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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 어느 아이돌의 위기대처 능력
게시물ID : panic_977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크리스마스
추천 : 22
조회수 : 5961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8/01/20 00:3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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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띠릭.’
 
어느 날 윤소라의 핸드폰에 모르는 번호로 동영상이 하나 도착했다.
 
어차피 사생 팬들이 보낸 거겠지.”
 
윤소라가 메시지를 무시하자 조금 있다 계속해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띠릭.’
띠릭.’
띠릭.’ 
띠릭.’
 
대체 어떤 놈이야?”
 
윤소라는 짜증을 내면서 핸드폰을 켰다. 동일한 번호에서 온 문자에는 각각 다른 내용의 동영상이 첨부되어 있었다.
 
어떤 놈인지 아주 이상한 거기만 해봐. 그냥 신고해 버릴 테니까.”
 
첫 번째 메시지의 동영상을 재생하자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 익숙한 장소가 나왔다. 자신이 다녔던 중학교의 뒤편 창고였다. 자세히 보니 자신의 얼굴이 찍혀 있었다.
 
뭐야, 이거.”
 
윤소라는 깜짝 놀라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핸드폰을 주워들고 다시 영상을 재생했다. 영상에는 학교 뒤 창고에서 담배를 피며 깔깔거리는 자신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윤소라는 크기를 줄여 터질 것 같은 치마를 입은 채 친구들과 담배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영상이 끝나자 문자 아래 적힌 글씨가 보였다.
 
‘100만원.’
 
, . 도대체 어떤 놈이 찍은 거지.”
 
영상을 본 윤소라는 가벼운 두통을 느꼈다. 누군가가 자신이 걸그룹으로 데뷔한 것에 질투를 느껴 보낸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중학교 때 같이 놀았던 친구들을 아무리 떠올려 봐도 영상을 찍은 사람이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맞다. 다른 영상.”
 
모르는 번호로부터 온 메시지는 총 다섯 개였다. 다음 메시지를 클릭하자 이번에는 ‘1,000만원이라고 적힌 글씨가 보였다. 영상에는 자신이 담뱃불로 후배를 지지고, 때리는 폭행 장면이 담겨 있었다.
 
두 번째 영상까지 본 윤소라는 더 이상 살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어떻게 데뷔한 걸그룹인데, 시작도 하기도 전에 벌써 끝난 것 같았다. 다음 메시지를 확인하려고 했지만, 손이 마음대로 잘 움직이지 않았다.
 
첫 번째가 담배고, 두 번째가 폭행이었다. 세 번째 부터는 어떤 영상이 나올지 도무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 씨발.”
 
답답한 마음에 욕설을 퍼부으며, 세 번째 메시지를 클릭했다. 윤소라는 불안한 듯 다리를 마구 떨었다.
 
?’
 
하지만 윤소라의 예상과 달리 세 번째 메시지에는 ‘50만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영상을 클릭해 보니 교실에서 친구와 장난치듯 키스를 하는 영상이 찍혀 있었다.
 
다행이다.’
 
세 번째 영상 확인으로 윤소라는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더 심한 영상이 나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했는데, 아무래도 메시지의 순서가 가격순은 아닌 것 같았다.
 
용기를 얻어 네 번째 메시지를 클릭했다. 이번에는 영상이 아니라 사진이었다. 교복 단추를 풀어 헤치고 속옷을 살짝 노출한 다음 엉성한 포즈로 찍은 사진이었다. 메시지 아래에는 ‘10만원. 5.’ 라고 적혀 있었다.
 
이제 마지막 메시지만 확인하면.’
 
윤소라는 더 이상 심한 영상은 없을 거라는 확신을 얻었다. 과감하게 다음 메시지를 클릭했다.
 
‘1억 원. 계좌번호, OO은행.’
 
다른 메시지들보다 용량이 큰 다섯 번째 메시지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예상치 못했던 결과에 윤소라는 숨이 멎을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영상을 확인하고 대책을 세워야 했지만, 도저히 영상을 클릭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메시지 상에서 보이는 영상에는 노래방 구석 같은 샛노란 조명이 찍혀 있었다.
 
윤소라는 눈을 질끈 감았다. 핸드폰의 볼륨을 낮춘 다음, 떨리는 손으로 영상을 재생했다.
 
