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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홍도령의 진실 - 상
게시물ID : panic_977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깨동e
추천 : 19
조회수 : 168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1/18 11:46:19
"홍가 네놈! 네 죄를 네가 알렸다!"

피투성이가 된채 형틀에 앉아있는 한 젊은 사내를 엄하게 꾸짖는 사또.

"그게 뭐가 어때서 그러오."

힘에 부칠법 하기도 한데, 그는 제법 또록하니 자기를 변호하는데 기력을 다해 본다.

"네놈덕에 죽어나간 처자만 아흔아홉. 네놈덕에 실성한 처자가 하나, 이래도 네 죄를 네가 모르겠단 말이냐! 저놈을 매우 쳐라!"

고통스러워 하는 신음 소리와 함께, 다시 국문이 시작되었다. 그 시작은 이러했다.

*

안방문 열어놓고 하루종일 집을 비워도 어느 누구하나 들어가 해코지 하지 않은 매우 평온하고 고요했던 고을에 흉흉한 소문이 돈지는 벌써 열달하고도 열흘 훌쩍 넘었다.

"아니, 이번엔 저기 아랫마을 갑순이라지 않혀. 탑돌이 하느라 저기 절에 내려오던길에..."

빨래 방망이로 연신 빨래감들을 두드리던 아낙들의 수다를 멈추게 한건 무장을 한채 그 주변을 순찰하는, 삼엄한 포졸들의 무리였다.

이내 그 삼엄한 분위기를 못 견디겠다는듯 빨래를 하는둥 마는둥, 아낙들은 삼삼오오 모여 빨래바구니를 옆구리에 차고 어디론가 뿔뿔히 흩어지고, 한나절 내 깔깔거리던 아낙들의 웃음이 떠나지 않았던 빨래터엔 다시금 정적이 찾아온다.

***

모두가 잠든 새벽. 거칠게 닭장문을 열어 재껴 거칠게 닭 한마리를 낚아채 가는 사내가 있었다.

퍼득거리는 닭의 모가지를 움켜쥐고 마을 어귀 동굴로 들어간 사내는 익숙하다듯, 호롱불에 불을 붙이고선 자리에 털썩 주저 앉는다.

오느라 기력을 다 소진했을 법 하기도 하건만, 왼손에 붙들린 닭은 아직도 퍼득거려가며 자신의 생존사실을 확인 시킨다. 사내의 입가에 배시시 미소가 번진다.


***


"어머니, 드세요."

초라한 단칸방. 병색이 완연한 노모를 모시고 사는 홍도령, 부지런하고 글 공부 잘하고, 몰락했다지만 그래도 양반가문.사윗감으론 전혀 손색 없다하지만 그놈에 가난이 문제였다.

벌써 이립의 나이에도, 홀로 병든 노모를 모시며 소작으로 근근히 끼니를 떼워가고 있다.

닭고기가 밥상에 올라온지 달포가 넘었음에 노모는 고맙기도 하지만, 맘한켠이 싸해 감히 수저를 들수 조차 없다.

"김첨지댁이 이번에 챙겨 주셨어요. 드세요."

"그래도 민홍아."

"절대 나쁜짓 안하니까, 걱정말고 드세요. 어머니께서 어서 쾌차 하시는게 제 소망입니다."

**

"엄니 우리 나비가 없어졌어라!"

"거참, 산속으로 갔나보지. 괭이는 요물이여 요물. 그런거 들이지 마라니께 그런걸 들여서 사단을 맨들어."

"엄니, 넘하요. 그랴도 맴주고 돌보던건디 그리..."

"잔말 말고 싸게 빨래나 해오드라고."

밤새, 홍도령네 옆집 꽃분이네가 키우던 나비가 하룻밤새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두레촌네 비극의 서막은, 여기서부터 시작 되었다.

두레촌에 고양이라곤 터레기 하나조차 찾아볼수 없어질때 쯔음이었다.

"막쇠야! 막쇠야!"

"어무니.. 누가 우리 먹돌이를."

여나무살 쯤 되어보이는 사내아이가, 한손에 피곤죽이 되어 축늘어진 개의
꼬리를 들고 이내 막 싸릿문 앞으로 들어섯다.

"어이구!"

정지에서 소반상을 차려 나오던 아낙이 놀라 자빠질 만큼 참혹한 광경이었다.

"안먹을래요."

아이는 이내 벽쪽으로 몸을 돌려 눕힌다. 어른조차 너무 참혹해 똑바로 볼수조차 없는데 열살짜리 소년이 맞딱트린 충격은 이루 말로 다 할수 없었다.

집집마다, 소소하게 닭 한마리 오리 한마리 없어지는건 그냥 산짐승의 소행으로 치부하고 쉬쉬하다 식구마냥 마음주고 키우던 동물들이 사라지기 시작하는건 두레촌 사람들의 찝찝한 마음 한켠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다.

그제서야 뭔가를 깨달은 두레촌 사람들은 2인1조 조를 짜 동네를 순찰하기도 하고, 범인을 잡기 위해 혈안이었으나, 귀신이 곡할 노릇이지... 

도깨비의 소행이라는 말도 나오고, 호랭이의 소행이라는 말도 나오고. 그저 두레촌 사람들은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제일 먼저 마루 밑 바둑이들의 안녕을 확인하는걸로 하루를 시작할 즈음이었다.

*

귀청 떨어지게 매미가 울어 재끼는 울창한 산길. 등에 봇짐멘 소금장수 하나가 바쁘게 걸음을 옮길때 였다.

"저게 뭐당가."

소금장수의 눈에 보인, 시퍼러딩딩한 그 덩어리는 흡사 썩어가는 돼지시체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이고, 도야지구마. 죽으려면 곱게 사람 몸 속으로..."

그 시퍼러딩딩한 덩어리로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썩는내는 코를 찔렀고,  소금장수는 등에 진 소금을 바닥에 패대기 칠만큼 놀라 사색이 되어 부리나케 어디론가 달리기 시작했다.

"사실만을 고하렸다!"

"하이고, 사또. 지가 뭔 믿는 구석이 있어 사또님께 거짓부렁을 고합갑쇼."

울상이되어 고개조차 들지 못하는 소금장수와, 엄중한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 보고 있는 사또.

사또는 이방을 불러 무언갈 지시하고는 이내 포졸 몇을 꾸려 소금장수를 앞세우고선 그 매미가 귀청 떨어지게 울어 재끼던 그 산길로 향했다.

"욱."

썩는내가 여간 심해 멀리서조차도, 그 냄새에 헛구역질을 할만큼 시취는 심했다.

"갑분아! 갑분아..."

목놓아 우는 그 어미와, 그 어미 옆에서 서서 멍하니 오작인들의 시신 수습 절차를 보는 아비의 모습은 처량하기 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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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집 읽어보다가요.
이러지않았나.. 혼자 각색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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