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
|
Who Becomes Meat?
Chapter 1.
[(Who becomes meat?)누가 고기가 되는가? 이 종이에서 우리는 묻는다 우리의 미래를. 곡식을 먹는 자들이 한 밤 중 사냥 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식과 겉치레로 가득한 육식동물들의 식탁에 향신료에 절여 진 고기덩이로 올라가지 않을 권리를. 그러므로 우리는 주장하고자 한다-] 스테돌프는 앞발에 들려있던 다람쥐 크기에 맞을 만한 두 번쯤 재활용 된 게 분명한 폐급 공장 인쇄지의 뒷면을 한 번 훑어보고는 종이를 구기려다 찢어버렸다. /누가 고기가 되기는? 당연히 멍청한 피식자들이지/그는 생각했다. 종이 앞면의 글자 몇 개보다 더 불편했던 것은 그 뒷면의 그림이었는데 포식자가 하는 일이라는 제목 위에 늑대로 보이는 동물들이 난교를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던 점이었다. 암컷 늑대 하나가 오른쪽으로 서있고 왼쪽에서 서로의 항문에 생식기를 집어넣은 수컷들이 암컷의 질 속에 자신의 성기를 쑤셔 넣고 있는 그림 말이다. 그림은 목판 인쇄 조합원들이 신경 써서 집어넣는 그들의 P 표시도 없었고 목판의 질도 나뭇결이 들어날 정도로 낮았다. 스테돌프는 이 나쁜 종이를 인쇄한 목판이 아마도 프라이드 랜드를 둘러싼 붉은 숲에서 가져온 목제로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대라고 말하기도 더 이전 시기에 스테돌프 자신의 종족 늑대를 비롯해 모든 동물들이 떠나온 그 버려진 붉은 숲 나무의 나이테들은 모두 칼같이 날카롭다고 알려져 있었다. 종이들은 그가 속한 여행자 그룹 주변에 몇 장 떨어져 있었는데 그는 그 사실로 목적지인 프라이드 랜드가 거의 가까워 졌음을 알 수 있었다. 이 근처의 도시이자 공장이 많기로 알려진 장소는 프라이드 랜드 뿐이었고 초식동물들의 어리석은 불만이 날아올만한 곳도 거기뿐이었다.
“저긴 뭐지? 광고 풍선이 바람을 잘못 타고 날아온 광고지라도 되는 건가?” 일행 중 선두에 서있던 사자가 말했다. 암사자였고 늑대인 스테돌프보다 두 배는 키가 컸으며 연대장의 상징인 황금색과 진홍색의 수놓아진 띠가 동그란 이각모의 금박 배지를 감싸고 있었다.
프라이드 랜드의 존귀한 사자들은 언제나 군생활을 연대장부터 시작했다. 어디에 배치되든 말이다. 황동장식과 녹색 끈이 조금 달린 사코를 쓴 여행자 호위 분대의 분대장 늑대가 황급히 종이들을 주워 모으며 암사자의 시선을 분산시켰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별 내용이라고는 없는 광고지에요.” 늑대 부사관이 교활하기로 유명한 여유처럼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하는 동안 말 두 마리가 끄는 수래 위에 앉아있던 담비 하나와 9마리의 다람쥐들 중 하나가 부사관이 미처 수거하지 못한 종이를 주웠다. 난감하게도 종이 하나가 짐 위에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다람쥐들은 늘 그렇듯이 발효된 도토리 술 병을 입에 가져다 대며 종이의 그림을 봤고 그것이 부사관을 자극했다. “이 멍청한 총알 방패들아 내가 전방 경계를 하라고 수래 위에 앉혔지 노닥거리라고 행군을 안 시키는 건 줄 알아? 술을 마시는 건 괜찮아. 하지만 그 망할 종이를 볼 자유는 주지 않았을 텐데? 당장 반납해라. 가장 가까운 주방에서 오늘의 특선요리 겨자를 가득 친 다람쥐 구이가 되기 전에.”
순식간에 다람쥐들이 조각상이라도 된 듯이 모두 굳어버렸다. 더러운 연두색 군복에 주석으로 된 제분소 모양 장식을 단 군모를 쓰고 왼쪽 허리에 탄약 가방을 맨 다람쥐들이 말이다. 오직 불쾌하다는 시선을 보내는 건 다람쥐들보다 조금 큰 담비 하나뿐이었다.
