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학생이고 사이비 전도하는 것 같은 분을 A라고 하겠습니다
A씨를 만나게 된 것은 지인 소개를 통해서인데요, 제가 친구 B와 카페에서 놀고 있는데 B가 아는 분이 근처라면서 제가 괜찮으면 잠시 같이 이야기를 해도 되겠냐는 겁니다. 저는 딱히 낯가림이 없어서 그러자고 했고, B의 지인인 C씨는 저와 이야기를 하고 나서 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A씨를 한번 만나보겠냐고 했고 저는 만나 보겠다고 했습니다.
그 후로 A씨와 몇 번 만나서 이야기를 했는데, 제가 수상하게 생각하는 부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혹시 종교가 있으신 분들은 기분나쁘실 만한 이야기일 수도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한두 가지만으로는 그러려니하겠는데 이 일들이 복합적으로 일어났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읽어주세요
1. 첫 만남때 진화론을 굉장히 비난함. 진화론은 법칙이 아닌 이론일 뿐이며, 이런 불안정한 이론이 교과서에까지 실리게 된 것은 사회의 음모와 같은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적자생존을 이야기하며 도태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그런 의도가 숨겨진 것으로 계속 비난해서 문과지만 친구에게 '넌 이과의 피가 흐른다'며 종종 전과 권유를 받곤 하는 저는 답답한 마음에 창조론자세요? 하고 물어볼 뻔함. 이 날은 아니지만 후에 만나면서 신이 만든 게 아니겠느냐 하는 뉘앙스를 풍김.
2. 이 우주가 어떻게 이렇게 아름답고 질서정연할 수 있겠냐고 이게 우연일 수 있냐고 말함. 나름 과학적으로 말한다고 '지구에 어떻게 대기권 성층권 중간권 열권 이렇게 대기가 층층이 나뉘어서 외부의 운석 같은 것도 막아주고 우리가 숨쉴 수 있게 하겠냐' 그래서 나는 '제 생각엔 순서가 바뀐 것 같아요. 우연히 이런 환경이 조성되었고 그게 생명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이어서 생명이 생겨난 것 같아요' 라고 말함. '이 우주에 수많은 별들이 있는데 어떻게 우리 지구가 이 변두리에서 이렇게 생명이 살기 좋은 행성이 됐겠냐'는 말에는 '우주에 별이 몇 천억 개는 넘게 있을텐데 그 중에 하나쯤 지구같은 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해요'라고 함. 이 외에도 이 세상을 신이 만든 거라는 분위기를 조성함. 그렇게 말은 하지 않음.
3. 2차원 세상에 있는 존재들은 3차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유튜브 영상을 보여줌. 중학교 때인가 수학시간에 선생님이 보여준 적 있는데 그때 재밌게 본 내용이기는 함. 동영상은 달랐음. 근데 이 영상을 보여주면서 수학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물리학, 양자 얘기를 함..어떻게 그렇게 연결되는지 잘 이해 안됨. 아마도 우리 인간은 우리보다 고차원에 있는 신을 이해하기 힘들다 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가 아닌가 생각됨.
4. 애초에 나를 설득한 것이,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누구냐, 다 유대인들이다. 뭔가가 있지 않다면, 유대인이라는 특정한 인종이 이렇게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그래서 이것을 연구한 사람들이 있고, 국내에도 조금씩 그 방법을 들여오는 추세다. 아직은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공개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계와 문화계를 중심으로 이런 수업들을 들으려는 사람들이 느는 추세다. 이런 식으로 어떤 성공하는 원리? 같은 것을 알려주겠다고 함. 기본 원리는 나를 알고 세상을 알고 내가 어떻게 세상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라고 함. 빙산의 비유를 듬. 빙산의 드러난 부분만큼이 겉으로 보이는 세상이고 드러나지 않은 부분만큼이 보이지 않는 세상이라면 그걸 둘러싼 바닷물이 있고, 이 바닷물의 흐름을 알고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성공한 사람들이라고 함. 그러면서 이걸 완벽하게 알고 나면 다른 사람에게 알려줘도 되지만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말하는 것은 삼가라고 함.
