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갸(그)들이 뭔 짓을 하든 나는 민주당 찍을건디"
"아니 근데 안 선생(안철수)는 어딨데?"
국민의당과 공식 통합 선언 후 첫 현장 행보로 '호남의 심장' 광주를 찾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광주 양동시장에서 만난 건 추운 겨울만큼 냉랭한 민심이었다.
23일 아침 일찍 광주를 찾은 유 대표는 오전 내내 광주시당 최고위원회의, 5.18 민주묘역 참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공동 기자회견 등 빠듯한 일정을 소화했다. 유 대표는 광주 시내 한 식당에서 점심을 마친 뒤 오후 2시경 편한 복장에 운동화, 파랑색 목도리를 하고 양동시장으로 향했다.
유 대표는 양동시장 내 상점가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상인, 손님들에게 악수를 청했다. "아이고~ 요새 힘드시죠?" 라고 묻는 유 대표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네, 힙듭니다” 한마디였다. 웃음기는 없었다.
양동시장 내 여성복 판매점을 하는 한 주인은 유 대표를 보고 "손님이 하나도 없어 힘들다"며 "온 김에 옷 좀 팔아주고 가라"는 넉살을 보이기도 했다. 유 대표가 "주말에도 이렇습니까?"라고 묻자 판매점 주인은 "하루에 한 두 개 판다. 장사 너무 안된다"고 거듭 말했다. 경청하던 유 대표는 "네 저희가 잘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상인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몇몇 상인들이 유 대표를 보며 "어쩐일로 여기가지 왔데?"라고 물어왔다. 그럴 때 마다 유 대표는 안철수 대표와 통합 이야기를 매번 언급했다.
유 대표가 양동시장 내 한 옷 수선집에 들러 "오늘 안철수 대표와 같이 광주 와서 회의도 했고, 전 인사드리러 왔습니다"고 말을 붙이자 한 상인은 "근디 안 선생은 어딨데?"라며 쏘아붙이기도 했다. 유 대표는 '허허' 웃으며 "안 선생 찾더라고 전하겠습니다"며 가게에서 나왔다.
오가는 손님이 거의 없어 썰렁한 시장 골목에 유 대표 일행과 취재진이 몰리자 가게 밖으로 관심을 보이던 상인들은 "아…정치인이구나" 라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남성용 정장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유 대표와 악수하는 동안 한 마디도 없이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떠나는 유 대표의 등에 "잘 하십쇼잉"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유 대표가 한 양품점 상인에게 시장 방문에 동행한 정운천 최고위원을 소개하며 "전주 지역구 의원입니다. 잘 아시죠?"라고 말을 건네자 "테레비(텔레비전)로 잘 보고 있습니다"고 짧게 답하기도 했다.
유 대표를 광주에서 처음 봤다며 신기해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상점가를 쇼핑하던 한 모녀는 지나가던 유 대표와 얼떨결에 악수를 한 뒤 "젊네? 생각보다 젊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광주 시민은 "티브이에서 보던 양반 아니여?" 라거나 "실물이 더 멋있네"라고 유 대표에 먼저 말을 붙이기도 했다.
유 대표를 보자마자 "오매~오매~"를 외치며 뜨겁게 반기는 80대 노인도 있었다. 그는 유 대표에게 "나중에 대통령 꼭 해야지. 내가 그 때 까지 살거야. 지금 80 넘었는데 한 표 찍어줄 때 까지 살게"라며 거듭 유 대표의 손을 잡고 반겼다. 몇 분간 이어진 환대에 유 대표도 "아이고 감사합니다"며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유 대표 일행이 "저희 바른정당이요. 안철수 국민의 당이랑 통합해요"라고 말 하자 큰 소리로 "바른정당?" 이라고 되묻기도 했다.
한편 유 대표가 없는 자리에서 만난 광주 민심은 더 냉랭했다. 광주에서 택시를 운행하는 김 모 기사는 광주에서 안철수와 유승민 그리고 박지원 가운데 광주에서 누가 제일 호감이냐는 질문에 "하참...생각해 본 적이 없네"라며 "자기들 끼리 뭘 하든지 말든지...거기 관심 없어"라고 답했다.
광주 송정역에서 만난 또 다른 시민은 "뭔 짓을 하든 난 민주당 찍을건디" 라며 단호한 뜻을 밝혔다.
광주=김하늬 기자 [email protected]
이것들이 혁명광주를 우습게 보내!
광주 문꿀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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