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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禪
게시물ID : phil_163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I르VrLr
추천 : 0
조회수 : 975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8/02/05 03:52:13
기능 기술 예술등등이 만들어내는 결과는 때론 아름답고 때론 경이롭습니다 
 
그러한 기능들이 숙련된 완성도 만이 아니라 
얼마 만큼 창작가들의 내재된 깊이를 담을수 있는가 하는 내용이 
본 작성글에 발췌된 책의 내용입니다 

과도한 정보와 지식의 과잉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
그리고 기능 기술 창작 장인들의 
작업이 가지는 깊은 의미에 대해 활쏘기를 비유로 들어 
화살의 명중에 대한 계략과 계산이 아니라, 화살도 궁사도 과녁도 잊어버리는 생명의 행위 그 비의를 전해주는 책입니다.
그중에 중요한 대목들만 간추려 봅니다

활쏘기의 선 - 화살도 궁사도 과녁도 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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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쏘기의 선 | 오이겐 헤리겔 

이 책의 주된 내용은 서구적 이성주의 관점에서 철저한 방법론적 탐구를 주로 하는 신칸트학파의 철학자인 오이겐 헤리겔이  
동양적 사유 중에서도 논리 초월적인 경향을 가진 선(禪) 사상의 대가인 궁도의 명인 아와 겐조로부터 
배웠던 궁도와 선()에 대한 보고서이다  
내용에 있어서도  신비적 체험으로 어렵게 관주되는 ‘선’에 관하여   
실천과 함께 궁도의 훈련 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제적인 정황을 통해서 구체적인 ‘느낌’을 전해 준다는 것이다. 
 
<연금술사>를 쓴 작가 파올로 코엘료에게 영감과 열정을 일깨운 책으로도 잘 알려진 이 책은 
독일의 사상가 오이겐 헤리겔이 하이델베르크 대학 교수로 있던 중 
일본 도호쿠 제국대학의 초청을 받고 머물며 동양의 선사상에 매료되어 쓴 책이다. 
보르헤스가 쓴 <불교란 무엇인가>가 어떤 고승의 저서 못지않게 뜻밖에도 불교를 산뜻하게 전해주듯이 
서양 철학자가 그린 선(禪)이 언어라는 한계를 뛰어넘은 세계의 체험을 기술한 내용이다 . 

1948년 독일에서 출판된 이래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20세기가 낳은 경이적인 고전으로 꼽히고 있다.



  


‘디아나 (Dhyana, 선종 禪宗)’선이라 불린다. 
선불교는 사변이 아니라 직접적인 경험, 
즉 존재의 끝이 없는 근거로서 지성에 의해서는 결코 이해할 수도 또는 파악하거나 해석할 수도 없는 것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을 추구한다


진리에 이르기까지 그는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야 했던가
불가능한 것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절망스런 느낌이 얼마나 자주 그를 괴롭혔던가 
그러나 어느 날 그 불가능한 것이 가능해지고, 심지어 자명한 것이 되었다. 
그 길고 괴로운 길에 대한 세심한 서술은 다른 사람들에게 최소한 "나도 그 길을 한번 걸어가 볼까." 하는 생각을 갖도록 할 것이다



어른이 쥐어 준 손가락을 잡는 어린 아이는 
손가락을 강하게 감아쥐어서, 우리는 그 작은 손에서 어떻게 그런 큰 힘이 나오는지 놀라곤 한다 
그런데 아이가 손가락을 놓을 때는 아무 미동도 없다. 
왜 그런지 아는가? 아이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제 손을 놓고 다른 것을 잡아야지 하는 그런 생각들을 하지않는다 
당겨진 활의 시위를 놓는것도 이와 같다 



“인간은 사고하는 존재이지만, 
한 분야에서 갈고 닦은 기술과 기능들이 전문가의 영역에 이르렀을때 그는 아이로 돌아간다 
 계산하고 사고하지 않을 때 위대한 작품을 창조해 낸다.
‘어린아이다움’은 오랜 세월에 걸친 연습과 자기 망각의 기예를 통해 다시 얻어진다. 
이 단계에 이르면 인간은 사고하지만, 그럼에도 사고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하늘에서 내리는 비처럼 사고한다. 바다 위에서 철썩이는 파도처럼 사고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인간 자신이 바로 비요, 바다요, 별이며 새순이다. 
한 인간이 이런 정신적 단계에 도달했다면, 그는 인생의 선의 대가이다.”

궁사는 자기 앞의 과녁을 맞히는 일 이외에는 자기 자신조차 의식하지 않는다.  
이러한 무의식의 상태는 
궁사가 자기자신으로부터 벗어나 완전히 자유롭고 또 완벽한 기술적 숙련과 혼연일체를 이루고 있을 경우에만 도달할 수 있다.  

