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랑 약속한 3주 뒤.
나는 중국에 있었다. 니하오마.
출장가래니까 갔지. 타마더.
약속한 날로부터 3일 전에 가게 되었는데, 그 날 D의 볼은 역대급으로 빵빵하게 부어있었다.
"오빠. 중국말 하나도 모르면서 중국을 왜 가?"
"괜찮아. 그 쪽 사람들이 한국말을 잘해."
"그럼 자기들이 오면 되지?"
"가서 눈으로 좀 봐야할것도 있어서. 야. 너 오늘 볼 진짜 이따시 만하닼ㅋㅋㅋㅋ"
"나 지금 기분 안좋아."
"알아알아ㅋㅋㅋㅋㅋ"
내가 그 빵빵한 볼. 보고 감탄만 할뿐 한번도 건드린 적이 없었는데, 그 날은 너무 귀여워서 손가락으로 톡톡톡 건드려보았다.
내 나이대에서는 나올 수 없는 피부탄력이 장난아니었다.
"어우얔ㅋㅋㅋㅋ 직접 건드려보니 장난아니넼ㅋㅋㅋㅋ"
"그만 웃어."
여지없이 날아드는 D의 주먹. 엌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아파 임마. 학교잘가고, 회사에서 장대리랑 잘 지내고, 이거 카드 줄께. 먹고싶은거 먹고 사고싶은거 사고 그러고 있어."
"안받아. 나도 돈 있어."
"너가 퍽이나 그 돈 자알 쓰겠다. 또 아끼고 아끼다가 저번처럼 병원비나 왕창 나오지."
그 말에 D는 시무룩해한다. 명절응급실비용은 D가 헉.할 정도로 나와있었기 때문이다.
"갔다올께. 한두번 가는 것도 아니니까."
"...가서 바람피지마."
"니가 내 마누라냐? 그리고 중국여자들도 눈 있어."
D는 그렇게 가려는 나를 와락 안는다.
지난 3주. 이제 포옹 정도는 기본이 되어있었다.
"야. 다음 주면 온다니까."
"연락 자주 해."
"오냐."
"술 적당히 먹구."
"중국사람들 만나는데 술을 어떡게 안먹어. 거기 임원들 나 술 잘 먹는다고 좋아한단 말야."
"피이...오빠 속 버리는데..."
"간다. 이번엔 진짜 갈거야. 또 붙잡지마."
나는 D의 머리를 쓰담쓰담 해주었다.
그렇게 또 3일이 흘렀다.
가서 노는게 아닌지라 나도 바쁘고, D도 레포트에 조별과제에 해서 바쁜지라 연락은 생각보다 자주 못했다.
-밥먹었어?
-응. 오빤?
-먹었지...한국식당에서 된장찌개.
-헤에...난 중국가면 맨날 중국음식 먹고 그럴줄 알았지.
-도착해서 사장님이랑 먹은 첫 식사가 맥날이었어. 아. 그러고보니 맥날에서 커피 좀 내리신 분이지 참.
-난 뭐 먹었는지 안 물어봐?
-또 집에서 김치에 물 말아먹었냐? 식비 안받는댔지? 계란이랑 스팸이랑 다 있잖아. 아낌없이 꺼내먹어.
-장대리님이 돈까스 사줬어.
-입사 후 단 한번도 나한테는 지갑 안열더니, 너한테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네.
뭐 이런 식으로 까똟 주고 받을때 말고는 연락도 자주 안했다.
그렇게 충칭갔다가 거래처 회장님이 있는 상해로 넘어왔다.
여기 회장님이 나를 엄청 좋아라하는데, 최근에는 자기 조카랑 결혼하고 중국와서 살지 않겠냐는 말까지 하시는데...
어우야...조카분의 입장을 좀 생각하시라고 그러고 있음. 그때 나를 보고 인상을 확 찌푸린 아가씨가 그 조카인거 알고 나니까 농담으로 안 들림.
여하튼 이번 출장에서 1차 목표는 달성했기에, 그 쪽에서 다 내기로 한 식사 졸라 비싼걸로 잘 시켜먹고(뭔지 모름. 그 쪽에서 알아서 시켜주니까ㅋ)
역시나 독하디 독한 중국술에 건배 수십번하고...(내가 중국말 못한다고 한국말로 건배.해줌ㅋ)
잠깐 술 좀 깨러 비틀비틀 걸어나와서 숙소 앞 동방명주가 보이는 강가 앞 벤치에 철푸덕 앉았다.
"...예. 오마니. 큰놈. 중국이요. 상해. 출장이요. 네네...알았슈. 술 많이 안 먹었어. 술 먹었음 전화를 왜 해. 들어가서 자빠져 잤지. 네...뭐? 깨? 뭔 중국만 갔다하면 깨사오래;;; 아...알았어...아!!!! 올라오지마세요!!!! 내가 들고 내려갈께!!!! 뭘 놀래긴 뭘 놀래. 엄마 무거울까봐 탁송해 드린다니깐. 효도하려는 기쁨에 그냥 비명이 절로 나와서 그래. 어? 효도하고 싶으면 손녀 하나 낳아서 안겨주라고??? 그 앞에 뭔가 절차 하나가 빠진것 같지만, 전 뭐 불효자네요. 네...아뇨. 내일 모레 귀국. 네. 아우...알았슈. 적당히 마?시고 잘께요. 네엡. 주무세요...어? 아빠가 술 사오란다고? 사오면 쥑일거잖어-_-...네 주무세요..."
깨이야기하면서 가지러 올라간다는 말에 화들짝 놀랬다.