다람쥐들도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어쨌든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그것이 그들을 제대로 된 포식자로 만들어 주는 건 아니었고, 조그만 그들은 총알방패 혹은 육식동물들의 고기였다.
부사관은 늑대의 날카로운 발톱으로 다람쥐들의 종이를 낚아채 다른 종이들과 함께 앞발로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종이 조각들이 낮은 서풍을 따라 흩어졌다. 작은 하모니카 권총을 든 다람쥐들은 대게 술기운에 의지한 채 근거리 전투의 총알 방패로 활용되거나 아니면 배고픈 군대의 식량이 되었다. 전쟁 시 가혹한 태형은 1세기 전쯤에 술기운으로 전선을 지키는 것으로 바뀌었으나 다람쥐들은 여전히 근접 공격수였고 소모품이었다. 그러니 다람쥐들이 말뿐이라도 잡아 먹힌다는 말에 놀라는 건 피식자로서 당연한 일이었다.
“프라이드에 속하지 않는 하찮은 동물들이란-.”
암사자가 인상을 찌푸리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사자는 프라이드 랜드에서 가장 존귀한 동물이었으며 모든 동물들의 지배자이자 왕이었다. 그러한 피를 타고난 암사자가 늑대 부사관과 다람쥐들 사이에 일어나 사소한 소란에 신경 쓰지 않는 건 어쩜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마흔 마리나 되는 여행자 일행을 호위하는 9마리의 다람 쥐 담비 하나 스컹크 둘 늑대 하나로 이루어진 작은 분대를 다루는 신참 암사자 지휘관에게는.
일행은 분당 사자걸음 서른 네 걸음으로 이동하고 있었는데 여행자들의 양쪽을 지키고 있는 폭동 진압용 독소 탄 발사기를 찬 스컹크들과 이제 막 도시로 상경하고 있는 라쿤 가족들 같이 중, 소형의 동물들은 암사자의 발걸음으로 따라 잡기 힘들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이 속도라면 저녁이 오기 전 프라이드 랜드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덩치 큰 암사자의 발걸음은 늑대인 스테돌프에게도 조금 버거웠지만 도시에 도착할 시간을 감안하면 감당 할만 했다.
“무슨 냄새지?” 암사자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말했다. 수십 세기 동안 문명 생활을 하면서 코가 무뎌졌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갑자기 흘러나오는 톡 쏘는 냄새는 무시하기 여러 운 것이었다. 특히 그것이 죽은 낙엽과 함께 날라와 사방으로 퍼지고 있던 것이라면 말이다.
“제 잘못이 아닙니다. 폭동 진압용 독소탄의 깡통이 조금 녹아 내린 것 같습니다. 절대로 제가 길가에서 아무렇게 싼 것은 아닙니다.” 길고 검은 색의 두꺼운 소가죽 가죽 방호의와 하얀색의 염소 가죽 벨트를 매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종류의 가죽 마스크를 쓴 스컹크가 말했다. 엉덩이의 분비 샘에서 독하고 역한 분비액을 만든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배척 받는 스컹크들은 대부분 군부에서 활동했는데 썩은 달걀에 구토물, 똥과 고무가 탄 냄새의 스컹크의 분비액은 스테돌프가 태어나던 무렵 개발된 화학물질 군용설탕과 혼합하면 굉장한 혼란과 마비를 불러오는 독소탄이 되었다. 그러한 독소탄 발사기를 들고 최루탄 깡통을 맨 스컹크가 입을 연 것이다. 스테돌프가 소문으로 듣기로는 분비액이 군용설탕과 접촉하면 산성을 띠며 마치 고기가 썩어가며 퀘퀘한 냄새를 풍기는 것처럼 주변을 녹인다고 했다. 스컹크가 깡통이 녹았다고 한 이유가 거기에 있을 터였다.
“그 냄새를 막을 만한 건 없나?”
“죄송합니다만, 여기는 끈적거리는 접착용 고무도 냄새를 틀어막을 여분의 가죽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탄약 깡통을 길가에 버릴 수도 없지 않습니까?” 스컹크가 암사자와 일행의 다른 이들이 주는 경멸과 멸시를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며 대답했다.
암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독소 탄 깡통을 길가에 버리는 건 초보 장교인 그녀에게도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기나긴 흉년으로 노상강도들이 많아진 이 초겨울에 그런 짓을 한다는 건 낙엽도 다 떨어져 가는 숲 속에 숨어있을 강도 놈들에게 무기나 하나 더 제공하는 일이었다.
