소련의 미그 25 폭스배트. 폭스배트가 한참 뒤에 나왔기에 공기 취입구를 베낀 건 거의 틀림이 없다. 출처: toad-design.com
그렇다면 이 비질란테라는 기체는 뭔가? 공기취입구 이야기가 나오는거 보니 뭔가 고성능일 거 같은데... 한 문제만 더 내놓고 가자. 이 기체엔 너무도 독특한 게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문제. 폭격기가 폭탄을 투하할 때의 방법은 원래 2가지였다. '수평 폭격'과 좀 위험하지만 정확도를 올리는 '급강하 공격'.
그런데, 이 두 가지 방법은 제2차 대전 후, 피스톤(프로펠러)엔진에서 제트 엔진으로 바꿔 달면서 곤란해졌다. 제트기를 타고 어떻게 급강하 폭격을 하나? 그냥 땅에다 꼰아 박는다. 아니 중간에 다시 솟아오르려 할때 그냥 기절할 수 있다. 스투카 파일럿들도 순간 정신이 혼미해진다는데.
수평 공격? 이것은 B-52 같은 중폭격기가 넓은 면적에 대한 융단폭격을 해 댈 때나, 여타 다른 전폭기들이 역시 면(面)을 상대로 한 폭격에 가끔씩 쓰는 방법, 명중도에 있어서 효과를 보기 어려운 방법이다.
제트기는 매우 빠르다. 그래서 제트 엔진의 시대로 들어와선 새로운 방법으로 정확도를 올려나간다.
'토스 폭격'이다.
타깃이 있으면 그곳을 향해 비교적 저공으로 비행하다가, 타깃을 앞에 두고 폭탄 장치를 해제한다. 그리고 자기는 높이 올라간다. 그럼 공중에서 홀몸이 된 폭탄은 어떻게 되나?
지금까지 달려온 비행 관성에 의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르다 중력에 의해 하강, 타깃의 머리 위로 떨어진다.
*썬더치프의 두 가지 토스 폭격, 하나는 수평 비행하다가 약간 기수를 쳐들 때 폭탄 릴리즈! 하나는 급상 할 때의 하이 토스! 출처: flickr.com
그런데 이놈의 기체는 세상에 없는 방법으로 폭격한다. 제1차 대전 이래, 1백여 년이 지난, 지금의 최신예 스텔스 폭격기조차 사용한 적이 없다. 오직 이 기체만이 사용하는 폭격 방법이다.
‘항문 폭격!’
엉덩이의 뚜껑을 열면 폭탄이 나온다. 헌데 그게 그냥 폭탄이 아니다. 도시 하나를 전멸시키는 핵폭탄이다.
이 기체의 정체는 뭘까? 미 해군 공격기다. 그러니까 항공모함 갑판에서 출격을 하는 놈.
노스아메리카 사의 A-5 비질란테.
비질란테라는 건 ‘잠을 자기 않고 지키는 야간 자경대’라는 뜻인데, 이런 대단한 핵 공격기의 이름으로는 왠지 좀 어울리지 않는단 생각이 들 수 있다. 우리 생각으론 ‘방범’이나 ‘야간 순찰대’라는 의미로 생각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서양에서는 이게 상당히 다른가 보다. 왕이나 나라의 군대가 아닌 자기들 스스로 조직하고 무장한 군대이기에 그런 거 같다.
독립 전쟁 시 미국이 영국군과 싸울 때, 그들의 군대가 뭔가? 시민들 스스로가 조직하고 무장한 부대가 아닌가? 어떤 의미에서는 비질란터에 확대 강화한 부대일 수 있다.
렘브란트의 그 유명한 그림 ‘나이트 워치’ 야간순찰에 나오는 부대, 창과 칼, 화승총으로 중무장했는데 이들도 바로 비질란테(자경대)다.
*나이트 워치로 야경, 야간순찰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이름은 ‘프란스 반닝 코크와 반 루이크부르텐의 자경대(비질란테)다. 출처: flickr.com
모두 156대가 만들어졌다. 이 비질란테 핵 공격기의 3면도.
*출처: aviastar.org
그리고 실제 모습은 경탄할 정도의 샤프하고 아름다운 자태! 일본의 한 항공 평론가는 비질란테가 날아오를 때의 모습은 숨을 멈추게 한다고 했으니까.
