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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976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깨동e★
추천 : 14
조회수 : 1941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8/01/10 01:28:00
아직 세상빛을 보지 않은 돼지 새끼를 어미 태중에서 꺼내 갈아 생채로 후루룩 마시는 애저회.
산채로 잘리워져 바닥에 가라앉아 그저 덜 고통스럽게 그리고 최대한 빨리 죽기만을 바래야하는 샥스핀.
좁은 철창안에 갇혀 간경변이 올때까지 먹이를 쉼없이 강제로 주입 당해야하는 거위의 푸아그라.
철갑상어의 배를 산채로 갈라 꺼낸 바다의 흑진주, 캐비어. 어린 송아지의 고기는 비싼값에 팔리며 미식가들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충분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들이 모두 약육강식의 법칙아래 이루어지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들이라고 이야기 했었다.
*
언제부터 였을까. 한여름 땡볕만해도 눈이 부실 지경인데 그보다 더한 눈뜰 수 없을만큰 환한 빛의 비행선들이 나타나 지구의 하늘을 뒤덮기 시작한것은.
넓디넓은 우주에, 또 다른 생명체를 발견했다며 언론과 학계는 떠들썩 했고, 각 나라에서는 환영의 인사를 전파로 쏘아보냈다.
그리고 1주일. 인간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냥 하늘을 뒤덮었던 그 환한 비행물체는 지구에 착륙했다.
비행물체의 출입구가 서서히 열리고, 만난 외계인의 모습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SF영화에서나 보던 커다랗고 까만눈에 긴 팔다리를 가진 인간이 아니라 말 그대로 액체괴물같은 흐늘한 아메바같은 생김새였기 때문이다.
그들이 제일먼저 한 일들은 연령을 가리지 않고, 인간을 잡아 들이는 것이었다.
어떤이는 그렇게 잡아가 인간 실험을 한다고 했고, 또 어떤이는 이렇게까지 비행선을 만들어 타고 올 정도의 고차원적인 문명에 합류되어 잘 살것이니 되려 잘 된일이 아니냐며 내심 부러워 하는 사람도 있었다.
개중에는, 자기도 데려가라며 피켓을 들고 서있는 경우도 발생했으며 심지어는 너도나도 서로 그 우주선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는 경우도 발생했다. 그렇게 일주일을 기다려 나는 그 우주선 탑승에 성공했고, 그 이후의 기록물이다.
*
첫번째 날.
커다란 컨베어 벨트를 타고 도착한 그곳. 우리는 좁은 철창안에 대략 40~50명이 남녀노소를 구분 않고 한데 갇혀 있었다.
한여름 더위가 기승인 가운데 바람 한점 불지 않는 이곳에선 더위에 지쳐 예민해진 사람들끼리 싸움이 일어나기도 했고, 좁아도 같이 가자며 그 싸움을 중재하는 사람들도 간혹 보이기도 했다.
조금만 더 참으면 신세계. 파라다이스. 내가 꿈꾸던 그곳으로 간단 말이지. 내심 설레고 벅차다.
두번째 날.
꼬박 하루만에 본 외계인은 우리를 그 곳에서 전부다 나오게 한 이후, 남녀로 우리를 나누기 시작했고, 그중에서도 어린아이는 어린아이들끼리 성인은 성인끼리 노인은 노인끼리 총 6개의 그룹을 만들어 어디론가 안내하기 시작했다.
나는 성인 남자 그룹에 속해 조금 더 넓은 철창안에 들어가게 되었고, 이곳은 5명 인원이 수용되었다.
좁은 철창안 짐승처럼 뒤섞여 뒤척임 하나에도 싸움이 벌어지던 것과는 달리 넓은 공간에 수용인원도 적어지니 사람들이 조금 유해진거 같기도 하다.
한여름 무더위에 매일처럼 들리던 싸움소리가 안들리니, 좁은공간에서 견디느라 하룻밤을 꼬박 세웠던 터라 잠이 쏟아진다.
세번째 날
벌써 36시간 이상을 굶은듯하다. 지글지글 삼겹살이 생각난다. 엄마가 끓여주던 된장찌게에 삼겹살 한쌈은 레알 밥도둑인데.
