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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썼던 손석희에 대한 단상, 그리고 인생과 얼굴.
게시물ID : sisa_10318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ifetree
추천 : 24
조회수 : 130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8/03/14 1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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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아래 부분은 작년 5월에 쓴 글입니다.
바쁘신 분은 아래로 쭉쭉 스크롤하셔서 맨 아래에 새로 쓴 부분만 읽으시길 바랍니다.



http://m.todayhumor.co.kr/view.php?table=bestofbest&no=331181&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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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에 대한 단상

 

손석희는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언론인이었다. 
MBC 백분토론, 아침라디오 시선집중을 오랫동안 진행했다.
깔끔한 외모, 자연스러운 목소리, 그리고 무채색을 띤 중립적인 인터뷰와 토론 진행을 잘 해왔다.
이명박의 언론장악으로 MBC가 망가지던 즈음, 
정권에 그다지 고분고분하지 않았던 손석희는 백토와 시선집중에서 하차했고,
얼마 후에 대학교수직을 그만두고 보도부문 사장이라는 직함으로 종편인 JTBC에 둥지를 틀었다.


정권은 어느새 이명박에서 박근혜로 바뀌었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손석희의 뉴스룸은 
다른 공중파나 종편과 달리 취재와 보도에 열심을 기울였다.
지난해 말에는 최순실의 태블릿PC로 박근혜의 국정농단을 밝혀내면서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이후로 손석희와 JTBC는 시민들의 칭송을 받았고,
부패한 정권에 분노한 천만시민의 촛불은 매정하고 사악한 집권 세력을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헌재의 탄핵 인용, 대통령의 파면, 조기 대선, 문재인 정부의 출범까지...
대한민국은 한시도 쉴 틈 없이 역동적으로 움직였고 
우리 국민들은 투표를 통해 구정권을 심판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만들었다.

 

JTBC의 손석희는 정권교체를 여는 신호탄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정말 크게 칭찬해 줄 만한 일이었다. 
서슬이 퍼런 권력(비록 레임덕이 시작되긴 했지만)에 맞서 
사활을 건 보도를 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 세상에서 손가락질을 받는 일베, 메갈, 워마드 등에 대한 
손석희 뉴스룸의 보도 태도에 꽤 많은 네티즌들이 의문을 던졌다. 
또한 대선 정국에서 손석희는 국민적 지지를 받는 1위 후보인 문재인에게 유난히 야박했고,
JTBC는 눈에 잘 띄지 않게 문재인을 은근히 깎아내리고 특정 후보를 띄우는 행보를 자주 보였다.
이 점에서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많은 이들은 다시금 손석희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여기까지가 내가 관찰한 손석희에 대한 나름의 정리이다.
여기에 더해서 언론인 손석희에 대한 개인적인 추측을 추가해 본다.

 

손석희는 '성공한 언론인'이지 정의와 민주화를 위해 살아온 사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아주 젊어 보이는 동안에 가려져 그의 나이를 잊어버릴 수도 있지만 이미 60대인 사람이다.
박정희 시대에 대학시절을 보냈지만, 그가 민주화나 사회 정의를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들은 적이 없다.
MBC 시절 노조 문제로 구속된 사건이 있긴 하지만 
그때는 1992년으로 군사정권 때의 서슬 퍼런 시절과는 차원이 달랐다.
다시 말해서 박정희 유신 독재,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의 목숨 건 민주화 운동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라는 걸 꼭 짚고 싶다.

 

대선과정에서 대선 후보들 또는 각당 대표나 국회의원들과 인터뷰하는 것을 거의 다 보았는데,
손석희의 인터뷰는 볼 때마다 피곤한 느낌을 주곤 했다. 