*팬텀보다 크고 역시 헤비급 함재기인 톰캣보다 더 크다. 미 항모 역사에서 가장 큰 함재기, 그런데 매우 샤프하고 조종성도 좋아 매우 날쌔다. 출처: logbookmag.com
냉전은 핵탄두와 함께
제2차 대전이 끝난 뒤 곧바로 시작된 냉전. 미국이 핵을 가졌고, 소련도 이어서 핵을 장비하게 되는 몹시 위험한 시대였다. 따라서 미 소간에 전쟁이 터지면 핵을 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던 시대.
*출처: imgnn.seoul.co.kr
그런데 미 해군은 달갑지 않게 이 시대를 맞고 있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리틀보이와 빅보이는 무게가 4톤. 미 공군의 숱한 폭격기들은 이걸 싣고 소련 땅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해군은?
항모 갑판에서 뜨다 보니, 대형의 전략 폭격기를 실을 수 없는 상태. 펜타곤에서의 해군은 중요도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예산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방법은 이것 하나뿐.
“안 돼! 우리도 어떻게 하든 핵 능력을 가져야 돼!”
해군은 그래서 되도록 큰 항모를 건조하는 것과, 그 갑판 위에서 4톤짜리 핵폭탄을 싣고, 소련 땅으로 들어 가, 폭격할 수 있는 대형 함상 공격기를 장비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한다.
그런데 항모는 육지로 올라갈 수도 없고, 유럽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인 북해나 발틱해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공격의 시발점은 대서양이어야 한다. 영국이나 아일랜드로 바짝 접근해, 핵 공격기를 발진시킨다 해도 모스크바는 너무도 멀다.
그런데 다른 바다가 있었다. 2천 년 전엔 로마의 바다였고, 반세기 전까지 영국의 바다였으나, 이젠 자기네 바다가 된 지중해. 지중해 깊숙이 들어 가 그리스 인근 해역, 즉 에게 해 같은 데서 핵 공격기를 날리면 대서양보다 크게는 거리가 3분에 1이 절약된다.
잘만 하면 그 바다에서의 항모 갑판에서도, 소련을 향해 핵 공격기를 날릴 수 있어!
그래서 나온 게 ‘쌔비지’였다. 대 마력의 프로펠러와 꽁무니에 제트 엔진을 장착한 혼합동력 3발 중(重) 공격기 쌔비지(savage: 야만인)!
*4톤 짜리 핵폭탄을 싣는 해군 공격기 쌔비지. 정말 쌔비지처럼 생겼다. 출처: flickr.com
그러나 시속이 700킬로 대로 제2차 대전 후기 때 전투기 수준이고, 기체도 너무 커서 항모의 갑판 자리를 많이 차지했다. 여러 대가 출격에서 돌아오면 먼저 랜딩한 기체를 어디다 치우기 전에, 다른 쌔비지들은 항모 주위 하늘을 빙빙 돌며 기다리는 수밖에.
헌데 귀환할 때라는 건 연료를 거의 다 쓰고, 연료 탱크가 찰랑찰랑 할 즈음, 매우 위험할 때다. 따라서 미 해군의 핵 공격대의 운용은 어수선할 수밖에 없었다.
*쌔비지의 풍모. 그러나 꽁무니에 제트 엔진이 숨어 있다. 갑판에서 뜰 때 사용한다. 출처: wikimedia.org
그런데 당시는 제트엔진과 여러 항공 기술이 일취월장할 때, 한국전이 끝나고 핵폭탄은 가벼워지고, 또 사이즈도 줄일 수 있게 됨에 따라, 훨씬 더 발달된 핵 공격기가 개발된다.
쌔비지가 취역한 지 딱 10년 뒤다.
무려 3배나 더 빠른 마하 2의 초음속 핵 공격기. 그게 바로 A-5 비질란테다. 야만인에서 모던하면서 스마트한 갑판 위의 자경대원으로.
*말 그대로 스마트하고 모던한 풍모... 그러나 동체 뒤쪽에는 무시무시한 게 들어 있다. 출처: photobucker.com
그리고 이 자경대원의 핵탄 투하 방법은, 전무후무했다.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는 방법.
그렇다, 아직까지 이 방법으로 핵을 투하하는 기체는 없다. 꽁무니로 핵폭탄을 투하. 정말 기발한 방법. 초음속으로 쏜살같이 날아가면서, 핵탄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반 기체가 초음속에서 똑같이 떨어뜨려봐라. 그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시속 1100킬로 이상의 고속으로 난다는 건, 그만큼의 속도를 가진 바람이 기체 안으로 강하게 몰아치는 것과 똑같다. 그런데 이때 핵폭탄 떨어뜨리겠다고 폭탄 창을 열면? 확실히는 몰라도 상당히 위험하지 않을까?