“아직 오후지만 날이 저물어 갑니다. 저희 업무는 지나가는 여행객들을 호위하는 일인데 다람쥐 두 마리 정도는 여행자들 후열에 배치시키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늑대 부사관이 슬쩍 테니스 공을 담으로 넘기는 것처럼 말했다. 마흔이라는 여행객의 숫자에 비해 암사자의 부대의 동물들은 숫자가 부족했다.
“감히 노상강도들이라도 프라이드의 핏줄을 해치지는 않아. 나는 지금 상황이 괜찮다고 보는데.” 암사자가 맞받아쳤다. 사실 그녀의 말도 맞았다. 프라이드의 인원인 사자를 죽인다는 건 동물 세계에서도 중죄 중 중죄였고 아무리 대담한 노상강도 무리라도 사자를 해치지 않을 거였다. 피식자라면 고통은 없애주지만 정신은 깨어있게 하는 약물을 먹인 채 산채로 잡아 먹히는 형벌을 당할 터였고 육식동물이라면 비참하게 하루 20시간 노스 웨스트 댐을 건설하는 노역을 당하다가 교회에서 신성한 태양을 위해 산 재물로 바쳐져 심장이 꺼내질 거였다.
암사자가 저 멀리 다음 언덕에서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어떤 형체와 물건 더미를 발견한 건 그 다음 순간이었다. 스테돌프는 말들이 끄는 전열의 짐 수레 근처에 있었으므로 암사자가 본 것을 봤다. 멀리 떨어져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짐 덩어리인 게 분명한 직사각형 모양과 종류들 그리고 옷가지 비슷한 다양한 색깔의 더미였다.
“소형 동물 분대원 전원 하차. 사격 대형으로 변경.” 늑대 부사관이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그는 코를 킁킁거렸고 검은 코는 땀으로 약간 젖어있었다.
“그럴 필요 없어. 좀 더 가까이 가서 보기만 하면 돼.” 암사자가 말했다. 스테돌프는 그 말이 암사자의 직감에서 나온 건지 암사자의 경험 없음을 설명해주는 건지 궁금해졌다.
수레를 끌던 말들과 나머지 여행자 일행들이 동요하며 몸을 흔들었다. 아주 약한 흔들거림이었지만 여행자 무리가 혼란에 빠졌다는 건 분명했다. 암사자는 거친 눈초리로 일행에 전진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일행이 움직이자 상자와 알록달록한 색의 더미가 무엇인지 분명히 모습을 드러냈다.
직사각형 모양의 더미는 확실히 짐이었다. 누군가가 버리고 간 짐 말이다. 아니다, 그 말은 틀렸다. 그건 짐 근처에 널려있는 형형색색의 옷가지 때문이었는데 대부분 붉은 피로 얼룩져 있는 그 옷가지들은 사실 동물들의 몸뚱이였던 것이다.
“재기랄. 다람쥐들, 담비 모두 모두 짐 수레에서 하차해 그리고 전진해서 사격대형을 만들라고.”
늑대 분대장이 연대장 계급의 암사자는 신경도 안 쓰고 마취 튜브에서 툭 쏘아진 마취 탄 수준의 속도로 말을 내뱉었다. 좋은 계급의 육식동물인 스테돌프 입장에서도 사자 프라이드의 권위가 과거 보다 조금 떨어졌다는 걸을 알고 있었지만 늑대 분대장이 거의 조건 반사적으로 행동한 것인지 신입인 초보 암사자를 무시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건 길가의 상황이 조금 위험해 졌다는 것이었고 노상강도가 먼저 전진하던 다른 여행자 일행을 처리했다는 것이었다.
“로프 쓰레드로(Rope thread road)가 위험하다는 건 들어봤지만 직접 보는 건 처음이군.” 연대장이 낮은 목소리로 한 마디 했다. 목소리에서는 두려움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존귀하고 건드릴 수 없는 프라이드의 암사자였으니까.
“스컹크 둘, 양쪽에서 경계하고 뭔가 보인다 싶으면 독소탄 발사기를 쏴라.”
