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투 운동으로 많은 성범죄자가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으며 그 추악한 악행이 세상에 드러나고 있다. 이는 좋은 현상으로 이번 기회에 권력을 이용해 행패 부리던 악질적인 사람들을 처단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하지만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다고 했던가 미투 운동으로 인한 반작용으로 남성들 사이에서 펜스룰이 대두되고 있다. 펜스룰이란 미국 부통령 마이크 펜스의 이름을 딴 것으로 그가 몇 년전에 했던 인터뷰에서 “부인 이외에 다른 여성과 단둘이 식사자리를 가지지 않는다.”라는 발언이 유명해 지면서 펜스룰이라 부르게 되었다.
펜스룰의 핵심은 애초에 성범죄 가해자로 몰릴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자는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여기에 의문점이 있을 것이다. ‘왜 미투 운동을 하는데 남성들이 펜스룰을 해야하지?’ ‘그냥 조심하면 되는거 아닌가?’ 라며 말이다. 하지만 꼭 그렇지 만은 않다는게 남성들의 입장이다. 이미 많은 예가 있으며 남성이 조심해도 여성이 가해자로 지목만 하면 성범죄자로 몰려버리는 상황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며 따라서 남성들이 방어기제로 선택한 것이 펜스룰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유독 이 성범죄에는 이견이 많은 것일까? 다른 범죄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정도로 일치된 의견을 보인다. 사람이 사람을 때리면 폭행, 사람을 죽이면 살인, 동물을 때리면 동물 학대인데 왜 유독 성범죄만은 꽃뱀이니 잠재적 성범죄자니 하는 것일까. 나는 답을 모른다 하지만 이유는 어렴풋이 하나 알 것 같다.
현대 국가의 모태는 시민들이 구체제의 속박을 벗고 스스로 주인인 국가를 세우면서 부터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 혁명은 이를 대표할 수 있는데 봉건제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 국가를 세우면서 시민이 주인이라는 하나의 가치를 탄생시켰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시민들이 스스로 주인인 국가를 어떻게 탄생 시켰는가? 그것은 우리가 오래전 교과서에서도 배웠듯 사회계약론이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회계약론이란 쉽게 설명하자면 자연인인 인간들이 국가가 없을 시절에는 스스로를 지켜야 함에 따라 너무 힘들고 매일이 불안한 생활을 영위해야 하니 국가라는 걸 만들어 정부를 세우고 그 정부에 권력을 몰아줌으로써 그 정부가 자신들을 보호하고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정부가 잘못을 하면 그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여 시민이 그 계약을 파기하고 정부를 전복시키는 혁명이 정당성을 얻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회계약론이 어떻게 국가를 구성하고 국민들을 통제할 정부를 만들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객관성에 있다. 과거 봉건제에서는 지배층이 피지배층을 통제할 수단으로 법을 사용했다. 따라서 법은 형법만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고 그 내용 또한 일반 국민들에게는 불리한 내용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대의 법은 그렇지 않다. 헌법은 기본적으로 국민과 합의가 있어야 만들 수 있으며 그 헌법을 통치수단으로 삼기에 모든 사람의 동의를 얻어야 제정이 가능하다. 그래서 현대의 헌법은 객관성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그리고 법률 또한 마찬가지 인데 법률은 애매하게 만들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사람이 사람을 죽이면 살인, 때리면 폭행, 속이면 사기 이렇게 명확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객관성은 법정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많은 국가가 모든 형사소송법에서 피고는 무죄추정이 원칙이며 모든 죄는 증거로 판단한다는 증거재판주의를 따르고 있다.
그러나 성범죄는 이 모든 형법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그 이유는 성범죄의 성립 요건이 피해자의 주관에 의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 성범죄는 그래서 피해자의 진술이 재판에서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따라서 증거가 없어도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만으로 처벌이 가능한 것이 성범죄이다! 물론 논란의 여지가 없는 성범죄도 있다. 강간과 성추행은 대부분 매우 객관적이며 증거 또한 존재할 수 있다. 문제는 성희롱인데 이 성희롱은 대부분 증거가 없고 매우 주관적이며(피해자의 기분이 나쁘면 범죄) 그래서 반발이 가장 심한 것도 이 성희롱이다.
따라서 펜스룰은 남성들이 자신을 성희롱 가해자로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하는 일종의 방어행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확실한 증거와 객관적인 법률로 처벌받는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 법이기 때문에 대처법 또한 달라야 한다는 것이 펜스룰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맞는 말일 수 있다. 행위자가 피행위자에게 아무리 의도가 없었다 한들 피행위자가 기분이 나쁘면 범죄가 되니 범죄자가 되지 않기위한 몸부림으로 보야야 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이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사람 못지 않게 비판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봐야한다. 현대 국가의 근간인 헌법 그리고 그 기초인 객관성을 흔드는 무기가 성범죄자 낙인이니 말이다. 모쪼록 빨리 이 사단이 지나가기만을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