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정부가 미국의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에 맞서 2조원 안팎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카드를 뽑아든다. 미국의 통상압박이 반도체·철강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 역시 대응 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려 맞불작전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25일 통상당국의 한 관계자는 “세이프가드 관련 분쟁은 반덤핑과 달리 판정이 나오면 바로 보복권한이 생긴다”면서 “다음달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 전에 양허 정지 신청(보복관세)을 먼저 해놓고 최종 결과가 나오면 바로 보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보복관세를 매길 품목과 산정 금액 추산 등 실무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허 정지란 WTO 분쟁에서 이길 경우 승소 국가가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패소 국가에 보복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부여하는 권리를 말한다. 우리 정부는 지난 22일 2016년 WTO에서 최종 승소한 세탁기 반덤핑 분쟁과 관련해 7억1,100만달러(7,550억원)의 양허 정지 신청을 한 바 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세탁기 쿼터가 120만대인데 연간 300만대 분량의 수출이 그렇게 쪼그라들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세탁기만 놓고 봐도 보복관세 규모가 크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세이프가드로 인해 수출길이 막힌 세탁기와 태양광 수출 금액 규모가 한해 11억5,500만달러(2017년 11월 누적 기준, 1조2,2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보복관세 규모도 2조원 안팎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미국은 세탁기에서 3년, 태양광에서 4년 기한으로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태양광 세이프가드와 관련해서는 이해관계국과 공동으로 WTO에 제소하는 방안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