늑대 부사관은 마치 잘 그려지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흥미로운 유화를 바라보는 듯한 암사자의 시점과는 상관없이 이어서 명령을 내렸다. 감히 사자가 섞인 무리를 해칠 노상강도 따위는 없었겠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거친 샤드리 사자왕의 해처럼 흉년 때문에 미처 날뛰는 동물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전진해서 조사할까요?” 군부에 소속된 군인으로서 내릴 답은 그것 딱 하나이긴 했지만 부사관은 어쨌든 암사자에게 물어봤다. 사자에게 먼저 허락 받는 건 프라이드 랜드의 아주 기본적인 예의였다.
“조심이 조사하게. 하지만 기본적인 호위 업무는 잊지 말고.” 암사자가 답했다. 기본적인 호위 업무도 챙기지 못하는 건 암사자 자신인 것 같았지만 말이다.
권총을 비스듬히 조준한 다람쥐들이 앞장선 가운데 일행은 눈 앞에 펼쳐진 살육의 현장으로 다가갔다. 죽어 시체가 된 동물들 중에 멀리서 가장 잘 보이는 것이 소나 사슴 같은 큰 동물이었기에 일행 속에 속해있는 사슴과 소들이 더욱 불안해 하는 것이 느껴졌다.
스테돌프는 아까 퍼졌던 냄새가 단순히 스컹크의 밀봉이 샌 독소탄에서 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수레 4대가 서로 지나갈 수 있을 만큼 넓은 길 전체에 왼쪽 구석에서 시작된 피 웅덩이가 사방에 퍼져 있었다. 피들은 타르 같은 끈적임과 역겨운 냄새를 품고 있었다. 일행들 속에 섞여 있는 초식동물들은 구역질 난다는 듯이 앞발로 입을 막았다. 하지만 스테돌프는 달랐다. 이 사건이 대체 언제 일어났으며 노상강도들이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는 생각과는 달리 그의 몸은 그를 배반해 입 속에 침이 고였고 화톳불 앞에서의 달콤한 고기에 대한 상상이 떠올랐다. /정신을 차려야지/ 그가 생각했다. 문명 있고, 교양 있는 동물들은 식탁에서 잘 조리된 고기를 먹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잡동사니를 주워먹지는 않았으니까. 말, 여우 그리고 오소리들의 몸뚱이들이 짐과 함께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그들은 끔찍하다는 말이 걸맞을 정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얼굴들은 뭔가에 놀란 듯 눈을 뜨고 있었으며 그 초점 없는 휑한 눈동자들에선 일말의 알 수 없는 공포심까지 느껴졌다.
“무장하고 있는 여행객 들은 총을 꺼내시오. 피가 신선한데 아직 강도들이 도망가지 않았을 수 있으니까.”
늑대 부사관이 고개를 돌려서 여행자 일행에게 말했다. 총 그러니까 무력을 가질 권리는 늑대 같이 제대로 된 육식동물들에게만 있었으니 그 뜻은 여행자 일행의 늑대 스테돌프와 갈색 곰 하나 여우 셋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갈색 곰은 짐짓 이 상황이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퍼커션 캡 블런더버스를 들고 일행의 뒤를 지켰고 잽싸기로 알려진 일행의 여우들은 양 옆을 그리고 늑대 부사관은 탄피식 단발권총을 가진 스테돌프를 앞으로 불러냈다.
“지금 하는 행동이 날 무시하고 네 늑대 녀석이 혼자 명령을 내리는 게 아니었음 하는데?” 상황이 꽤 심각해 졌음에도 암사자는 자신이 현장을 지휘하고 있지 않다는데 불만을 가졌는지 사자만의 위엄 있고, 거친 울음소리를 냈다. 그 행동은 스테돌프에게 생각 없고 무모할 만큼 경험 없으면서도 답답하다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하긴 사자들은 모두 대부분의 상황에서 자신들의 권위를 먼저 챙겼지만.
“죄송합니다. 사령관님 하지만 이 상황은 빨리 조사해야 할 것이어서요. 나중에 보고서도 쓰셔야 할 것이고요. 아무튼, 죄송합니다. 그럼 지휘하시죠.” 부사관이 말했다. 목 아래부터 턱을 따라 단단하게 조여져 있는 하얀 직물 끈이 사코 모자를 조이지 있지 않았다면 부사관은 모자를 벗어서 사자에게 예를 표했을 것 같았다. 암사자는 아직도 기분이 상해있는지 눈을 깜빡이기는 했지만 부사관의 사과가 만족스러웠는지 부사관을 더 책망하지는 않았다.
