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가 이런 말을 했더랬지. 인간을 수단으로 대하지 말라고. 지극히 도덕적으로 당연한 말이야. 여기서 더 생각해 볼 점은 인간뿐만 아니라, 내가 이루고 싶은 꿈 자체도 목적이 되어야지 수단이 되면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어. 내 인생을 돌아보면 말이야, 나는 항상 꿈을 꾸었던 거 같아. 피아노를 치며 유명한 대중가요 작곡가가 되어서 부와 명예를 얻는 상상 말이야. 물론 처음엔 부와 명예를 위해 음악을 선택한 건 아냐. 음악이란 자체가 나의 마음을 흔들었고, 나의 재능과 상관없이 나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작곡가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아주 막연한 희망만을 가지고 있었던 게 문제였지. 25년간 피아노 한번 쳐보지 못한 애가 수준 높은 피아노 연주를 따라간다는 건 너무나 힘든 과정이었고, 이미 높아져 있던 나의 이상은 현실의 나의 모습을 더욱 처절히 짓밟았지. 어느 순간 나는 꿈이라는 핑계 아래 음악 자체가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변질되더라. 내가 만든 음악으로 그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는 소박한 꿈은, 곡이 가지고 있는 감동 자체가 아닌, 감동의 방향이 나를 향했을 때만 만족감을 느끼는 형태로 바뀌게 되더라. 이걸 내가 만들었으니까 나에게 감동을 해라라는 잘못된 편견만이 나를 감싸고 있었지. 이런 생각은 이미 나를 꿈으로부터 멀리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지. 노력은 점점 줄어들게 되고 그 자리엔 허영심만 가득한 나의 상상이 그 자리를 메웠지.
인간은 참 이기적인 존재인가 봐. 그렇게 이룰 수 없는 나의 꿈이 나를 가득 채울 때쯤, 다른 꿈들이 서서히 나의 한 쪽 구석을 차지하더라. 뭐 이번에는 더 심각했어. 내가 좋아하던 일을 아예 처음부터 부와 명예의 수단으로 여기게 되어 버렸지. 즉 시작부터 명예의 수단으로써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뭘까 하고 생각해버리게 된 거야. 이렇게 되면 명예는 물론이거니와 좋아하는 일 마저 나의 불행의 시작점이 되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을 그때도 깨닫지 못한 거지. 부와 명예라는 타이틀 아래, 나를 존재하게 끔 만들어줬던 소중한 것들은 이제 더 이상 소중하지 않게 되어버린 거야.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거였어. 수단은 아무 의미도 없는 여러 개의 나의 기호품들 중의 하나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야. 좀 헤졌다 싶으면 아무 미련 없이 다른 걸로 바꿔버리면 그만이거든.
나의 태도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셔츠와 같았어. 이제 와서 네 번째 단추를 잠그려다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안 것 같아. 다시 처음으로 단추를 풀어 나가야겠지. 너무 늦은 게 아니길 빌어. 지금 이제 와서 이런 사실들을 인지한다고 해서 첫 단추를 다시 제대로 끼우라는 보장은 없겠지만,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자체에 의미와 목적을 두려 해. 행동 뒤에 명예가 따라오는 것이지, 명예를 위해 행동하는 것은 너무 간사 한 일이잖아... 네가 하고 있는 일이 가치 있는 일이라면 피하지 말고 집중해. 집중하고 또 집중해. 그 안에서 조그마한 행복에 감사하고 그 행복을 네가 나아가는 힘의 원천으로 여기며 감사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너의 내면을 만족시킨다면 그걸로 된 거야.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자책하는 순간 너는 그 일을 원망하게 될 거고 너 자신을 부정하는 시작이 될 거야. 항상 깨어 있길 바래. 그것만이 허무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너를 지키는 유일한 수단일 거야.
얘들아 그냥 욕해도 좋으니까 코멘트 달아줘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