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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게시물ID : sisa_10295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1ne*9
추천 : 4/2
조회수 : 706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8/03/09 22:06:26
(조민기 씨 관련글을 어디에 쓸지 몰라서 검색해봤더니 시게에 글이 많길래 시게에 써봅니다.. ㅎㅎ )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오래전부터 의아했던 명언이고, 와닿지 않는 명언이었습니다. 

좋은 의미로 생각하려고 하지만, 종종 사람들이 이상하게 활용하여 죄인들을 쉴드치는 쪽으로 써먹는 걸 많이 간혹 봤었거든요.

게다가 피해자에게 있어 그 사람은 이미 죄악 그 자체일 겁니다. 그 사람이 죄를 행하였는데 죄와 사람을 나누어볼 수 있을까요.

아무리 제 3자의 입장이지만 미움받아 마땅한 죄를 저지른 인간을 왜 따로 봐야하는지 공감이 안 돼요.

그런데 오늘 조민기 씨 사망뉴스에 또 같은 댓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단골댓글인 것 같아요.

조민기 씨의 자살 소식을 접하고나서 처음 든 생각은 안타깝다는 거였습니다.  

안타까웠던 것은 두 가지 이유인데, 

우선, 조민기 씨가 죽어서가 아니라 남은 가족들이 더 고통받을 그 상황이 안타까웠죠. 

죄인이라고 해도 가족은 가족입니다. 가족들까지 죄는 저지른 건 아니지만, 유명인의 가족으로서 많이 힘들었을텐데 

그 와중에 이런 일이 생긴거니까 얼마나 힘들지 상상도 안 되네요..

그리고 나머지 이유는 조민기 씨에게 당한 피해자들을 생각하니 안타까웠습니다.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고발로 인해 사람이 죽었다는 죄책감이 들 수도 있고, 

한편으론 다른 사람들이 이 사건을 계기로 실제 피해자들의 미투운동을 폄하, 왜곡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예상대로 그런 어처구니 없는 댓글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직 오유에선 안 찾아봤지만 다른 곳에서 봤습니다.)

"잘못이긴 해도 미투운동이 결국 사람을 죽였네."  대략 이런 류의 댓글들이었습니다.  반대가 조금더 많긴 했지만 추천도 있었고요.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미래에 생길지도 모를 피해자들을 예방하는 

정의로운 고발이 왜 조민기 씨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까요.

물론 저도 이 운동이 좋은 목적을 가진 반면에 굉장히 허술한 면도 있어서 거짓된 증언과 경솔한 언론에 의해 악용되는 사례도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남녀대결(남혐)의 도구로써 쓰이는 경우때문에 비판받고 있고, 그에 대항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죠. 저도 공감합니다.  

하지만 실제 피해자들의 미투운동까지 폄하한다면, 그건 남혐종자들이 이 운동을 변질시키는 것과 같은 행동 아닐까요.

남혐종자들을 배척하기 위해 꼭 그런 종자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실제 피해자들이 있다면 보호해주고 위로해주고, 그 틈을 악용해 끼어든 혐오성애자들이 있다면 배척하고,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게 순서라고 생각해요. (따져볼 문제점이 많지만 이 글에선 쓰지 않겠습니다.)

게다가 조민기 씨의 경우, 판결은 안 났어도 신빙성 있는 증언들과 증거들이 확보가 되어 무고라고 보기엔 어려운 상황이죠. 

그런 범죄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죽음이 피해자들의 미투운동 탓일까요?  

그가 그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애초에 없었을 일이고, 고발할 피해자들도 없었겠죠.

그저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죗값이라고 생각해서 끝까지 본인이 겪을 고통만을 생각한 이기적인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죽었어도 욕먹어 싼 사람이니 마구잡이로 비난해도 된다는 건 아닙니다.  차마 그러고 싶지는 않네요. 

 하지만 죽은 사람이라고 해서 그 사람의 죽음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여 또 다른 고통을 피해자들에게 주는 건 극렬히 반대합니다.  

그 사람 때문에 지금까지 고통받으며 살아가는 피해자들이었는데, 억울함과 분노을 고백했을 뿐인데, 또다른 고통을 짊어지게 할 순 없는거죠.

죄를 지었다면 죗값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값을 받을 각오도 하지 않고 죄를 저지른 건 경솔한 것이고, 

죗값의 무게를 생각하지 못한 것은 어리석은 것이고, 

죗값의 무게가 두려워 회피하는 것은 비겁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회피방법이 이번엔 '죽음'이었던 것이죠.

저는 끝까지 피해자들을 생각하지 않은 이기적인 사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면 그런 짓도 안 했을테고, 피해자들도 없었겠죠. 

감정섞인 비난은 하지 않겠지만, 그 사람에 대한 제 개인적인 평가는 이렇네요.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의 상황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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