“늑대 둘 따라와봐.” 암사자가 손짓했다. 전열의 다람쥐들이 난해한 표정으로 양 옆의 숲을 비스듬히 조준하는 동안 스테돌프와 부사관은 사자를 따라 피 웅덩이를 밟고 시체들 곁에 바짝 다가갔다. 피 웅덩이의 질척하면서도 첨벙 하는 느낌이 양 가죽 뒷발 보호대 안쪽으로 느껴졌다.
“귀중품들이 다 그대로군.”
“그렇다고 고기를 노린 것 같지는 않은데요.”
사자와 부사관이 각자 자신의 의견을 내뱉었다. 짐 수레를 끌었을 게 분명한 앞선 여행객 일행의 말과 초식동물들은 온몸이 칼로 배듯이 심하게 갈라진 상처와 먼가 둥그런 집합체 들에게 피를 빨린듯한 원형의 자국들에 주둥이가 부서지고 눈과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어디도 엉덩이 살이나, 허벅지 살 그리고 갈비뼈가 사라진 흔적은 없었다. 부서진 수레 위에 실려있는 여행자들의 짐은 금이 가고 부서지고 넘어졌지만 어디도 내용물을 열고 금화나 수공예품 기계장치를 가지고 간 흔적은 없었다. 단지 피만이 반대편 숲으로 이어져 있었고 무엇인가 커다란 것이 지나간 듯 나무들이 휘어져 쩍 벌어져 있다는 것뿐이었다. 육식동물들도 마찬가지의 상처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들의 얼굴 가죽이 벗겨져서 더욱 흉측하게 보였다. 여우 하나가 죽은 손에 리볼버를 쥐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들은 최소한의 저항은 한듯했다.
“저 잔학한 도둑들이 아직 근처에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지 않기를 바래야 할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즐기지 않는 이상 목숨을 걸고 이런 사냥을 하지는 않지요. 게다가 고기를 먹는 육식동물의 시체도 같은 방법으로 회손되었습니다. 살육을 좋아하는 마니아라도 같은 계급인 육식동물을 저렇게 다루지는 않죠. 이건 빨리 프라이드 랜드에 도착해 증원 병력을 얻고 조사해 봐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군부의 경험 있는 군인답게 부사관은 상관인 사자에게 대답하는 동안에도 코트 속에서 작은 클립보드를 통해 사건을 적어가고 있었다. 스테돌프가 살짝 훑어보니 다음과 같은 단어들이 적혀 있었다. [특이 사건, 노상강도 습격. 그러나 재화와 고기가 약탈당하지 않음. 시체의 상처는 총상이나 아이언 클로가 아님. 시체의 육체적 상처로 보아 습격은 송곳니나 발톱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임. 장소: 로프 쓰레드로, 프라이드 랜드 초입 약 6.5km 근방. 조사 필요.] 일반적으로 노상강도들이 하는 일은 약탈과 고기를 먹거나 팔기 위한 초식동물들의 도축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아니다. 스테돌프의 마음은 안정을 원했지만 늑대의 심장에서 일말의 불안과 의혹이 느리지만 확실한 독소처럼 흘러나오는 것은 막지 못했다.
“전체이동. 빠르게 움직일 것. 계속 움직이되 경계하도록. 여행자들도 빨리 움직여야 돼.” 암사자가 명령했다. 6.5km. 날은 저물어가고 불운한 일이 있었지만 저만큼만 걸으면 프라이드 랜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스테돌프는 슬며시 권총을 집어넣었고 그의 다리는 마치 이곳을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듯 뒷발을 굴렀다. 일행은 이동했고 다음 언덕에 도착했다. 길 양 옆을 둘러싼 숲에서 스산한 기운이 풍겨 나오기는 했지만. 노상강도들의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스테돌프의 심장에서 만들어지던 불안이라는 독소가 멈췄다. 그는 한 숨을 쉬었고 몸에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뒤쪽 50m쯤에서 거칠면서 하강하는 독수리의 우렁찬 새소리보다도 높은 톤의 비명이 갑자기 들렸다. 정확히 다른 여행자 일행이 습격 당한 곳이었다.
“여기서 다른 동물들을 지휘하고 계십시오. 제가 가서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늑대가 지휘관의 노련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점점 어두워져 가는 초겨울 석양이 일행을 비췄다.
