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저희 엄마요. 아기 엄마 말고 할머니.
오늘 애 젖먹이고 나오는데 거실에 엎드려서 아기 이유식 책을 신기하다는 듯이 보시는 엄말 보다가 마음이 좀 짠해졌어요.
예전에 이 게시판에 어떤 분이 쓰신 글을 본 적이 있어요.
육아서를 보다보면 어릴 적 부모와의 애착형성이 너무 중요하게 나와 있고, 그걸 보다보면 왜 우리 부모님은 나한테 그걸 못해줬을까 원망하는 마음이 자꾸 들어 괴로워진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그 글과 댓글들을 보면서 아, 이런 느낌을 나만 받은 게 아니었구나 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저도 실제로 아이 낳고 초기 아기의 모습에 자꾸 제 자신이 투영되어 보이기도 해서, 비슷한 이유로 괴로웠어요.
그리고 한동안은 와서 산후조리 도와주는 엄마에게 자꾸 뭔가 보상을 받고 싶어하는 마음까지 들었던 것 같아요.
근데 엄마는 그냥 평소처럼 날 대하니, 좀 삐지기도 했었고 ㅎㅎ
그런데 몇달 보내고 보내다보니, 그게 아니라 다른 생각이 들더라고요.
엄마는 내 새끼에게 이렇게 해주지 못했어서, 얼마나 속상했을까요.
나보다 몇 배는 더 아기를 예뻐하는 엄마. 그리고 시어머니를 보면 항상 그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된다는 것만 알았으면, 그래도 되는 환경이었으면. 예쁜 아기에게 항상 웃어주고, 얼러주고, 하고싶다는 거 다 해주고 싶었을 분들인데요.
"엄마, 근데 나 어릴 때도 이렇게 이유식 해먹였어?"
"아니. 너 때는 그냥 밥먹었어."
"ㅇ.ㅇ..... 밥? 진짜? 그냥 밥을 먹어도 되나보네? 신기하다."
"......"
이게 지난 주에 엄마랑 했던 대화라지요.
저 때는 엄마가 이유식 하는 법을 모를거라고 조금도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아기 낳고 감상적으로 변해서 그러나... 주절주절 쓰긴 썼는데 이런 이야기 마무으리는 어떻게 해야하나요 ㅋㅋㅋㅋㅋㅋ
음... 그러니까 앞으로는 부모님이 아기 개월수에 맞는 음식 몰라도 넘 뭐라고 하지 말고... 음음...
잘해드립시당 ^^;
할머니는 사랑입니다. ㅎㅎ