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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팅의 알파와 오메가
게시물ID : humordata_17432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박준준준
추천 : 14
조회수 : 2842회
댓글수 : 25개
등록시간 : 2018/03/13 13:5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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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동네 선배들과 첫 미팅을 나갔을 때였다.
 
커피숍에서 자기들끼리 환한 미소를 지으며 떠들어대던 그녀들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우리를 보자마자 표정이 싹 굳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의 외모는 험악하기로 인근에서 따라올 무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슬프게도 없어 보이기도 제일이었다. 
 
우리보고 이런 옷은 도대체 어디서 사냐고 물어보며 깔깔 대길래 각자 멋쩍게 엄마가 시장에서, 보세 매장에서 등등 대답하고 나서야 겨우 조롱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들의 싸늘함에 토막토막 이어지던 대화도 곧 끊겨버렸고, 적막만 감돌았다. 
게다가 내가 용기 내 던진 '혹시 애니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이 결국 분위기를 끝장내버리고 말았다.
결국 우리를 무시한 채 여자들끼리 연예인과 명품 이야기에 열을 올리는데 가만히 듣고 있던 선배 하나가 조용히 그녀들을 향해 질문 하나를 던졌다.
 
 
“야, 니들 똥 싸고 밑 닦은 거 보냐?”
 
 
‘............................’
 
 
진짜 난감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여자들의 표정이 갑자기 볶음밥 마지막 수저에서 벌레 반 토막을 발견한 그런 표정으로 변해갔으니까
 
 
“음... 음... 음...”
 
 
말을 잇지 못하는 그녀들에게 선배의 질문은 또다시 반복되었다.
 
“아 똥 싸고 휴지로 밑 닦고 그거 쳐다보냐고!!”
 
반쯤 일어나서 냅킨으로 손수 똥 닦는 시늉을 하는 선배의 모습이 정말이지 너무 리얼하여 우리는 그 냅킨에 뭐라도 묻어 나오지 않았나 쳐다보고만 있었다.
 
재차 다그치는 질문에 그 무리의 우두머리로 보이던 키 큰 아가씨가 대답한다.
 
“전 안 보는데요?”
 
“저도 안 봐요”
 
 
당돌하고도 당당하게 ‘안 본다!’라고 주장한 그녀들은 그 말 한마디가 어떤 결론에 이르게 될지 상상도 못했으리라
 
“아니 어떻게 더럽게 똥 싸고 밑 닦은 거 안볼 수가 있어?
그럼 다 닦였는지 남았는지 어떻게 알고 팬티를 올려!“
 
그 선배는 안했다고 딱 잡아떼는 강간 15범을 취조하듯 그녀들을 윽박질렀고 한참 동안이나 그녀들의 거짓말에 대해 잘못된 점을 일일이 지적함과 동시에 밑 닦을 때 앞에서 뒤로 닦는 게 중요하다며 "이렇게! 이렇게 말이야!"라며 세 번이나 시범을 보였고, 겹친 휴지 여러 장을 기생충이 얼마나 쉽게 뚫고 들어가는지 보여주겠다며 침을 적셔 손가락이 뚫고 나온 냅킨을 여자들 앞에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이어 한 마디씩 끼어든 우리들에 의해 토론의 주제는 ‘비데기와 오르가즘’에서 ‘살면서 본 동물들의 배변모습 목격담’으로 이어졌고 ‘미역을 먹은 후 다음날 생미역이 나오는 이유와 그것을 이용한 무한미역국’에 대해 토론할 때 즈음 질리다 못해 엎드려 우는 건지 자는 건지 하는 아가씨들을 앞에 두고
 
‘2년 동안 방치된 재호형네 집 싱크대 기름 냄비에는 녹은 바퀴벌레 시체가 3분의 2가량 퇴적되어 있다.’로 끝이 났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녀들이 주섬주섬 갈 준비를 할 때야 ‘아 너희들 아직 있었니?’하는 표정으로 한번 쳐다봐주고

처음 시작한 형의 ‘그래도 오천 원씩은 내고 가야지 계산이 맞지?’라는 주장으로 돈까지 걷은 후에야 그녀들은 집에 갈 수 있었다.
 

그 날 이후 그녀들은 화장실에서 그 네모반듯하게 접은 하얀색 휴지를 볼 때마다 우리가 떠올랐을 것이다. 각양각색의 기생충부터 아는 모든 동물들의 배변모습과 생미역이 뽑힐 때의 움찔함, 바퀴벌레들의 킬링필드까지 수많은 모습들이 스쳐 지나갔으리라.
그리고 우리를 평생 저주하리라
 

그렇게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미팅은 끝났고 다시는 그 선배들과 함께 여자를 만나지 않았다.
 
가끔 여자사람에게 선배들과의 에피소드들을 이야기 하다 보면 ‘그 재밌다는 선배들 한 번 보고 싶다.’같은 당황스런 반응을 보이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재미만을 쫓다 저 하늘의 별이 되어버린 가상인물 만복이의 절절한 스토리를 들려주며 화제를 돌리곤 했다.
 

요즈음 이곳저곳에서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뉴스들을 볼 때마다 그 선배들이 슈퍼맨처럼 나타나, 창문도 없는 방에서 그들에게 두 세 시간 정도 개인 면담을 해준다면 세상이 조금은 평화로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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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과거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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