“아까 그 권총 엠렛 왕께서 살아 계시는 지금 만들어진 좋은 군용이지. 자네도 함께 내 부하를 따라 나섰음 좋겠군.” 암사자가 스테돌프를 가리키며 말했다. 스테돌프는 이 상황을 좋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별수가 없었다. /갑자기 비명 소리가 들리고 일행과 떨어져야 한다니/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사자의 명령을 거절할 만한 좋은 핑계거리는 지금 없었고 스테돌프는 마지못해 늑대 부사관을 따라가야 했다. 명령을 내리는 암사자의 얼굴은 석양의 그림자로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눈빛만은 사자의 전형적인 진홍빛 권위가 담겨있었다. 스테돌프와 늑대 부사관 그러니까 늑대 둘 그리고 스테돌프보다도 더 마지못해 끌려 나온 다람쥐 둘이 다 마신 도토리 술병을 바닥에 던지며 소리가 난 뒤편으로 향했다. 소리의 진원은 부서진 수래 맞은편에서 낫는데 분명히 죽은 줄로만 알았던 말 한 마리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마치 성대를 초의 심지로 꼬아 불태우는 것 같은 비명은 이 세상에서 없을 으스스한 것이었다.
“살아있었으면 왜 우리가 처음 발견했을 때 말을 하지 않은 거지? 끈질기고 지치지 않는 말 나으리 대답해. 무슨 일이 있었지?”
“공포. 절망. 굶주림.”
부사관의 질문에 몸이 굳어버리고 벌어진 옷 사이로는 튀어나온 내장이 비치는 말이 소리쳤다. 희생당한 짐꾼 말의 얼굴은 반쯤 가죽이 벗겨지고 가죽이 벗겨진 곳의 눈은 터져버려 탁한 액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스테돌프는 권총을 꺼냈다. 단발 황동 탄피 권총은 장거리 사격에 알맞은 권총으로서 할머니의 할머니 대부터 군부에서 군인으로 봉사했던 어머니가 선물한 것이었다. 스테돌프는 이 총 때문에 일행과 떨어져 뒤돌아 와야 했지만 지금 그를 지켜줄 건 이 총이었다.
“공포. 공포. 뒤섞이는 공포. 그것은 맥동하며 지금까지 살아있다고.” 계속되는 부사관의 다그침에도 말은 입에서 침을 쏟아내며 기이한 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자네 일행에게 응급키트 좀 가지고 올 수 있나?” 늑대 부사관이 스테돌프에게 말했다. 확실히 시체와 고기들 사이에 쓰러진 말의 확실한 증언을 듣기 위해선 우선 치료가 필요한 듯싶었다. 그 순간 말이 끊어진 앞발 관절을 억지로 일으켜 새우며 입을 열었다.
“느낄 수 있어. 그게 지금 다가오고 있어.” 말은 쓰러졌고 눈은 다시 하나 남은 멀쩡한 눈은 다시 뻥 뚫린 공허가 되었다.
“로저스, 베이컨 뒤를 맡아라. 보이는 게 있으면 무조건 쏴버리고.” 늑대 부사관이 두 다람쥐에게 명령했다. 다람쥐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길 뒤편을 향해 권총을 겨누었다.
“다시 분대와 합류해야겠어. 걸음을 서둘러야지. 안 그런가? 그런데 왜 이 쥐새끼가 총을 들고 우릴 따라와 있지?”
분대장 늑대와 스테돌프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가 우연히 그들 뒤에 다람쥐들의 것보다 조금 큰 구경의 하모니카 권총을 든 쥐를 보았다. 그는 쥐가 기이하면서도 기묘한 생김새를 가졌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보니. 평범한 회색에 때가 탄 하얀 셔츠와 붉은 재킷을 입은 쥐였다. 육식동물 노상강도들도 작은 동물들을 부하로 부리고는 했고 스테돌프는 순간 이 쥐가 노상강도 무리의 일부가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나 좀 전의 기억을 떠올려 보니 이 쥐는 스테돌프가 여행자 일행을 슬쩍 둘러볼 때 라쿤 가족 곁에 있던 녀석이었다.
“강도들의 첩자나 그런 건 아니에요. 이 총은 불법으로 지니고 있던 것이고요.” 쥐가 말했다. 그 쥐의 더러움만큼이나 얼핏 교활해 보이는 목소리에는 이상하게도 부드러운 낭랑함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부사관 늑대가 총기의 불법소지와 무단으로 일행을 떠나 뒤를 쫓아온 것을 발톱질 한번으로 벌 주려던 순간이었다. 그때 타르의 끈적거림과 진동하는 악취에 스테돌프를 덮쳐왔다.