영상에는 윤소라와 남자 둘이 찍혀 있었다. 노래방 구석에서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채 남자 둘과 섹스를 하는 영상이었다. 조명에 가려 조잡하게 보였지만, 누가 봐도 자신의 얼굴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자신은 술에 잔뜩 취한 목소리로 제대로 박으라는 둥, 남자의 지퍼가 잘 열리지 않는다는 둥 헛소리를 늘어놓고 있었다.
 
윤소라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머리를 감싸 안았다. 자신이 감당하기에는 아무리 봐도 역부족이었다. 머리를 굴려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지만, 뾰족한 답안이 등장하지 않았다.
 
윤소라가 고민하는 동안 시계는 어느덧 510분을 지나고 있었다.
 
띠릭.’
 
문자 소리에 정신을 차린 윤소라는 급하게 핸드폰을 확인했다. 이번에는 홈페이지 주소가 내용에 적혀 있었다. 주소를 따라가자 윤소라의 사진이 어느 유명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되어 있었다.
 
섹시한 윤소라의 도발적인 학창시절.’
 
사람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어릴 때부터 끼가 보였다는 반응부터, 좀 발랑 까졌다는 둥 사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띠릭.’
 
윤소라가 홈페이지를 확인하는 동안에도 문자는 계속 왔다. ‘다음 공개는 6.’ 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온 몸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진정하고 냉정하게 생각하자고 마음속으로 외쳤지만, 심장은 도무지 그럴 생각이 없는 듯 쿵쾅쿵쾅 뛰었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계좌를 확인했지만, 들어 있는 돈은 삼백 만원이 다였다.
 
일단 이거라도 보내고 조금 기다려 달라고 협상을 해야겠다.’
 
계좌번호로 돈을 부친 윤소라는 번호의 주인과 전화를 하기 위해 통화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번호의 주인과는 통화가 되지 않았다. 없는 번호라는 안내만이 흘러 나왔다.
 
띠릭.’
 
다시 문자가 왔다.
 
‘300만원 입금 확인. 다음 공개는 7.’
 
전혀 협상의 여지가 없는 내용이었다. 윤소라는 분을 참지 못하고 핸드폰을 집어 던졌다. 누군가에게 알리기에는 너무나도 시간이 촉박했다.
 
이런 씨발.”
 
액정이 깨진 핸드폰이 거실 밖으로 튀어 나갔다.
 
. 너만 쓰는 숙소야? 조심 안 해?”
 
앙칼진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보니 정주연이 밖으로 외출하려는 듯 거실에서 나가고 있었다.
아니꼬운 듯 윤소라를 쳐다보는 정주연의 표정에는 경멸의 눈빛이 담겨 있었다. 순간 윤소라의 얼굴에 좋은 생각이 낫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그녀는 정주연이 나갈 때까지 기다린 다음 그녀의 컴퓨터를 켜고, 몰래 USB를 꽂았다.
 
한 시간 뒤, 정주연이 울면서 숙소로 뛰어 들어왔다. 뒤에 따라 들어온 매니저가 주연을 달랬지만, 그녀는 방에 들어가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인터넷 사이트들은 온통 인기 걸그룹 멤버의 누드 사진 공개로 혼돈의 도가니가 되어 있었다.
 
최초 게시물은 이미 삭제되었지만, 사람들은 사이트에서 사이트로 사진을 돌려보며 서로 감상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각종 음담패설과 최초 유포자에 대한 추리가 이어지고, 곧 소속사에서 경찰에 신고를 했다는 내용과 함께 유포자에 대한 처벌을 하겠다는 공지를 올렸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러든지 말든지 상관없다는 식으로 사진을 퍼 나르기에 바빴다. 그리고 이 소동에 휩쓸려 윤소라의 사진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깨끗이 사라지고 말았다.
 
이렇게 큰 소동이 났으니까, 한동안은 다른 영상들은 올릴 생각도 못 할 거야.’
 
윤소라는 그렇게 생각하며 부엌에서 요플레를 가져와 떠먹었다. 방 안에서 오열하는 정주연과 그녀를 위로하는 다른 멤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중에 경찰이 오면 내 것도 슬쩍 끼워 넣어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거실 한곳에 굴러다니던 핸드폰을 주워들었다. 핸드폰의 문자 알람은 더 이상 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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