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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그 여자 이야기(22).
게시물ID : love_410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29
조회수 : 1702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8/02/11 12:06:58
추석 후 첫 출근. 

밀린 일처리때문에 다들 정신없이 전화하고 문서치고 자료정리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물론, 나는 더욱 정신이 없었다.

어제 그제 연속으로 11살 어린애한테 기습뽀뽀를 당했으니 원.
게다가 나는 생긴게 이래놓아서 내가 했으면 했지, 남에게 당한건 인생 절반쯤 살고 처음이라...
일에 몰두할려고 해도 자꾸 생각나서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그렇게 피드백도 못해준 서류들이 하나둘씩 책상에 쌓여갔다.



"D!!!!!!!!!!!!!!!!!!!!!!!!!!!!!!!!!!!!!!!!!!"
아이씨 깜짝아.

연휴끝나써어...더 놀고 시퍼어...나는 누구우...여긴 어디이...현실 괴롭다아...
이러고 있던 장대리가 수업끝나고 늦게 출근한 D를 보자 화색이 돈다.

어 왔어 추석 잘 보냈어 
잘 보내긴 뭘 개뿔이 잘 보내. 인턴이라고 명절상여도 안나왔는데.
얼굴이 왜 이렇게 헬쓱해졌어??? 우리는 다들 5키로씩은 찌고 왔는데.라며, 다들 D에게 인사를 건넨다. 나.만.빼.고.

"안녕하세요. 과장님."
"어.아.예.응.응."
D는 나에게도 와서 인사를 하고 갔다.

그냥 같이 사는 사람1 정도의 포지션이었는데...하아...




"자자. 일들 많은건 아는데, 오늘 해봤자 집중도 안돼. 내 밑으로 다들 컴퓨터 꺼. 결제 밀리고 그러는거 내 이번주는 다 감안할께. 어여들 가."
라고 사장님이 사무실마다 돌아다니면서 그러고 가셔서 본의아니게 칼퇴를 하게 되었다. 
야이씨. 그래. 회식은 다음에 하고, 오늘은 다들 집에 가서 쉬자. 라며 부장님은 땡.치자마자 나가셨다.

-주차장말고, 길 건너서 저번에 회식한 고깃집 건너편에 있어. 차가지고 나갈께. 보는 눈이 많다. 
-전철타고 갈께.
-몸도 안 좋은 애가 뭔 소리하는거야. 거기서 기다려.

야. 냉큼 퇴근하라는 사장님 말씀 못 들었어?
가세요. 손톱 좀 깍고 나갑시다. 하도 자판두들겼더니 손톱이 깨졌어.
야. 이번 주에 한잔 빨자?
사주시면 가고 n빵이면 생각 좀 해보고 내가 내는거면 안가고.

D는 장대리랑 사이좋게 손잡고 나가고, 나는 이제 주차장에서 다들 나갔겠지. 인근에 버스 전철 타러 가는 애들도 다들 이동했겠지. 싶은 타이밍에 주차장으로 내려가서 차를 끌고 나갔다.




"뭔 연휴 담날부터 술이여. 간장이 욕하겄네...차 댈데도 없고...어디..."
D에게 전화.
"여보세요."
"어. 오빠다...어?"
"에? 과장님? 왜 D한테 전화 걸어놓고 오빠래요?"
"어으그게어우야."
"...D 잠깐 화장실에 갔어요. 과장님 지금 나오신거예요?"
"어으그게...네."
"아. 저거 과장님 차네. 과장님. 여기 XXX커피집이요."
"어?"
"들어와요. 커피 한잔 마시고 가세요."
"피...피곤해 뒤질것 같애."
"피곤해뒤지실것 같은 분이 애한테 전화를 왜 해요. 냉큼 들어오세요."
"아. 네."

간신히 주차를 하고 커피집에 들어갔다.
장대리는 건수잡았어. 라는 표정으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여. 집에들 안가고 왜 이러고들 있어. 사장님 명령 못들었어?"
"앉아봐요앉아봐요 과장님."
"어. 그려...하여간 단거 좋아해. 생크림 봐."
"글쎄. 왜 D한테 전화해서 오빠라고 한거예요?"
"예???"
"아까 그랬잖아요."
"어.,.그게..."
"오빠 친구예요."
"네. 어?"

넌 또 화장실에 왜 글케 오래 있었어...D가 어느 새 내 등뒤로 나타나서 한마디 던져주었다.
어? 너 내 친구 동생이야??? 아냐. 제일 나이 어린애가 우리랑 5살 차이야. 그 정도로 차이나는 애는 없어.

"오빠 친구니까 저 여기 인턴자리도 알아봐주고 한거예요. 대리님."
"아. 그래? 하긴 D 너 과장님 소개로 왔댔으니까."
그 짧은 순간, 과장님 물은 답을 알고 있다는거 아세요???라는 분위기로 잡아족칠것 같더니, D의 그 말에 장대리는 즉시 의심을 풀었다. 
그냥 D가 그렇다면 그런거지. 이런 식으로 넘어가더라.