반성하고 숙고하고 개념을 만들어 내는 순간, 원초적인 무의식의 상태는 사라지고 생각이 떠오른다. 
이 생각들이 활쏘기의 기술적 완성을 오히려 방해한다


"눈이 쌓이면 대나무 잎은 점점 더 고개를 숙이게 되지요. 
그러다가 일순간 대나무 잎이 전혀 흔들리지 않는데도 눈이 미끄러져 떨어집니다. 
화살의 발사가 저절로 이루어질때까지 최대로 활을 당긴 상태에 머물러 있으세요" 


활과 화살은 모두 그것들과 독립해 있는 어떤 것을 얻기 위한 핑계이며, 
목표 자체가 아니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정이고, 
마지막의 결정적인 도약을 위한 보조물일 뿐이다. 


이 상태는 특정한 것을 생각하고 계획하고 추구하고 희망하고 기대하는 것이 전혀 없는 상태로서, 
아무런 방향도 추구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충만한 힘의 집중을 통해서 가능한 것은 물론 불가능한 것도 할 수 있다고 느끼는 상태이다. 
이렇게 근본적인 무의도, 무자아의 상태를 활의 명인은 “정신적”이라고 불렀다. 
이 상태는 정신적인 각성으로 충만해 있고 그래서 또한 ‘진정한 정신의 현존’이라고도 불렀다. 

정신은 아무런 특정한 장소에 매여 있지 않기 때문에 모든 곳에 현존한다. 
또한 정신은 이것 또는 저것과 관계하지만 그에 얽매이지 않으며, 
동시에 근원적인 운동성을 결코 잃어 버리지 않기 때문에 현존한다. 
마치 연못을 채우고 있으나 언제라도 흘러나올 준비가 되어 있는 물과도 같이, 
정신은 자유롭기 때문에 매 순간 고갈되지 않는 힘을 발휘하고 또 비어 있기 때문에  만물에 스스로를 개방한다. 
이 상태가 진정 근원적인 상태로서, 이는 텅 빈 원으로 상징되는 바, 
텅 빈 원은 그러나 그 속에 있는 자에게는 모든가능성의 의미로서 다가온다. 


숙련된 기능을 획득한 그가 활쏘기의 대가로 가는 길목에는 결코 피할 수 없는 위험이 또 하나 도사리고 있는데, 
그것은 공허한 자기만족에 빠져 버리는 위험만 아니라 , 
오히려 그것은 자신의 성취,
즉 그의 성공이 약속되고 명예를 부추기는 성취에 빠져 버리게 되는 위험이다. 
이는 다시말해 예술가적 실존이 마치 그 자체로 자립적이고 타당한 삶의 형식인 듯이 행동하게 될 수 있는 위험성이다. 


모든 올바른 창작은 전정한 무아의 상태에서만 달성될 수 있음을 암시할 뿐이다.

그리고 진정한 무아의 상태에서 창작자는 더 이상 ‘그 자신’으로 그곳에 있을 수 없다. 
오직 정신만이 그곳에 있으며, 또 특수한 방식으로 깨어 있다. 
이 깨어 있음은 ‘나 자신’(에고)의 색조를 띠지 않으며, 
따라서 더욱 제한 없이 모든 너비와 깊이를 ‘듣는 눈과 보는 귀로’관통한다.



“도대체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가장 단순 명료한 것조차 혼란스럽게 느껴지는 군요 
제가 활을 당기는 것인지, 
아니면 활이 저를 최대의 긴장으로 당기는 것인지, 
제가 목표를 명중시키는 것인지, 
아니면 목표가 저를 맞추는 것인지, 
‘그것’은 육신의 눈으로 보면 정신적이고, 정신의 눈으로 보면 육체적인지, 또는 둘 다인지,
그도 아니면 둘 중 아무 것도 아닌지 
활, 화살, 목표, 그리고 저 자신, 이 모든 것이 서로 얽혀 있어서 더 이상 분리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분리하려는 욕구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활을 잡고 쏘는 순간 모든 것이 너무도 맑고 명료하며, 그저 우습게 느껴지기…”
이 때 나의 말을 끊으며 활의 명인은 이렇게 말했다.
”방금 마침내 활시위가 당신의 한가운데를 꿰뚫고 지나갔습니다.” 



그가 가장 상세히 설명했던 것은 ‘기예 없는 기예’의 본질에 대해서였는데, 
활쏘기가 완성되려면 바로 거기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토끼의 뿔과 거북이의 머리카락으로 쏠 수 있는 사람, 즉 활(뿔)과 화살(머리카락)없이 명중시킬 수 있는 사람이 
비로소 가장 진정한 의미에서의 명인, 즉 ‘기예 없는 기예’의 명인입니다. 
더 나아가 그는 기예 없는 기예 자체이며, 
또한 명인인 동시에 명인이 아닙니다. 
이러한 전환과 함께 활쏘기는 운동 없는 운동으로서, 춤 없는 춤으로서 선(禪)으로 이행합니다.”


 
그리하여 목적없는 목적에 이르른자는 
활과 화살 과녁과 궁사도 모두 잊는다 

그러한 상태에서의 활쏘기는 
움직임 없는 듯 부드러우면서도 명확한 궤적을 그리며 과녁의 정중앙 
자신의 한가운데를 관통한다 
 

출처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5122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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