5. 영혼의 존재를 증명해 보이려고 함. 생각은 곧 마음이고, 마음은 곧 영혼이라고 함. 인간은 영혼이 있고 인간만이 생각할 수 있는 존재라고 함. 속으로 '돌고래 엄청 똑똑한데...' 라고 생각했지만 일단 말은 하지 않음. 영혼의 존재에 대해 증명함. 영혼의 무게(사람이 죽은 직후와 시간이 약간 지난 후에 무게를 재었더니 많은 사람들에게서 일정한 무게 차이가 나더라 그런 이야기인데 어릴 때 서프라이즈에서 본 것 같음) 이야기와 유체이탈(1950년대 미국의 어떤 여성의 실험사례를 듬. 유체이탈을 믿는 과학자들과 믿지 않는 과학자들이 모여서 어떤 환자의 수술을 지켜보았는데, '동맥류' 수술이라고 함...처음 들어보는 수술 이름...동맥에 있는 이물질을 제거하는 수술이라는데...혈류가 빠른 동맥에 이물질이 생긴다는 것도 잘 이해는 안되고,,,뭐 어차피 내가 의사는 아니니까 의심만 함. 근데 수술방법이 동맥에 피가 흐르면 이물질 제거가 힘드니까 심장을 멈춘 다음 수술을 한다고 함;; 체온을 서서히 낮추면 뇌가 '아, 얘가 죽었구나' 하고 생각해서 심장을 멈춘다함;;; 어쨌든 이렇게 수술을 하고 나서 수술을 받은 여성이 수술장면을 정확하게 이야기했다고 함. 일각에서는 마취제때문에 환각을 본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지만 환각을 보는 사람들은 기억을 잘 못 하는데 이 여성은 정확하게 이야기했기 때문에 환각이 아니라고 하면서, 유체이탈을 믿지 않던 과학자들도 유체이탈을 인정했다고 이야기함) 같은 영적인 이야기를 계속 함. 내 입장에서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이런저런 과학적인 설명과 섞어서 얘기함. 그리고 영혼을 계속 양자랑 엮음...영혼은 양자처럼 신비하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양자처럼 실존한다 이런 식으로 엮음. 애초에 요즘 영성지능이 뜨고 있다는 식으로 밑밥을 깔았었음. 여기서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얘기함. '제5의 물결'에서 그런 얘끼를 했다고 함.
6. 뭔가 그럴듯한 것들을 계속 갖다붙임.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로도 이야기를 해쓴데 자아실현의 욕구는 다른 욕구들과 차별되는 욕구이며 이것은 '성장 욕구'라고 하고 나머지는 '결핍 욕구'라고 함. 다른 것들은 위에서 말한 대로 과학적으로 설명하려고 함(하지만 유심히 들으면 이상한 부분이 많아 보였음) 막 소뇌 간뇌 이런거 이야기하면서 뇌의 기능이 어떻고 그런 것도 얘기하고..
7. 신이 있다고 생각하냐고 물어보고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대답하니까 막 얘기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신이 있다면 왜 세상을 이 지경으로 내버려두냐고 비판하는데, 사실 신이 원하는 흐름이 있고 어떤 문제 때문에 그 흐름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이 수업들을 통해서 그 흐름을 알고 그것이 잘 돌아가도록 한다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라고 함. 특이한 것은 본인이 개신교라고 밝혔는데 하느님, 하나님, 천주님 이런 예시를 들고 나서 그냥 계속 '신'이라고만 함. 또 신기한 것은 '천주님'이라는 말을 꺼냄. 현대 기독교에서 천주라는 말은 잘 쓰지 않은 지 오래 됐는데도.
8. '말의 힘' 이라는 이야기를 함. 아직 말의 힘에 대해 설명해줄 만큼 내가 깊이 빠지지는 않은 건지 말만 꺼내고 설명은 안해줌
9. 계속 뭔가 어마어마한 것을 알려줄 것처럼 하고 사실 얘기하는 것은 그저그런 내용들임. 핵심을 빙빙 둘러가는 느낌이 듬.