기체에 가해지는 위험은 이것뿐이 아니다. 핵폭발로 인해 순식간에 퍼지는 고열과 화염, 방사능 등에 얼마나 재빨리 피하는가? 이것도 문제.
그런데 노스아메리칸 기술진은,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한 기술적 근거를 제시했다. 그것은 꽁무니로 투하하는 방법이다.
*비질란테는 쌍발 엔진인데 엔진 분사구와 분사구(그늘이 져 시커먼 부분) 사이에 콘 형식의 뚜껑이 있고, 그 안에 핵폭탄이 들어 있다. 출처: coocan.jp
목표가 소련과 바르샤바 조약국의 대규모 기갑부대이건, 도시이건, 그곳으로 날아간다. 그리고 그 근처 상공에서 갑자기 기수를 올려 급상승한다. 그러면서 파일럿은 뒤쪽 동료에다 신경을 쓴다.
바로 위에 앉아 있는 BN(밤버, 내비게이터). 그가 당시로서는 졍먈 최첨단 중의 최첨단이라 할 수 있는 ‘항해, 폭격용 컴퓨터 AN/ASB-12’를 보며, 꽁무니 폭탄 창을 열기 때문.
기체는 상승을 시작하는데, 뒤에선 먼저 원뿔 형 비슷한 뚜껑이 열리고, 빈 연료 탱크와 함께 핵폭탄이 이어서 나온다.
MK-28 핵폭탄이다.
그것들이 지상에 가까워질수록, 비질란테 기체는 더욱더 멀리 달아난다.
*꽁무니에서 빠져나가는 물건들. 맨 먼저 뚜껑이, 그리고 2개의 연료 탱크, 마지막으로 핵폭탄이 떨어진다. 출처: pinimg.com
“콰콰쾅--------”
너무도 끔찍한 일이나, 초음속 비행을 하면서 폭탄 창을 열 필요도 없고, 핵폭발의 버섯구름으로부터 어떻게 하든, 퇴피하려는 급박한 상황에 빠질 필요도 없다.
이제 비질란테는 연료를 체크하고 바다 쪽으로 날아간다. 아마 지중해 쪽이리라. 그리스 아래쪽의 바다. 파일럿은 무전을 날린다. 너무도 기가 막힌 가슴으로.
“핵폭탄, 무사 투하! 귀함 하겠음.”
옛날에 걸작 전쟁 영화가 있다. 그레고리 팩과 안소니 퀸 주연의 "나바론의 요새."
그리스와 소아시아, 크레타 섬에 둘러싸인 에게해(海). 푸른 바다에 섬이 있는데, 거기 해안가 바위엔 대포가 숨어 있다. 지나가는 연합군 군함을 사냥하는(영화에선 특공대가 이 요새 속 대포를 부수기 위해 출동한다).
그 영화에 나오는 노래, ‘Islands of Greece are green and beautiful, green and beautiful~' 그 아름답고 푸른 그리스의 바다를 보며 날아가는 파일럿과 뒤쪽 BN(밤버, 내비게이터) 이런 생각을 하며, 서로가 말이 없다.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내가 지금 몇 만 명을 죽이고 돌아가는 건데...”
*출처: img.com
그런데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핵전쟁은 없었다
핵전쟁이 필연적이라는 냉전 기 50여 년 동안, 어떤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소련 사이에는 재래식 전쟁도 없었다. 그 사이에 일어난 건 베트남 전.
그래서 이 희대의 핵 공격기 비질란테는 MK28 핵탄을 집어넣는 리니어 밤브베이를 폐기하고, 새로운 장비를 장착한다.
몹시도 비싸며, 몹시도 빠르며, 조종성도 좋은 기체이기에 핵전쟁이 안 일어난다고 사막에 내 팽개쳐 놓을 순 없지 않는가?
정찰기다.
비무장 고속 정찰기
명칭도 A-5에다가 레컨(정찰)이라는 의미의 케피털 레터 R자를 붙여, RA-5로 베트남에다 파견한다. 마하 2 불세출의 핵 공격기가 카메라와 함께 사이드 룩킹 에어볼 레이더를 장치하고, 단신 북 베트남 상공 침입을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때 자기 방어용의 사이드와인더나 기총도 없었다. 핵전쟁용 기체라, 설계 시부터 그런 걸 달 생각을 처음부터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질란테는 베트남 전에서 상당히 좋은 소질을 나타내 비무장인데도 불구, 정찰 임무를 훌륭히 소화해 줬다고 한다(핵 공격기로서의 취역 초기엔 고장 다발이었다. 워낙에 최첨단 기술력이 들어 가 있는 특이한 기체였기 때문).
