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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을 바탕으로 한 저술이기 때문에 청자(독자)가
어느 정도 이상의 상식을 갖추고 있음을 전제로 하는데,
시도때도 없이 언급되는 수많은 학자, 정치가 및 역사적 사건들은
50년 후의 한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이해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
단연컨데 우리가 무식해서가 아니다.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어차피 열 번을 읽어도 이해하지 못할테니 쿨하게 무시하고
전체 논리흐름만 따라가면 되겠다.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언급하면
언제나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는 말이 따라온다.
끝까지 읽기 어려운, 이 책의 초반 결론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쨋든 전체 내용을 가장 잘 요약하고 있는 문장이기도 하다.
역사란 역사가에 의해 선택된 사실이다.
달리 말하면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쓴 역사가가 누구인지를 이해해야 한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라는 말을 관용어구처럼 사용하는 현대인에게
이러한 관점은 이제는 그리 놀랄만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인상을 받은 부분은 역사의 우연성에 대한 강한 부정이다.
저자는 어떠한 역사적 사건을 있게 한 수많은 원인들을 뒤로하고
클레오파트라의 코, 알렉산더의 병 같은 우연적 요소에 집착하는 행위를 경계한다.
이 부분에 대해 유시민 작가의 설명을 빌려 표현하자면,
세월호 사건은 수 많은 원인들로 인해 발생했다.
노후된 선박, 법령의 석연찮은 개정, 안전지침의 무시 등.
하지만 그 세월호에 안타깝게도 많은 학생들이 타고 있었던 것은 우연이다.
사건의 원인을 수학여행에서 찾으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이러한 관점으로부터는 아무런 교훈도 얻을 수 없고,
과거를 해석하여 현재에 미래를 투영하는 역사적 역할을 기대할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