인터뷰 과정에서 질문을 많이 던지는 데, 국민의 시선과 눈높이로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보이지가 않았다.
조금 나쁘게 말하면, '나는 네 말이 이해가 안 돼. 다시 말해 봐' 식으로 되묻고 또 되묻는 것을 종종 보았다.
이런 장면은 문재인 후보 인터뷰에서 두드러졌고, 홍준표 후보 인터뷰의 경우는 마치 싸우자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특히 지난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손석희는 다섯 후보와 함께 원탁에 앉아서 진행을 했는데,
나는 그 모습에서 손석희가 자기의 위치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여태껏 대선 후보 간 토론회에서 사회자가 대선후보와 함께 앉는 형식을 한 번도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워낙 이전 토론회 사회자들이 존재감 제로였기 때문에, 손석희의 토론 진행을 본 많은 분들이 손석희를 칭찬했지만,
나는 손석희의 과도한 토론개입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과유불급으로 느껴졌다.

 

손석희의 보도는 중립적이다.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무미건조한 기계적 중립일 뿐
공정한 보도도 정직한 보도도 아니다. 
나는 그냥 사람만을 본다면 김어준 같은 유형보다 손석희 같은 사람을 훨씬 더 좋아하지만,
보도를 놓고 본다면 김어준 스타일이 손석희의 것보다 더 솔직하고 정직한 보도에 가깝다고 본다.
모든 역사서에 역사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고, 모든 사진에 사진가의 프레이밍이 들어 있듯
언론 보도는 필연적으로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손석희 식의 중립은, 중립을 가장한 것일 뿐 결코 중립일 수 없다.

그냥 앵커가 주인공이 되는 손석희 스타일의 보도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김어준 스타일을 싫어한다.
말끝마다 욕설을 섞어 말하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면도도 안 하고 지저분하게 다니는 것을 좋게 보지 않는다.
하지만 이명박 시절에 김어준과 일당들은 목숨을 걸고 나꼼수를 만들었고,
그 와중에 정봉주 전 의원은 감옥에 가기까지 했다.
박근혜 정권에서도 이들은 결기를 꺾지 않았다.  
기울어지다 못해 절벽과도 같은 언론환경에서 팟캐스트 방송으로 싸웠다.
손석희의 뉴스룸이 정권교체를 여는 신호탄이었다면,
김어준과 일당들은 정권교체의 진정한 MVP이다.

 

투박하고 시끄럽고 어떨 때에는 저질스럽게 보일 때도 있지만, 김어준 류의 이야기가
말쑥한 수트차림의 뉴스룸보다 훨씬 더 진실한 보도라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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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두서없는 글을 재정리하기에는 너무 졸리네요. 죄송합니다~ =_=

모두들 편안한 밤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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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0개월 전인데,

추천도 많이 받았지만(저의 최초 베오베 글), 비추도 많이 받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손석희에 대한 지지가 강고했던 것이지요.
채 일년도 지나지 않아 손석희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참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언론인 손석희의 '얼굴'도 대중들의 인식의 변화만큼이나 바뀐 듯 합니다.
밝고 샤프한 이미지가 아닌 어둡고 억눌린 듯한 인상으로 바뀐 것은 단순한 '노화'의 결과는 아니겠지요.

저는 작년에 손석희와 김어준을 우연히 만난 적이 있습니다. 
손석희 사장은 상암동 모 식당에서 옆 테이블에 앉아 식사하는 모습을 보았고요, 
김어준 총수는 촛불집회에 갔다가 광화문 뒷길에서 우연히 조우했습니다.
스치듯한 만남이었지만, 두 사람의 느낌은 사뭇달랐습니다.
손석희 사장은 뉴스 화면에서 늘 보여줬던 '빛나는'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요즘 보이는 손석희 아나운서의 모습과 비슷한 느낌이었죠.
반면에 김어준 총수는 놀라울 정도로 파파이스 등에서 보여준 모습과 일치했습니다. 
길게 기른 머리와 덥수룩한 수염, 하지만 빛나는 눈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첫인상이라든가, 관상에 대해서는 그리 신뢰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요즘 보면 사람은 참 생긴대로 살아가고,
역으로 살아간 방식대로 얼굴에 인상이 누적되어 드러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곤합니다.
제 인생의 누적합산도 제 얼굴에 오롯이 드러날 것을 생각하니 항상 두려운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네요.

평소에 눈팅만 하는 회원이나,
오늘은 가카가 포토라인에 선 기쁜 날이기에 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오유 여러분, 그리고 촛불시민 여러분, 우리 모두 자축합시다.

항상 행복하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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