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 즉 방위산업비리는 대한민국 군 내에 만연한 고질적인 문제이다. 모든 비리 중에서도 방산비리가 더욱 위험한 것은 단순히 금액적인 문제가 아니라 누군가의 자식이자 연인인 수많은 젊은이들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으며, 나아가 국가의 안녕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국가 안보의 적’이라는 결론에까지 도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산비리는 어제오늘 벌어진 일이 아니다. 6.25전쟁 당시 국민방위군 사건부터 2014년 통영함 성능 문제, 2017년 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KAI) 원가 부풀리기까지 수십 년간 이어지고 있다. 6.25 전쟁 당시 1.4 후퇴 때 국민방위군의 일부 장교들이 23억 원, 쌀 5만 2천 섬의 국고금과 군수물자를 부정처분해 많은 사상자를 냈다. 전쟁터에서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약 10만 명이 넘는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다. 2008년 1조 2,700억 원을 들여 전력화한 손원일함, 정지함, 안중근함은 걸핏하면 멈추는 탓에 심해에 들어갈 수 없어 제대로 작전을 펼칠 수 없었다. 독일에서 93차례나 고장 난 사실을 알고도 잠수함을 인수한 사실이 드러났다. 적 잠수함을 공격하기 위해 1조 3천억 원 예산으로 도입된 해상헬기 와일드캣은 터무니없는 연료과잉 현상으로 작동시간이 38분에 불과했다.
2018년 현재에도 마찬가지다. 새 정부 출범 후 방산비리 합수단에 의해 적발된 방위산업 불법 계약 규모는 해군 1,265억 원, 공군 243억 원을 비롯해 전체 1,639억 원에 달한다. 3천원도 되지 않는 USB가 95만 원짜리로 둔갑하거나 방탄복은 총알을 막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2017년에는 장병들에게 지급됐어야 할 280여 억 원어치의 신형 방탄복과 방탄헬멧 대신 철갑탄을 막을 수 없는 부실한 방탄복과 방탄헬멧이 최전방 부대 등 장병 3만 5천명에게 보급되기도 했다.
그러나 군 형법에는 뇌물 수수 관련 조항이 없어 3년 이하의 징역과 700만원 이하의 벌금 정도의 솜방망이 처벌만 존재한다. 군과 방산업체 간 고질적인 유착의 꼬리를 끊지 않는 이상 유사시에 생명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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