걔 이름은 학주였다. 걔가 우리보다 한 두살 더 많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정확한 건 알 길이 없었다. 걔는 특수반, 이상한 애들만 모이는 곳에서도 특히 이상한 애였기 때문이다. 아무도 걔랑 친해지고 싶지 않아했고 그렇기에 걔에 대해 잘 아는 애가 없었다.
덩치가 유난히 컸던 학주는 눈에 잘 띄었고 느렸다. 만만했다. 나랑 친하던 애 하나가 학주에게 "이 병신 아"라고 했다. 학주는 걔 특유의 동그란 눈으로 우릴 물끄러미 보더니 덤불 너머로 그냥 지나쳤다.
그때부터 우린 학주를 본격적으로 놀려대기 시작했다. 놀리던 와중에 누군가 한 명이 수위를 높이면 덩달아 모두들 그 수위에 맞춰 학주를 놀려댔다.
며칠 지나지 않아 나 스스로도 더 이상 '놀림'이 아니라 '괴롭힘'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됐다. 하지만 우리 무리 중에 있던 반장 애도 나랑 똑같이 학주를 괴롭히고 있으니 다소 안도감이 들었다.
그러다 나와 가장 친한 친구 하나가 엄지손톱만한 새끼 개구리를 몇 마리 잡아왔다. 그리고 그날 오후 학주에게 개구리들을 던졌다. 운 좋은 개구리들은 학주의 뺨이나 목을 타고 옷깃으로 기어들어갔고, 운 나쁜 몇몇은 모래나 콘크리트 바닥에 던져져 터졌다.
학주는 운동장에서 옷을 벗을 수도 없고, 개구리가 들어간 등까지는 손이 닿지도 않아서 '으아.. 어어.. 어어..' 하면서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발을 동동 굴렀다.
나와 가장 친한 친구 하나가 엄지손톱만한 새끼 개구리 한 마리를 내게 줬다. 나는 그 작은 개구리가 불쌍하다 싶어 받아들고 학교 연못에 풀어줬다. 그 와중에도 학주는 '어어.. 어어..' 하면서 발을 동동굴렀다.
학주가 울먹이는 소리 뒤로 히히히 헤헤헤 천진난만한 시골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내가 풀어준 개구리가 물고기들로부터 잘 도망치는지 구경하며 응원하고 있었다. 애들 웃음 소리 틈새로 학주가 도망가는 소란에 잠깐 뒤돌아본 새, 개구리는 수초 사이에 들어갔는지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았다.
그날 저녁 울상이된 학주 얼굴이 떠올라서 맘이 조금 불편했다. 주일학교에서 배운 회개기도를 하고는 잠들었다. 퍽 맘이 편했다. 난 아마도 좋은 꿈 꿨을 거다. 양심보단 회개가 편하구나 했던건 잘 기억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