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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죄(罪)가 갸륵하다
이 몸의 애달픈 절규는 끝내 하늘에 닿아
꿈에서라도 보고픈 내 아이를 한 천사가
그 품에 안고서 강림해오는 것이 아닌가
두 눈에 모든 바다를 흘려버릴 각오였으니
천사여 그 품을 조금이라도 열어주기를
보이는 것에 절하며 숭배하겠다고 다짐하자
그게 믿음이라고 어찌 단정하느냐며 다그치는
야무진 그 호통에 정신이 번쩍 들어서는
영혼이라도 바치겠노라고 간청했건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서는 하얀 날개를 접어
내 아이의 눈과 귀를 가려주더니
은총을 베풀겠다는 우레와 같은 음성이다
나는 단지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는
조건도 아닌 조건에 이내 갸우뚱한 마음
한 마디 뗀 천사는 새 아이를 점지해주겠노라고
그 음성 끝나기도 전에 가로지르는 고갯짓
아니 되기에 아니 되며 아니 될 뜻입니다
이미 내 아이는 내 아이 외에는 아니 됩니다
네가 네 아이를 부정하기만 하면 될 것을
하시며 혀를 끌끌 차는 천사는 저주스럽기까지
천사의 마음과 천사의 목소리 천사의 미소
날개 뒤편에 가려두었던 새 아이를 내밀고
빛으로 여문 그 아이야말로
천사의 마음과 천사의 목소리 천사의 미소
머리에서 뿔이 돋아날 때까지 고개 흔들고
꼬리가 뻗어 가도록 주저앉을 것이며
목이 타들어 갈 만큼 통곡하리라 맞섰다
내가 죄지은 내 아이를 돌려주옵소서
신의 아이조차 거부하겠나이다
내 아이는 내 몸과 같으니 부디 내팽개치소서
문득 눈가가 간지러운 건 무슨 뜻이러냐
스윽 훔쳤더니 거추장스러운 내 손 마디마디
결국 꿈이고야 말았네 하며 고개를 돌려
내 곁에 내 죄만큼 무럭무럭 자란 아이의
깃털처럼 날아가려는 그 머릿결 쓰다듬으면
손끝에 묻어나는 천사의 눈부시던 음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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