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후문을 나오며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학교 대신에 학교의 물가 대신에
사천원짜리 짜장면에 고기 반쪽도 실종되었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탕수육 큰 덩이 두개씩 집어먹는 돼지심보 친구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 번 정정당당하게,
신선마냥 승천한 등록금을 위해서
학자금의 저금리를 요구하고 투명 경영에 찬성하는
용기를 실천하지 못하고
백오십 원 커피값을 빌리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친구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통장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음으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고향에 학창시절 매점에서 내 생일이 되었을 때
매점 아주머니가 친구들에게 쏠 과자의 값을 하나하나
비교하고 있는 나를 보고 외상으로 해줄테니 고민말라고
남는 차액은 여유때 가져오라고 속삭여준 일이 있었다.
친구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소리치고 있는 것은 그 가격을 비교하기와
친구들의 눈치를 보던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연일 폭락하는 주식 차트를 보고 그 각도에 쓰러지고
주오일제 문도 빨리 닫는 은행의 투정에 주먹을 쥔다
올라가는 체중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 서 있다 럭셔리 상류층에는 서 있지
못하고 암만해도 꽤 많이 옆으로 비켜서있다
그리고 꽤 많이 옆에 서 있는 것이 더더욱
비루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편의점 알바에게
집주인에게는 못하고 편의점 알바에게
교수에게는 못하고 조교에게도 못하고
친구에게 탕수육 때문에 짬뽕 국물 때문에 단무지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단무지 때문에
담배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코코아야 율무차야 커피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