“저기.” 쥐가 소리쳤다. 순간의 스침으로 설명할 수 없는 뭔가 빠르고 거대한 것이 부사관과 스테돌프 그리고 쥐를 빠르게 재치고 지나갔다. 그것은 암사자 지휘관에게로 향했다가 금방 방향을 틀어 나무가 찢어지는 거대한 소리와 함께 숲 안으로 들어갔는데 순간 멀쩡해 보이던 언덕 위 암사자의 머리가 몸 쪽에서 분리돼 떨어져 나갔다. 피가 뿜어져 나왔고 머리 없는 몸통이 잠시 앞으로 움직이다가 고꾸라졌다.
“습격이다. 총을 쏴.” 부사관이 멀리 떨어진 일행에게 소리쳤다. 날씨는 밤이 되었는지 어두워졌고 이상한 보랏빛 광채와 함께 하늘의 별이 빛났다. 이렇게 갑자기 한 밤중에 될 일은 없었다. 아무리 겨울이라지만 아직은 초저녁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순식간에 권위가 추락한 죽은 사자의 몸덩이처럼 차갑고 얼음같이 살 갓을 찔러왔다. 저 언덕에서 14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뛰어요. 자, 어서 서둘러서.” 쥐가 소리치며 마치 집단주의 본능에 이끌리듯 남아있는 일행을 향해 달려갔고 스테돌프와 부사관도 그렇게 했다. 그들이 한걸음을 뛸 때마다 총성의 숫자는 잦아 들었고 비명소리는 늘어갔다. 마침내 마지막 다람쥐의 비명소리가 멎었을 때 셋은 미처 도망가지도 못한 여행자 무리에 낄 수 있었다. 일행 중 분명히 강인한 육식동물이 끼어 있었음에도 일행 모두는 마치 겁먹은 초식 동물처럼 한 군대에 모여 비겁함이 몰려오는 듯한 공포에 떨고 있었다.
“다람쥐 들.”
“로저스, 베이컨 뛰어.”
쥐와 부사관이 동시에 말했다. 그러나 늑대의 걸음에 맞추지 못한 채 뒤쳐졌던 두 다람쥐의 몸통은 잠깐 하늘로 날라가더니 이내 조각이 되어 흩어져버리고 말았다. 주위는 다급한 스컹크들이 무작위로 쏘아버린 독소 탄에 오염 돼 새 하안 구름이 펼쳐졌고 동물들은 매스꺼운 냄새를 맡으며 따가운 눈을 부여잡고 혼란스러워 했다. 이번엔 그것이 하얀 구름 사이를 느리게 지나갔다. 그것은 일행 정 중앙을 지나가면서 마치 출산의 자취를 남기듯 끈적이며 지나갔고 일행의 절반이 쓰러졌다. 먼저 습격 당한 했던 불운한 여행객들과 같은 모습으로. 칼로 배듯이 심하게 갈라진 상처와 먼가 둥그런 집합체 들에게 피를 빨린듯한 원형의 자국들. 똑같았다. 스테돌프는 눈 점막을 자극하는 메퀘한 독소탄에 저항하면서 겨우 눈을 떴다. 부사관은 끊임없이 바늘총을 조준하고 장전하면서 일행의 주위를 도는 그것을 잡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마침내 부사관마저 쓰러지고 간신이 살아남은 일행들을 덮치는 그것을 봤을 때 스테돌프는 심장이 먿는 듯 했다. 그것은 제대로 된 형체가 없었다. 아니 형체를 말한다면 너무 끔찍할 터였다. 수 많은 눈이 달린 털 없는 촉수로 된 매끈한 머리가 언뜻 보였다. 촉수는 살을 가르고 빨판은 피를 빨았다. 그 끔찍한 것이 전진하고 있었다. 스테돌프는 어떻게든 총을 쏴 그것의 눈알 하나를 맞췄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여행자 일행이 몰살 당했다. 방금 전 보았던 쥐는 보이지 않았다. 마음을 잠식한 공포에 이내 혼미해졌고 그는 울고 웃으며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보라 빛 어둠 속을 해치며 도망쳤다.
P.S 그럼 저는 계속 챕터 1을 더 써야겠군요.
P.S 네이티브 렝귀지가 익숙한 건 당연한 일이겠죠. 그래서 영어로 쓰는 것보다 한글로 쓰고 영어로 스스로 번역하는 게 더 빠른 걸거고요.
그럼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