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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소고기국밥
게시물ID : lovestory_849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닥터블랑
추천 : 1
조회수 : 33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3/12 20: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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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몇 살이나 먹었다고 이제 나이가 들었다는 것인지 요즘은 국이 없으면 밥 넘기는 게 싱겁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국밥이 좋다. 그날도 어느 소고기국밥집에 점심을 해결하러 들어갔었다. 그 음식점에 들어간 건 별다른 이유가 없다. 배가 고팠고, “소고기국밥”이라는 간판이 보였을 뿐이다. 메뉴도 단촐하게 국밥과 곁가지 메뉴 몇이 다였고 테이블도 거의 비어 있었다. 마침 나보다 앞서 들어온 한 손님이 주문을 했다.

“소고기 둘이요”

주문을 받은 아주머니는 주방을 향해 외쳤다.

“국밥 두 그릇!”

아주머니는 우리 테이블로 왔고, 손님은 국밥을 기다렸으며, 주방에서는 소고기국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곳은 소고기국밥 간판을 건 소고기국밥집이었다. 그때 나는 나 혼자 생각하기로 꽤나 복잡한 문제를 가지고 끙끙 앓고 있었는데, 사는 게 이 소고기국밥집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문득 생각하게 되었다. 선택지도 몇 없어 고르는 데도 어려움이 없고, 무엇으로 부르더라도 무엇을 가리키는지를 서로가 다 알아서 어떻게 부르든 오해가 없는 세계. 

그 국밥집의 분위기, 국밥의 가격, 국밥의 맛 같은 것은 진작 잊어버리게 되었지만, 오직 다양하게 불리우는 그 국밥의 이름 만큼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뒤로 나는 이따금씩 우리가 국밥의 세계에서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저이가 말하는 것과 내가 말하는 것이 실은 같은 것인데, 그것을 호명하는 데 사용하는 표현이 서로 다는 것은 아닌가. 저이는 소고기라고 하고, 나는 국밥이라고 부르지만 실은 둘 다 소고기국밥일뿐인 것은 아닐까. 
정말 세계가 소고기국밥만큼 간단하게 생겼을 리는 없지만, 이런 가정법은 아주 가끔씩 내게 위로가 된다. 허기와 다른 어떤 것에 지쳐 국밥집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나는 메뉴판의 이름을 일부러 절반만 불러본다. 순대국밥이면 “순대요” 부대찌개면 “부대 하나요” 하는 식이다. 그렇게라도 해서 말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허허한 속을 뜨거운 것으로 채우기 위해서 나는 국밥집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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