"아유~과장님도 과장님이네. 친구 동생이라고 말하고 그냥 좀 잘 대해주고 그럼 되잖아요. 뭘 그렇게 내외하고 그러셨어요. D한테. 
아~그래서 처음에 그렇게 과장님만 졸졸 따라다녔구나."
"어. 그렇게 생각해줘."
"아유참. 이제 다 이해되네."

우리는 그렇게 장대리의 수다를 30분 넘게 들어주고, 장대리 집까지 모셔다주고서야 단 둘이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아침에는 못 봤음. 나는 새벽같이 나갔고, D는 그때 학교가려고 씻고 있어서.




"...몸은?"
"응? 아. 괜찮아."
"약은 먹었어?"
"응. 열도 많이 내렸어."
"다행이네...!!!"
기어봉에 올린 내 손을 D가 잡는다. 
물론 언제부턴가 손 잡는 정도는 자연스럽게 되었다.
팔씨름을 한다거나 할때...우리 집에서 그렇게 소소하게 놀았음...
근데 오늘 잡은 손은 그런 성격의 것이 아닐터이고...D는 나 운전하는데 방해될까봐 얌전히 앉아있는 애였다.

"나이차가 너무 많이 나지?"
"어?"
"오빠랑 나."
"말했잖아. 나 군대있을때 너 초등학생이었다고."
"...그래서 안돼?"
"어?"
"내가 오빠 좋아하는거."

컥. 입맞춤이 핵펀치인줄 알았는데, 필살기가 하나 더 남아있었다. 

"...너 아직 열 다 안내렸나보다."
"말 돌리지마 자꾸."
"넌 말 좀 돌려."
"흥!!!"

아. 삐졌다삐졌어.

D는 웃을때는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고, 이렇게 흥칫핏하면서 볼 빵빵하게 부우~하고있으면 너무나 귀여웠다.

평소같음 야. 복어다복어. 하고 엄청 놀리다가 그 주먹에 한대 맞았을텐데,
운전중이어서 목숨걸 생각은 없고, 그제어제오늘 그렇게 분위기가 되어놔서 그렇고, 지금껄로 맞으면 진짜 뼈 하나 나갈것 같아서, 나는 운전이나 집중을 했다. 

"3주."
"응?"
"딱 그만큼만 시간줘."
"왜?"
"...과학적인 근거를 대라면 댈 근거는 없는데, 그냥 딱 3주면 될것 같애."
"길어."

넌 정말 예쁜 아이야. 똑 부러지고 머리도 좋고 날씬하고 착하고 귀엽고. 내가 진짜 7~8살만 어렸으면 너랑 사귀자고 했을거야.
그런데 난 아무것도 없어. 배나와 술먹어 편도아니었음 담배도 주구장창 폈을거여 주말엔 사실 잘때나 집에 들어와 여행가거나 술빨러 나가서. 
그냥 너 혼자두면 심심할까봐 주말에 있는거야. 나 그런 사람아냐. 그리고 집에 낯선 여자 있는데, 나도 남잔데 가급적 행동조심하고 좋은 모습만 보일려고 하지. 넌 속은거야.

라는 말을 하기에는, 분위기가 좀 그래서 나는 D의 머리를 쓰담쓰담해줬다. 평소보다 좀 더 격하게.

"어지러워."
"아차."
"챙피했구나?"
"뭐가?"
"평소보다 머리헤집는거 격했어."
"헤집는다니...쓰담쓰담이지."
"그렇게 쓰다듬는 사람이 어딨어?"
"여깄다."
"말은."

그렇게 좀 자연스럽게 D가 잡은 손을 놓으려고 했는데, 어느새 D의 손은 또 내 손등 위에 올라와 있었다.
많이 차가워진걸 보니, 몸상태가 정말 호전되긴 했나보다.



우리는 애써 태연함을 가장하며, 회사에서는 장대리의 눈치를 살살보고, 조용조용 까똟을 보냈다.(누가 볼까봐 PC에 깔린 까똟을 삭제해버렸음),

어느샌가 집에서는 포옹하는게 자연스러운 일이 되버렸다.
특히 그 효과음.
D는 늦게 퇴근하고 들어오는 나를 반길때 항상 "푸욱"소리를 내며 나에게 안겼다. 
"따뜻해애~"
"다 큰 처녀가 창피한줄 모르고."
"내가 오빠같은 나이대였으면 나 정도 여자애가 안기면 좋아서 어쩔줄 몰랐을건데요???"
"...아우 됐다. 이제 그냥 막 기어올라."
"기왕 부끄러워진거 뽀뽀도 해줄까?"
"아서라. 지금 내게 필요한건 샤워랑 밥이랑 곁들일 반주다."
"또 술?"
"...안 돼?"
"안 돼. 오빠 술 마시면 금방 자버리잖아. 심심해 재미없어."
"넌 좀 일찍 좀 자-_- 그 시간까지 공부한다고 있지말고. 너 그러다 또 편도온다?"
"이제 안 걸려. 조심할께."
"그럼 일찍 자라고."

으휴~잔소리쟁이.
누가 할 소리를 하는거야?




3주. 생각보다 금방 가더라. 
출처 내 가슴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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