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생방송으로 연설을 하던 중이었다.
"국민 여러분 제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상한 소리가 전국에 중계됐다.
TV를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하던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 싶어서 화면을 쳐다봤다.
사람들은 대통령이 갑자기 사라진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대통령의 목소리가 계속 들린다는 것이었다.
이후 방송은 중단되었다.
조사에 참여하게 된 한국대 물리학과 점철진 교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람이 어떻게 사라질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런데 어째서 목소리는 계속 들리는 것인가.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대통령의 입이 있던 그 자리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교수는 물리적으로 이 현상을 해명하려고 했다.
'무언가 대통령을 사라지게 했다. 그런데 목소리는 나온다. 목소리의 위치는 고정되어 있다.'
하지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었다.
음파라는 것은 에너지라고 할 수 있는데 근원도 없는 곳에서 에너지가 계속 공급되는 것은 설명이 불가능했다.
'이건 물리법칙에 어긋나'
교수는 가설을 내고 국가정보원장에게 설명을 하였다.
"대통령이 사라진 이유는 저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물리법칙에 따르면
대통령의 몸무게가 소리 에너지로 변환되어 말이 나온다고 할 수가 있어요.
즉, 대통령의 몸무게와 저 소리의 시간당 에너지만 측정할 수 있으면 소리가 멈추는 시간을 알 수 있지요."
국가정보원장은 사실 소리가 언제 없어지는가 하는 따위의 정보를 알고 싶지는 않았다.
"대통령님이 돌아올 확률은 없는 겁니까?"
"그것은 제가 도저히 알 수가 없군요. 이런 물리현상은 저도 처음이라...
다만 저 소리가 언제 멈출지 계산한다면 뭔가 단초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두 사람은 여전히 들려오는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대통령의 증발은 세계 각국의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었다.
그러나 안보 문제 등으로 외국의 학자들은 이 조사에 참여할 수 없었다.
점철진 교수 주도 하에 조사는 진행되었다.
약 2주일 동안 음파 에너지를 측정하던 점철진 교수는 자신이 알아낸 것을 말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교수가 적은 복잡한 수학 공식들이 책상 위에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그 공식들의 말미에는 간략한 결론이 적혀 있었다.
'소리가 멈추는 예상 시간. 약 1억 5천만 년 후'
교수는 자신이 실수한 것이 아닌지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었다.
교수는 2주 동안 반복한 것과 마찬가지로 또 음파 측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고 있었다.
근데 음파에 조금 변화가 있는 것 같았다.
교수는 다시 계산을 시작했다.
'소리가 멈추는 예상 시간. 약 1억4천5백만 년 후'
음파가 점점 세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교수는 조금 두렵게 소리가 나오는 곳을 바라보았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대통령이 사라진 지 1년이 지났다.
그가 연설했던 장소는 현재 폐쇄상태이다.
관계자만이 이곳을 출입하고 있었다.
목소리가 나오는 곳은 예전과 굉장히 달라져 있었다.
현재 그곳은 목소리의 근원을 중심으로 주변을 콘크리트로 막아버린 상태였다.
그 콘크리트의 두께는 약 300미터였다.
말도 안 되는 수준의 건축물이었다.
그럼에도 이 주변에는 무언가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점철진 교수는 자신이 계산해낸 수식이 맞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소리가 멈추는 예상 시간. 오늘 중'
대통령의 목소리는 점점 세지기 시작하여
이제는 아무리 막아도 막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의 몸무게만큼의 질량이 모두 에너지로 변환된다고 하면
오늘 목소리가 멈춰야만 한다.
교수는 자기도 모르게 기도의 말이 세어 나왔다.
"제발!"
......
1년 후
미국
교수는 죽지 못해 살고 있었다.
미국으로 모인 마지막 인간들이 대개 자신을 원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인을 파악하려고 하지 않고 콘크리트로 막아버리는 실수 때문에 결국 일이 이렇게 됐다는 것이었다.
교수는 머리가 아파왔다.
학자들은 매일 회의를 하기 위해 컨퍼런스 룸에 모였다.
회의는 그 날의 지진 규모를 브리핑하며 시작한다.
지질학자 존 케인이 말하기 말하기 시작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지진 규모는 11.2입니다."
점철진 교수는 이 건물도 웅웅거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실 그 느낌은 틀리지 않았다.
건물은 실제로 웅웅거리고 있었다.
..........
1년 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지구는 온통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거리는 소리로 가득찼다.
생물이라곤 남아있지 않았다. 지구는 진동하고 있었다.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생물이라곤 우주 궤도에 머물러 있는 우주 비행사들 뿐이었다.
그들의 눈에는 지구가 아주 미약하게 원형을 잃고 출렁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충분히 경악스러운 장면이었다.
이제는 지구가 스스로 공명하면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
인공위성 궤도에도 미약하기는 하지만 그 소리가 전달되고 있었다.
우주 비행사 세브첸코는 동료인 아날다에게 말했다.
"이봐 지구가 곧 폭발할 것 같아"
"...어쩌면"
"어쩌면이 아니라고. 내가 계산을 해봤는데 저 지경이라면 곧 분해되고 말 거야."
"...그래. 어쩌면."
둘은 이후 침묵했다.
그리고 며칠 후
세브첸코는 악몽을 꾸었다.
지구가 폭발하는 꿈이었다.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잠에서 깨었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지구를 내려다 보았다.
그런데 지구가 사라져 있었다.
세브첸코는 아날다를 불렀다.
"이봐. 어떻게 된 거야? 지구는 어디 갔어."
"사라져버렸어."
"아."
우주 정거장은 지구라는 중력을 잃고 어디론가 멀리 표류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아직 지구가 말하고 있는 음성을 들을 수 있었다.
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우우우우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