베트남 전 기간을 통해 추락한 것은 18기. 비교적 적은 손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대공포에 의해서 14대가 떨어지고, 3대는 미사일에, 나머지 단 1대가 미그 21의 요격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고장이나 사고에 의한 손실기는 여기에 카운트하지 않았는데 그 정도면 나름 준수한 손실율.
전쟁이 끝난 뒤
베트남 전이 끝나고... 이제 비질란테가 날아갈 하늘은 사라진다. 핵 전쟁용으로 만들어진 초음속 공격기 아닌가. 핵전쟁이라는 건 결코 일어나지 않는 공연한 이야기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초고속으로 정찰비행할 하늘도 없어졌다. 베트남 전이 끝났기에.
그런데 비질란테는 F-4 팬텀처럼 전투고 하고 폭격도 하는 멀티 플레이어가 아니다. 더구나 베테랑이 아니라면 항모 갑판에 착륙(착함)할 때마다 가슴을 조여야 했다. 너무 크고 너무 빠르니.
또 갑판 위나 격납고 자리도 많이 차지했다. 그래서 이 비범하지 않은 핵 공격기는 79년에 모두 퇴역한다.
베트남 전이 끝나고 그리 멀지 않은 때다. 61년에 부대가 꾸려졌으니, 18년 정도의 취역.
*비질란테는 크다! 비좁은 항모 갑판 위, 15대의 A-4 스카이호크가 앞에 있고, 바로 뒤에 접시 안테나의 E-2C 공중 조기 경보기. 양쪽으로 2대의 비질란테. 그런데 이 야경대원, 길이가 18미터나 되는 쌍발의 호크아이보다 크다) 출처: tinypic.com
18년이라면 결코 긴 세월이 아니다. 그중 단 한 차례의 베트남 트립(trip).
그래서 생산대수도 미군기로서 볼 때 매우 작다. 겨우 156대... 그것도 처음엔 8~90대 정도로 1백 대를 못 채울 뻔했다. 베트남 전 때 격추된 기체도 있고 사고나 고장으로 잃어버린 기체들도 있어, 미 해군이 노스 아메리카 사에 70여 대를 신규 주문했기 때문에 156대가 되었다.
*미 해군 항공대의 탄생지인 샌디에이고에 전시된 A-5 비질란테. 항문 투하 핵 공격기. 전시관은 항모 미드웨이 갑판이다. 출처: flickr.com
이후 호주 공군에서는 카메라를 뺀 비질란테를 장거리 공격기로 쓸 의향이 있다고 타진했으나, 거래가 이뤄지지는 않는다. 괴물 전폭기 F-111 아트바크가 있었기 때문이다.
*f111 아트바크 출처: flyinginthespirit.cuttys.net
김은기의 커피 테이블 토크
*제공 @snaparker
필자가 잘 아는 후배 중, 잡지도 내고 한 프라모델러가 있는데 그 친구와의 대화로 기억된다.
“지금까지 나올 만한 에어로 모델은 다 나왔잖아. 그런데 나오지 않은 괜찮은 기체가 없나?”
아카데미 쪽 사람 하고도 그 이야기를 했다는 것 같았다(거의 10여 년 전 얘기라 기억이 가물하다). 그때 내가 이야기한게 이거였다. 핵 공격기 A-5 비질란테.
“팬텀보다 크면서 마하 2의 능력자다. 그런데도 미라주 5처럼 매우 샤프하고, 멋지다. 거기에다 핵탄 항문 투하 등의 스토리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워낙 대형이라 금형 제작비가 좀 많이 들걸, 48분의 1이면 아마 장난 아닌 크기니까.”
“또 마이너 기종이야. 그래서 제작비 뽑아내려면 외국에다 많이 팔아야 돼.”
*후배와 이야기한 뒤, 비질란테가 나오긴 나왔는데 중국에서였다. 트럼페트 제, 48분의 1 모형. 출처: internetmoderler.com
*비질란테 모형. 출처: hsgalleries.com
그런데 다 써놓고 나니, Vigilante의 발음이 ‘비질란테’인지 ‘비질란트’인지 잘 모르겠다.
출처 | warandpeac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