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돌이켜 생각해보면...
친구들과 구김없이 웃으며 놀던 때도 있었고
연인과 세상에 둘만 있는 듯 바리보며 행복했던 때도 있었는데.
도무지 믿기지가 않네요. 내가 한때 그랬다는 것이.
분명 돌이켜보면 명백한 과거요 사실인데...
도저히 믿을 수가 없네요. 그렇게 즐겁고 행복했던 때가 있었다는 것이.
누군가 내 기억 일부를 잘라낸 뒤 억지로 어울리지도 않게 행복했던 기억을 붙여놓은 것처럼.
지금의 관념과 감정과 질감으론 도저히 나의 과거라고, 내게 있었던 일이라고 믿기지가 않네요.
내 기억이, 마치 알지도 못는는 솜씨없는 글쟁이의 습작을 보는 것처럼 이질적이고 건조하게 느껴지네요.
나는 누구였지? 나는 누구지? 정말 있었던 일인가? 정말 느꼈던 감정인가? 건조하고 공허한 시간이 대체 몇 년이나 흐른 것인지...슬프지도 않고 덤덤한 지경이지만, 그 덤덤함이 조금은 슬퍼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