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시절 나의 T존 부위를 붉게 물들였던 트러블은 성인이 되면 자연스레 없어질거라고 생각했었는데

20대 후반을 달리는 나를 아직도 괴롭히고 있었음.

 

그것도 부위가 점점 이마, 코, 광대 쪽에서 나이가 먹을 수록 턱이나 볼쪽으로 내려가더라

원체 개기름도 많아서 아침에 감은 머리가 저녁에는 비를 맞은 듯 축축히 앞머리가 떡이지는 수준이라 당연히 지성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세수하고 난 직후 혹은 화장하고 오후 쯤 되면 기름은 좔좔인데 얼굴은 또 왜 그렇게 땡기는지

나는 전형적인 '수부지'였고 집에와서 화장을 지워보면 하루동안 아침에 바른 파데와 먼지, 기름이 융합되어 피지폭팔 좁쌀여드름이 도도도도...

세수를 하면 오히려 더 도드라져 보이고 또 허연것이 꺼먼것이 내 얼굴에 박혀있는 꼬라지를 보지 못하는 나는 매일을 짜고 진정시키고를 반복했다.

그럴수록 모공만 졸라 커지고 흉터만 생성되어 갔음.

 

아에 안날 순 없을까?

피부과를 가보고 약도 발라보고 먹어도 보고 이너뷰티도 챙겨먹어보고 에스테틱도 다녀보고

화장품을 바꿔보고 약산성 클렌저를 써보고 천연비누도 써보고

7스킨도 해보고 1일1팩도 해보고 식염수 팩도 해보고 오일프리 수분라인만 발라보고 오일도 발라보고 아무것도 안발라도 보고

논코메도제닉인지 파데도 바꿔보고 조금 좋아지는가 싶다가도 또 어느 순간 보면 원래대로 돌아오고

거의 10년 이상을 이지랄을 하니까 그냥 평생 이대로 살아야하나 나는 꿀피부 따위 가질 수 없는건지 쌩얼로는 나다닐 수 없는지

자괴감만 커졌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이 좁쌀여드름은 수분이 부족해서 난다는데 유수분 밸런스가 깨져서 나는게 여드름이라는데

나는 거의 산유국이니까 수분이 부족해서 나는거면 수분이 어차피 물 아니냐? 내가 수분이 모자라면 물을 채워주면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무심코 검색창에 '물팩'을 쳤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게 진짜 있더라?

뷰티 프로그램에까지 나왔었더라

보니까 방법도 간단하고 돈도 거의 안든다. 그리고 드는 의구심

이게 진짜 된다고...?

 

늘 그랬듯 또 한번 속는 심정으로 오겹솜에 생수를 사다가 적시고

세안직후에 얼굴에 물기를  닦자마자 얼굴에 화장솜을 한겹씩 떼서 부위별로 올리는게 전부이다.

오래도 안한다 1분만에 화장솜을 떼고 팩을 할려면 하고 스킨케어 하던대로 한다.

동영상에 보면 스킨케어 후에 뭐 솜을 한번 더 올려줘야 한다는데 그건 그냥 생략했다.

 

솔직히 이거 너무 별거 없어서 올리기도 민망하고 뭐 그렇게 대단한 후기라고 끄적이고 있는 지금도 좀 그렇긴 하지만

이걸 지금 한달정도 하고 있는데 근데 대박 진짜 대박 핵대박 오지고 지리고 렛잇고 페북광고 다 꺼지고

이게 아에 안나는건 아닌데 확실히 원래 나던게 100이면 90은 안난다.

 

사춘기 이후로 최근에 제일 세수할 맛도 나고 거울 볼 맛도 나고 화장 할 맛도 나고 걍 살맛나네

피부가 좋아지니까 진짜 사람 눈도 똑바로 쳐다 볼 수 있고 표정에 자신감도 생기고 무슨 말이 더 필요하냐 개좋다 그냥

ㄹㅇ 몇백만원치를 지르고 바꾸고 피부과가서 압출하면 아파디지고 십몇년을 고민했는데 이때까지 내가 한 짓은 개 뻘짓이고

겨우 생수따위에 사라질 좁쌀새끼들이었다니 개 쳐 열받는데 다 필요없고 좁쌀도 없고 요철도 없이 피부가 깨끗해졌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다.

 

이제 남은건 모공과 흉터 뿐...

흉터는 심지어 붉은 흉터도 거의 다 사라져 가는 중이고 파인 흉터만 남았다.

모공축소술이나 흉터제거치료도 예전엔 하면 뭐하나 또 트러블 나면 또 모공 넓어지고 흉터생기는건 똑같은데

돈만 갖다버린다고 생각해서 할 엄두도 못냈는데 이젠 약간 그런 것도 고려해보게 됐다.

 

앞에 서론이 좀 길었는데 나와 같은 피부고민을 가지신 분이라면 돈도 을매 안드는데 그냥 한번 속는 셈 치고 해보시라는 의미에서 적어봤음.

이런 결과 일 줄 알았다면 비포 애프터라도 찍어 놓을 걸 그랬다. 그런 흔한 사진 한장 없이 딸랑 글만 올리는게 좀 개소리하는걸로 보일수도 있겠지만..

수부지들아 트러블 벗어나고 꿀피부 되는 길은 분명히 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