마침 지나는 외계인이 있어 배가 고프다고 소리를 질렀다. 그는 어디선가 다른 무리의 외계인을 4~5명정도 끌고와 자기들끼리 출렁거리며 뭔가를 이야기하는거 같다.
액체괴물같다. 손으로 주물딱거리다가 바닥에 사정없이 내던지면 어떤소리가 날까 생각하니 실소가 터졌다.
나는 다시 소리를 질러 배를 감싸쥐고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서야 알겠다는듯 그들은, 방금 구운듯한 고기 덩어리를 가지고 와 우리에게 주었다.
처음 먹어보는 맛이다. 고소한 육즙 거기다 쫄깃하면서도 사각거리는 식감에 우리는 정신없이 고기맛을 음미하며 뜯기 시작했다.
맛있는 냄새가 풍기자 여기저기 객실에선 우리도 밥을 달라며 저게 뭐냐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그 외계인들은 그 정체불명의 고기를 구워 나르기 바빳다.
어느정도 배가 차고나서, 우리는 각자의 소개를 시작했다.
A라는 사람은 자기가 나사(NASA) 의 직원이라고 이야기 했다. 외계인이 오고 난 이후, 외계문명과의 교류를 위해 이 비행선에 탓다고 한다.
B라는 사람은 자세히 보니, 티비에서도 자주보던 연예인 장지석이다. 이제 지구에서의 삶도 재미가 없고, 먼 우주로 나가 거기서 살고 싶다는 마음에 비행선에 탓다고 한다.
C라는 사람은 올해로 6년째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다온 젊은 청년이었다. 그는 더이상 지구에서의 삶이 의미없어 그래도 다른 별에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비행선에 탓다고 한다.
D라는 사람은 잘 나가던 회계사였다고 한다. 매일을 서류에 파묻혀 지내다가, 매너리즘에 시달리게 되었고 C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별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어 이 비행선에 탓다고 한다.
나는 그냥 간단하게 내 직업을 조그만 회사에서 일 하다가, 왔다고 했다. 날 소개할 말이 없기도 하거니와 도축장에서 소 돼지를 잡는일을 했다고 말하기엔 내가 너무 부끄럽게 느껴졌다고 해야하나.
서로 각자의 간단한 소개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며 우리는 세번째 밤을 마무리 했다.
네번째 날
눈이 자동으로 떠졌다. 어제 과식을 했던 탓인지 아랫배가 싸르르하니 아프다. 나는 그저 내가 큰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지나가는 외계인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창살 너머로 팔을 내밀어 휘휘 휘저을 뿐이다.
내 간절한 바람이 통했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근처를 지나가던 외계인이 내 앞에 멈춰섰고, 나는 배를 감싸쥐고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제 먹었던 것과 똑같은 고깃덩어리를 내 앞에 내밀었고, 나는 고개를 흔들고 다시 한번 배를 감싸쥐고 불쌍한 표정을 짓자 그는 알겠다는듯, 나를 그곳에서 나오게 한뒤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얼마정도를 갔을까. 하루에도 수백번 수천번을 들었던 그 울부짖음과 비슷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곳은 이곳에서 멀지 않아 보였다.
얼마나 더 갔을까. 성인남자 하나 누워도 넉넉히 남을 듯한 큰 컨베이어벨트엔 이제 막 가죽이 벗겨진채 꿈틀대는 껍질 벗겨진 사람으로 추정되는 고깃덩어리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실려 나와 어디론가 향한다.
지나가다 본것은 살려달라 소리를 지르며 울부짖는 여인을 어떤 기계에 강제로 밀어넣는다.
끔찍한 비명이 들린지 얼마지나지 않아 그 여인일거라 추정하는 피부 껍데기는 눈이 위치했을거라 겨우 추정하는 구멍에 갈고리가 걸려 어디론가 실려가고, 여인의 몸뚱이는 컨베이어벨트에 실려 어디론가 가고있다.
채 끊어지지 못해 꿈틀거리는 그 몸부림이 방금전 그 여인일 거라 추정하는 바이다.
어제 우린 도대체 무엇을 먹었던 걸까.
약육강식, 이제 우리가 꼼짝없이 당하게 생겼다. 나는 과연 탈출에 성공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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