그제야 집에 두고 온 D생각이 나서 핸드폰에 날짜를 보니, 오늘이 약속한 그 날이었다.
"...안받ㄴ..."
"오빠!!!!!!!!!!!!!!!"
"아이구우...귀청아...보청기 필요없는 사람인데 방금 보청기 필요해질 뻔했잖아."
한국 떠난지 3일 만에 전화했는데, D는 너무나 좋아했다.
"어디? 집?"
"응. 방금 왔어."
"옳지옳지 착하네. 이제 그림일기쓰고 이빨 치카치카 닦구 자야지. 집에 와서 손발씻고 양치랑 했어?"
또또 애취급한다고 D의 부루퉁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빤 어디야?"
"샹하이. 트위스트 추러 왔어."
"...미안. 이건 못 웃겠다."
"나만 즐거우면 되지 뭐."
3일만에 통화하는 우리는 그렇게 딴 이야기나 하면서 말을 빙빙 돌렸다.
D는 대답을 듣길 원하는 눈치고, 나는 어물쩡 넘어가려고 그러고 있고.
"야. D."
"응?"
"너 학교에...아니다. 넌 대체 내 어디가 좋은거냐?"
재잘재잘. D는 그 귀여운 목소리로 마치 준비해놓은것처럼 좔좔좔 쏟아내었다.
이게 장점으로 보여???라는 것도 있었고, 우와...콩깍지가 이렇게 무섭습니다...것도 있었고, 듣고 있는 내 손발이 오그라들다못해 파괴될 정도의 임팩트의 것도 있었다. 부끄러워서 황푸강에 뛰어들고 싶을 정도였다.
나는 그때 그래도 안돼.라는 말을 준비하고 있었다.
너는 나보다 더 멋진 사람 만나야 돼. 나이도 맞고 너처럼 똑똑하고 잘생긴 사람을 만나야 돼. 라는 틀에 박힌 핑계를 준비해놨더니, 애가 이러고 있으니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그리고 그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D랑 동갑이래도 D는 나에게 너무나 과분한 여자였다.
"...다른 남자였다면, 이거 전부 다 안 좋게 보였을거야."
"...뭐여? 내 좋아하는 이유 아니었어? 졸라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었는데."
"그런데 그게 다 사랑스럽게 보일 정도로 오빠가 좋아."
심장이 멎었다가. 다시 뛰었다. 그것도 위험할 정도로, 두근두근.
"...오빠?"
"어...어어...;;;"
"오빤?"
"...고맙지 뭐..."
"뭐가?"
"나 너도 알다시피, 연애 흥미 싹 사라진 사람이야. 나는 누군가 사귈때 항상 1년 씩은 걸려. 그 사람도 나 알아가고, 나도 그 사람 알아가고 나서야 사귀자. 그래서 사귀었어. 위험도도 적어 그거. 정때문이라도 만나주더라. 그래서 난 사귀면 최소한 1년 이상씩은 사귀었어. 딱 3명이었지만."
"...마지막은 언제? 누구?"
"3년 전에 10년 되기 전에 차인 애. 근처 동네 살던 애."
"...10년?"
"응."
D는 한동안 말이 없었고, 나는 그때 술을 너무 오래 쉬었더니 술이 계속 올라와서 끊고 잘까??? 이러고 있었다.
"...그 사람 때문은 아니지???"
"어? 말없다가 갑자기 훅 들어오니까 못 들었어."
"그 사람때문에 나는 안된다는건 아니지?"
"애가 무슨...나 그 사람 잊었어. 나는 내 손 떠난건 뒤도 안봐. 그거 구질구질하게 잡으려 해봐야 나만 피곤해...물론 단박에는 못 잊었지. 내 20대 전부였는데...잘 살던지 못 살던지는 걔 운명이지 뭐. 나는 걔 인생에서 3분의 1쯤 이었고."
"...그랬구나..."
"D. 너는 내가 몇번 말했지만...정말 예쁘고 사랑스러워. 너랑 있으면 오빤 너무 즐거워. 너 웃는거 너무 예쁘고, 나랑 있을때 잘 웃어줘서 너무 좋아."
"그렇지만...여자로는..."
"아니. 보여. 술김에 말하는게 아니라..."
"술마셨어???"
"...그럼 내가 이런 오그라드는 소리하는데 제 정신이겠냐?"
피이~하는 소리가 들린다. 지금 또 빵빵하게 부어올랐을 그 두 볼이 너무나도 만지고 싶었다.
"그런데 말이다...나는 너한테 많은걸 오픈했다고 했는데...나는 너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
말이 없다.
"우리 같이 산지 7개월 넘었지?"
"어???...응..."
"너 요즘 집 안구하는거 같더라?"
"어???....그게...;;;;"
"더 있어줘."
"응?"
"내 옆에 더 있어줘...보고싶어."
"...오빠..."
"중국음식 느끼하다. 김치찌개 끓여놔라. 내일 모레 귀국한다...울어?"
"...미...미안해...ㅠ.ㅠ"
"또 눈 팅팅 부을라. 나한테는 항상 예쁜 모습만 보여줘...난 뭐...그동안 안볼데 빼고는 다 봤잖아???...그만 울라니까."
"으아아아아앙. 아까 오빠가아...목소리까니까아...안된다는 줄 알고..."
"...너 울릴 생각은 아니었는데;;;;"
"오빠..."
"어. 오냐?"
"참치로 해줘? 돼지고기로 해줘?"
그 와중에도 내 식성을 물어보는 이 아이가 난 너무나 보고 싶어졌다.
"너 먹고 싶은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