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숨피어워드 트윗 투표를 시집 한 권 펴놓고 한 줄씩 올리는 식으로 했거든요.
그러다 파라락 책장 넘기는데 거짓말처럼 딱 화양연화라는 제목의 페이지에서 멈추더군요.
한 줄씩 옮기는데... 정말 딱 우리 애들이 생각나더라고요. 딱 화영연화 시리즈 분위기였어요.
어리고, 서글프고, 아프고, 절망적이고, 그 와중에 즐거움과 사랑이 있고.
butterfly, 이사, 초기에 좁았던 숙소... 등등.
특히 슈가가 계속 생각났어요ㅠㅠ
싸구려 모텔 침대 위에 혼자 앉아 울다 기름 붓고 불질러버리던 뮤비의 장면이나 first love, 믹스테잎의 내용들도요.
그러다 투표 끝나고 삘 받아서 활어회so faraway 듣고 찔찔 울다가ㅋㅋ;;
이건 좀 어떻게든 해소해야할 감정 같아서 요래 다닥다닥 키보드를 두드려봅니다.
한때 정말 심각하게 우울증 앓았던 경험자가 듣기에 슈가의 믹스테잎에 실린 우울증과 감정들은 진짜예요ㅠㅠ
슈가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ㅠㅠㅠ
우울증 모르는 사람은 the last에 있는 '현실과의 괴리감' 이 가사가 참 막연하게 읽힐 텐데, 우울증 겪어본 사람은 저게 뭔지 알거든요.
정말 표현하기도 힘든 느낌인데... 불현듯이 '나'라는 것이 진짜 나인지 나라는 건 뭔지 이 현실에서 존재하는 게 맞는지 이 현실이라는 건 뭔지 내가 살아있는 건 맞는지 시발 이게 나라고? 내가 뭔데?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감각들이 확 몰려와서 엄청나게 혼란스럽고 그러다 딱 미치기 일보직전까지 울렁거리는데,... 어쨌든 그래서 슈가가 이걸 겪었다고 생각하니... 아우 이 녀석.. 방탄의 아픈 손가락...ㅠㅠ
그냥 제발 애들 다 행복하면 좋겠어요ㅠㅠㅠㅠㅠ진심으로 진짜로ㅠㅠ
이번 인터뷰 보는데 지민이는 늘 무대에서 최고가 되는 것만 집중하겠다 이런 식이었는데 이번에는 자신이 진정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해 봐야겠다 이런 뉘앙스여서 또 쓸데없이 걱정이 벌컥 드네요; 슬럼프 왔을까 싶고...ㅠㅠ 잘 해내겠죠. 강한 애니까.
암튼 오유 연게 좋아요ㅠㅠ
공카에는 절대 이런 걸 못 쓰거든요ㅎㅎ 혹시, 만에만에만에만에 혹시라도 방탄애들이 볼지도 모르니까;ㅠㅠㅠ
공카에서라도 우리 애들은 좋은 것만 봐야해ㅠㅠㅠㅠ
<화양연화>
나는 너의 이마를 사랑했지
새들이 탐내는 이마
이제 막 태어난 돌 같은 이마
언젠가 한 번은 내 이마였던 것 같은 이마
가끔 고독에 잠기는 이마
불을 끄면 소멸하는 이마
스물두 살의 봄이었지
새들의 비밀 속에
내가 너를 찾아낸 것은
책을 쌓아 놓으면 둘이 누울 공간도 없어
거의 포개서 자다시피 한 오월
내 심장은 자주 너의 피로 뛰었지
나비들과 함께 날들을 세며
다락방 딸린 방을 얻은 날
세상을 손에 넣은 줄 알았지
넓은 방을 두고 그 다락방에 누워
시를 쓰고 사랑을 나누었지
슬픔이 밀려온 밤이면
조용한 몸짓으로 껴안았지
어느 날 나는 정신에 문제가 찾아와
하루에도 여러 번 죽고 싶다, 죽고 싶다고
다락방 벽에 썼지
너는 눈물로 그것을 지우며
나를 일으켜 세웠지
난해한 시처럼 닫혀 버린 존재를
내가 누구인지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너밖에 없었지
훗날 인생에서 우연히 명성을 얻고
자유로이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지만
그때가 나의 화양연화였지
다락방 어둠 속에서 달처럼 희게 빛나던
그 이마만이 기억에 남아 있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