10. 분명히 직장에 다니고 있는데 나와의 약속은 항상 2시에서 4시 사이에 잡음. 이건 직장마다 다를 수 있다고 침. 이런 '수업'들을 하는 게 일이라고 했는데 중간에 내용을 까먹어서 핸드폰을 보면서 함. 뭐 이것도 까먹을 수 있다고 쳐도 됨.
11. 자기소개를 서울 소재 명문대 졸업에 모 대기업 산하의 인사 관련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지만 명함을 보여준 적은 없음.
12. 이런 것들에 대해 하나씩 의심해 보고 나서 더 의심스러운 일들인데, 원래는 카페에서 만났었는데, 직원 명의로 회사의 세미나실을 빌릴 수 있다고 말함. 그리로 올거냐길래 흔쾌히 간다고 했었음ㅋ 나중에 사정이 생겨서 카페에서 봐야 할 것 같다고 하긴 함. 지금 돌아보면 약간 본진으로 불렀던 건가 싶기도 함. 그리고 자기가 아는 분이 친지의 교육을 부탁했다면서 이 학생 역시 서울 소재 명문대 학생인데 본인이 둘을 따로 가르치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면서 같이 수업을 들어도 되겠냐고 물어봄. 아무 의심 없이 '와! 새 친구!' 하는 생각으로 그러자고 했느데 또 돌이켜 생각해보면 1:1 전도에서 2:1 전도로 넘어가려고 하는 거였나 하는 생각도 듦....
13. 계속 개신교와 사이비종교들을 깜. 그냥 밑밥 까는 거일수도 있다고 생각함.
이게...이렇게나 냄새가 나는데 사이비가 아닌 거 같냐!! 하시겠지만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제 얘기가 돼 보니까 또 다르더라고요...진짜 누가 봐도 의심스러운데 검색해서 뭐라도 나오면 완전 사이비인데 A씨가 갖다 쓴 용어나 근거들이 너무 일반적인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검색해도 뭔가 나오는 게 없고, 정말 국내로 들여온 지 얼마 안 된, 너무 급진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받아들이지 못할(지금 쓰면서 보니까 진짜 수상하긴 하네요) 어떤 자기계발? 교육 방법? 일 수도 있고(그럴 리가...)
게다가 B라는 친구가 대학에 와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이고 저한테 너무 착한 모습만 보여줬느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의심할 거면 이 친구까지 의심해서 쳐내야 할 것 같고 그래서 많이 혼란스럽네요.
'수업'을 받으면서도 앞뒤가 맞지 않는 말들이 너무 많고 굳이 앞뒤가 아니더라도 제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말들이 많아서 의심을 계속 하기는 했는데 어쩌다가 다른 친구한테 얘기했더니 누가 봐도 사이비 아니냐고 자기가 이런 말을 한다면 제가 뭐라고 하겠냐고 하는 순간 '와 이거 진짜 사이비인가' 하는 느낌이 들긴 했어요. 만약 사이비라면 정말 무섭게 녹아드는 것 같네요...그 친구는 앞뒤 잴 것 없이 차단하라는데, 만약 아닌 거면 저는 저를 도와주려는 사람과 그 사람을 소개해 준 친구에게 무례한 일이 되는 거고(와 근데 쓰면서 느끼는 거지만 이게 그렇게 좋은 거고 다들 돈 내고 배우는 거라면 그냥 제가 조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해서 공짜로 알려줄 리가 없는데) 막상 이 상황에 처하니까 정말 어렵네요. 사실 반쯤은 그냥 궁금해서 들어본 건데 안알려주니까 점점 궁금해지는 것도 있고요.
고답이인거 압니다...혹시 이게 뭔지 아시는 분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와 비슷한 일을 겪으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당신도 한 번쯤 돌아보시길 바랄게요. 아마 잘 생각해 보면 더 나올텐데...일단 지금 생각나는 건 이정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