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말재주가 없어서.. 그냥 대충 풀자면
5~6년 전인가 대학학생회관 앞에서 백혈병 환자들을 위한 체혈활동을 하고있었어요.
쉽게 얘기하면 골수이식 적합환자가 나오면 공여해줄 수 있겠냐인데
뭐 좋은 일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다이어리가(수첩이던가?) 참 맘에 들었어요 ㅋ
그리고 시간은 흘러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잊어먹을 때쯤 연락이 오더군요
(이게 오만분의 일이라던가 하더군요..)
서울에서 오는 전화는 100% 스팸이라 안받는데 거참 요상하시럽게 받게되더군요
당연히 콜을 외치고 적당한 시기를 기다려 지난달에 조혈모세포 공여를 했습니다.
여기까지 오셨는데 눈요기라도 하시라고 사진좀 첨부할게요
혼자 입원해서 누가 찍어주는 이 없어 볼 것 없지만서도
시외 일나가면 창틀이 흔들릴 정도로 코고는 아저씨들이랑 부대껴서 6인실이여도 별 상관없었는데
1인실을 잡아주셨더군요
왼팔에다가 관 삽입해놓고
오른팔에다가도 관 삽입해놓고
신장투석하는 것처럼 한쪽에서 혈액을 빼서 조혈모만 따로 추리고 나머지는 다른 한쪽으로 보내더군요
예전에는 뼈에 직접 주사바늘 꽂아 골수를 뺐는데
(지금도 그런 방법으로 할 수 있다는데 아프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서..)
지금은 뼈(엉덩이 척추 가슴 두개골 등 면적이 큰)에 있는 조혈모를 혈액으로 빼주는 약이 개발되어
입원 4일 전부터 매일 피하주사로 투여합니다
(그에 따른 부작용이 있는데ㅋ 삭신이 쑤시고 뼈마디가 저리고 심장이 빨리 뛰는 거 같고 두통이 있을 수 있다네요)
체혈할 때 웃지못할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는데
11시 체혈이라길래 좋다고 8시에 에스프레소 마셨다가 중간에 전달이 잘못된 건지 9시에 헌혈실로 대리고 가더군요...
아시다시피 커피가 이뇨작용이 심하잖아요.. 하아 결국 사단이 났음
4시간동안 꼼짝없이 누워있어야하는데 2시간정도 경과하니 ㅋㅋㅋ 병원천장이 노래지기 시작
결국...
ㅋㅋㅋㅋ 저 상황이 됐음ㅋㅋ
(노출때문에 불편하신 분 계실려나..)
저 표정이 그때 제 심정을 잘 대변해주네요 ㅋㅋ
그래도 살짝씩은 움직일 수 있어서 커튼치고 페트병에다가 볼 일을 봤네요
에휴
그리고
미술상이랑 개근상 외엔 상장 구경할 일이 없었는데 뭘 이런 걸 다 주시더군요
헤헤
조혈모세포 관련 일하는 곳이 두 군데라 그랬는데(이름이 뭐였더라..)
그래서 그런지 저렇게 두개가 따로 오더군요.
생각해보면 저는 삶에 대한 큰 열망같은 게 없는데
삶을 희구하는 당사자 그걸 옆에서 도와주시는 분들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제가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니 참 고마운 일이죠
이런 생각 하면 안되는데 저라면 이겨내기 힘들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조혈모세포 투여하는 게 치료의 마지막 카드인데 이게 수치상으로 퍼센테이지가 높게 나와도 환자가 건강해도 공여 조혈모세포가 많아도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다더군요..
그 얘기 듣고 아 이건 신의 영역이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도 7년이 되서야(해방이라고 말한대요)완치 판정이 나고
그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니..
아무쪼록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 이왕 오신 거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건강되찾을 수 있도록 한 번씩 마음 속으로 기원해주세요.
음... 아직 끝난 게 아니라
또 다른 기부를 했는데요 ㅋㅋ
한 3년 전인가 제가 좋아하는 후배가 소아암에 판정을 받았어요..
(성인이여도 그런 일이 있나보더군요)
옆에서 보기 너무 안쓰럽고 뭐라도 해주고싶은데 할 수 있는 게 병문안 가서 손잡아주는 정도 밖에 없더라구요
그리고 항암치료를 하는데 머리카락이 다 빠진 게 너무 안쓰러워
그래 머리카락을 길러서 기부하자라고 마음 먹었죠
다행히 그 친구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고요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됐는지 지켜보는 과정이 남긴했지만 어쨌든 경과도 좋아서
머리카락은 다른 친구를 위해 기쁜마음으로 자를 수 있었습니다.
또 여기까지 오셨는데 눈요기라도 하고 가시라고
2년 3개월간 머리긴 과정(이라 쓰고 셀카 대방출전이라 읽는)도 첨부해볼게요
요때가 평소였어요 흑백이라 잘 안보이지만 그냥 단정한 스타일
과도기. 이 때는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찍었지? ㅋㅋ
놓치지 않을 거에요 S2K...
머리 긴지 딱 1년 됐을 때
캐나다 벤쿠버 놀러갔을 때인데 그 당시 땅콩아줌마가 이슈라 요렇게 남겨봄
1년 3개월. 이제 머리 묶는 게 자연스러워졌네요
다음 2년 때까지는 너무 컨셉사진 처럼 나와 생략하고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 카페인데 조명 때문인지 색감이 좋군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고자
또 작가님 카페 처들어가 영업방해를 하고 나왔습니다. ㅋㅋㅋ
후배녀석이 그러더군요
그간 자기를 따라다닌 병마의 꼬리표를 마침내 잘라낸 거 같았다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마음 졸이고 있었을 걸 생각하니 참.. 하하 거시기하더라구요
바쁘다고, 귀찮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주위사람들 못챙기고 살았는데
주변사람들 조금은 더 자주 연락하고 찾아 얼굴도 보고 그렇게 살아야겠어요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답례로 웃음꽃 드리고
어쨌든 여러분의 흘러가는 일상 속 작은 의미였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